똥이 된 플랫폼 비즈니스를 엔시티피케이션이라 부릅니다(enshittification).

똥이 된 플랫폼 비즈니스를 엔시티피케이션이라 부릅니다(enshittification).

엔시티피케이션(enshittification)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우리말로 하면 똥 되기, 뭐 그렇게 해석할 수 있겠네요. 많은 플랫폼 서비스가 처음에는 사용자들에게 간이라도 빼줄 듯 굴며 성장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플랫폼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용자와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구조를 만들어가는 현상을 뜻합니다.

우버는 이러한 흐름을 대표하는 사례 중 하나입니다. 2024년 파이낸셜 타임스의 기사를 보면, 2022년과 비교해 2023년에는 우버 운전자들이 받는 비용이 더 줄어들었으며, 사실상 임금 삭감과 다름없는 상황이 됐다고 합니다. 인플레이션이 엄청났는데도요.

반면 우버는 더 많은 돈을 벌었습니다.  2024년 매출은 $43.97B, 2023년 매출은 $37.28B에 순이익도 크게 늘었죠. 왜냐고요? 새로운 가격 책정 메커니즘을 택했거든요. 우버는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승객이 내는 요금과 무관하게 운전자에게 지불하는 비용을 낮추는 전략을 채택했습니다.

... 소비자에게는 더 많은 돈을 가져가면서, 운전자에게는 더 적은 임금을 주고, 회사는 더 많은 이익을 올렸습니다.

기업이 이익을 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플랫폼을 지탱하는 핵심 구성원을 희생시킵니다. 단순히 우버만 그런 것이 아니라서, 한국에서도 쿠팡, 배달의 민족 같은 플랫폼 기업들이 비슷한 행보를 보이며, 결국 소비자와 노동자가 동시에 피해를 보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 인터넷 상거래 도입 초기, 소비자와 생산자 직거래를 통해 더 싼 값에 물건을 살 수 있어!라고 했던 것은 이미 먼 옛날의 꿈이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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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되기(엔시티피케이션)는 이제 인터넷 기본 사업 모델로 자리 잡았습니다.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 등 다른 거대 플랫폼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반복되고 있죠. 초기에는 사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무료 또는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일정 규모에 도달하면 광고와 유료 서비스를 강조하며 점점 사용자들에게 불리한 환경을 조성합니다.

... 아, 구독 경제도 결국 이렇게 됐죠?

이제 우리는, 예전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도 이전보다 열악한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플랫폼을 쓰지 않거나 강하게 항의해야 하는데, 그러기도 쉽지 않죠. 정책적 개입을 논하기엔 현재 상황도 녹록하지 않고....

어쩌겠습니까. 계속 항의하고 살 길을 찾아야지요. X에서 블루스카이로 옮긴 것처럼 대안 플랫폼을 찾고, 저들의 로비에 맞서 정책적 개입도 지속해야 합니다. 기업이 돈 벌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소비자-회사-노동자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자는 겁니다.

그래도 안된다면? 그땐 떠나야죠. 버려야죠. 어쩔 수 없이. 어차피 플랫폼도 장사 안되면 우리 다 버리고 그냥 접어버리고 말 거란 거, 다들 잘 알잖아요. 한두 번 겪은 것도 아니고. 그런데 우리가 플랫폼을 잘 봐줄 필요? 없어요. 전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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