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싸이월드 여론 게시판에 ‘오프라의 한국여성 까기2’라는 글이 올라온 적이 있습니다. 지난 2005년 9월부터 퍼졌던 글로, 오프라 윈프리쑈에서 징병제 문제를 얘기하다가 한국 여성이 비난 받았다는 내용입니다. 이 글의 속내는 “다른 나라는 징병제지만 군대 갔다 오면 대접받는다, 그렇지만 한국은 여자들이 문제다’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 뭐 -_- 지난 세월 수도 없이 싸웠던 문제입니다(이 문제는 한국 남성들이 군대를 안가야만 해결됩니다.).
진짜 문제는 … 그런 내용으로 오프라 윈프리 쑈가 진행된 적이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오프라 윈프리 쑈는 오프라닷컴에서 모두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아래는 2005년 3월에 방영된 오프라 윈프리 쑈의 아카이브입니다. 이 안 어디에 징병제가 다뤄지고 있다는 걸까요?
http://www.oprah.com/tows/pastshows/200503/tows_past_200503.jhtml
사실 이런 문제는 예전에도 숱하게 많았습니다. 몇 가지만 언급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아리랑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로 뽑혔다는 글이 돌아다녔다. 혐일류라는 만화에도 언급된 내용이다. 당연히 거짓이다. 그 글에 나오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뽑는 모임이란 것 자체가 없다. 있을리가 없잖아-
- 백마리째 원숭이 현상이란 것이 있다. 백마리째 원숭이가 고구마를 씻어먹기 시작하면, 그들과 접촉한 적이 없는 다른 섬의 원숭이들도 갑자기 고구마를 씻어먹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뉴에이지 계열의 저술가들이 죽어라고 인용해서 꽤 유명해진 이야기다. 물론 사기성이 농후한 말이다. 이 문장을 클릭하면 확인가능하다.
- 서해교전 당시 전사했던 故 황도현 중사의 동생이 썼다는 글이 인터넷에 떠돌아다닌 적이 있다. 월드컵 응원에 미쳐있던 사람들, 김선일씨의 참수에 대해 분노하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글이었다. 그렇지만 글에 나타난 사실관계가 좀 이상해서 조사해 봤다. … 조사한 바에 따르면, 故 황도현 중사에게는 동생이 없다.
이런 식의 팬픽-같은, 상상으로 쓴 내용이 진실인듯 돌아다니는 것은 어찌 보면 인터넷의 속성이기도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글 읽는 사람들이 정보 진위를 확인하지 않는 걸 노린 겁니다. 예전의 가짜 명품 시계 사건도 동일한 맥락에서 볼 수 있고요.
이제 정보는 그냥 정보가 아닙니다. 이미 시대는 신문에 실린 기사도 ‘비판적’으로 확인하면서 봐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허구가 진실을 덮는, 아니 허구가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시대가 된거죠.
하지만 허구는 쉽게 드러납니다. 기자들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방법, 다시 말해 다른 두 정보원으로부터 사실 관계를 크로스 체크하는 방법만 사용해도 대부분의 내용들은 확인이 가능합니다. 그렇지 않으면서 확실하지도 않은 글을 옮긴다면…
게으르거나, 아니면 그 글을 통해 (거짓을 통해서라도) 대신 말하고 싶은 꿍꿍이가 있거나, 둘 중 하나겠다. 여기에 펌 글을 비판적으로 봐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꿍꿍이를 가진 사람들에게 놀아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 2006년 9월 2일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