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 들어갔다가, 백 투 더 퓨처 2를 다시 봤습니다. 1편은 나온 지 한참 지난 후에야 봤고, 2편은 1편에 감명 받아 바로 비디오를 빌려 본 기억이 있는데... 뭐랄까. 제 기억이 꽤 뜨문뜨문 남아 있더군요.
영화 앞부분 절반, 2015년이란 미래(...)로 날아간 부분은 잘 기억하는데, 뒷부분 추격 장면은 ‘이런 장면도 있었어?’ 수준이고, 다시 1편 댄스파티 장면과 겹치는 부분에서 ‘맞아, 이거 봤었지!’를 되뇌이는 상황. 기억이 났다-안났다-다시 났다의 반복.
...그러니까, 영화에서 재밌는 부분이 앞의 절반과 뒤의 클라이맥스 신이었다는 거죠.
사실 이 영화를 본 진짜 이유는, 받아 보는 뉴스레터에서 ‘10월 21일은 백 투 더 퓨처 데이다!’이러면서 뭔가 주절주절 설명했기 때문. 10월 21일이 백 투 더 퓨처 데이인 이유는…. 예, 마티 맥플라이(마이클 J 폭스 분)가 그날 미래에 왔습니다.
이 영화가 재밌는 게(?) 영화 1~3편을 합치면 몇십 년을 시간 여행한 셈인데, 막상 현재에선 하루 이틀밖에 안 지났다는 거죠. 뭐, 그게 시간 여행의 묘미이기도 하고요. 요즘 흔히 보이는 시간 여행 물을 처음으로 맛본 영화이기도 합니다.
재밌는 건 다시 보니, 역시 그때 상상했던 미래가 한눈에 들어오더군요. 그렇잖아요? 우린 2015년도 과거인, 2022년에 살고 있으니까요. 20세기엔 지금쯤, 지구가 멸망하거나 초진화 문명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은 굳이 그럴듯한 미래를 그릴 생각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건 이미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한 일이기도 하고, 자기는 그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춘, 나름 명랑한 미래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신기하게, 영화에서 묘사된 많은 것이 그대로 이뤄지긴 했습니다. 시카고 컵스가 우승한다던가(1년 늦었습니다), 드론이 상용화된다던가(생활보단 전쟁에서 활약하고 있죠), 다채널 TV를 본다던가(사실 이건 예전부터...), 화상 회의나 평면 스크린(영화에선 프로젝터처럼 보입니다)을 씁니다.
지문 인식이 널리 쓰인다거나(영화에선 지문만 가져다 대면 결제도 되고, 신원 확인도 되고, 문도 열리는데요. 한국 한정으로 모두 실현됐습니다), 박사님 말처럼 주름살도 수술하고 머리도 심고 있죠(...).
안된 것도 많습니다. 영화 속 박사님은 MR 카메라 비슷한 기기를 이용해 망원경으로 쓰는데, 인물 인식 기술이야 이미 널리 쓰이지만(중국 전매특허 비슷하죠) 기기는 없습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야 당연히 없고요.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문과 팩스는 (거의) 사라졌죠.
생각해 보니, 시간 여행을 다루는 옛날 영화나 드라마에선 미래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신문’을 이용하는데요. 그땐 정말, 종이 신문이 사실상 사라진 시대가 올 거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던 듯합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호버 보드는 실현되지 않을 거로 생각합니다. 자동으로 줄어드는 옷은 별 필요가 없고, 저절로 끈이 조이는 신발은, 다이얼을 이용해 조이는 아날로그 스타일로 전부터 쓰고 있긴 합니다.
그리고 ... 이제야 눈에 들어오는 것도 있네요.
하나는 비디오 글래스를 눈에 쓴 아이들. 미래 세계 마티 맥플라이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장면을 볼까요? 아이들이 모두 눈에 내장 디스플레이가 달린 안경을 쓰고, 각자 TV를 보거나 화상 통화를 합니다. 많은 집에서 같이 밥 먹으며 각자 스마트폰 쓰는 풍경과 많이 닮았습니다(그런데도 전화는 집 전화 하나 밖에 없는듯해서 웃음).
다른 하나는 원격 회의와 함께 찾아온 해고(...). 코로나19 대유행과 함께 꽤 많이 퍼진 일이긴 한데요. 미래 마티 맥플라이는 화상 회의를 통해 해고를 통보받습니다. 자기 잘못이니 할 말은 없지만, 예나 지금이나 잔인한 일이죠. 팩스로 해고장이 날아오는 일은 없지만요.
그 밖에 식당 메뉴판이 디스플레이 장치로 되어 있다거나, 주방 가전 기구에 디스플레이가 부착되어서 이런저런 걸 보여준다거나-하는 일도 있습니다. 80년대 카페(우리 세계에선 레트로 카페라고 하죠?)에선 딥페이크를 통해 과거 유명 인물이 메뉴를 추천해주고 있고요. 게다가 인터페이스가 음성인식!
영화 자체는, 1편보다 좀 재미가 떨어집니다. 반드시 1편을 보고 봐야 재미가 있는 영화라고 할까요. 1편을 봤다면, 다시 봐도 재미를 느낄 요소는 꽤 많습니다. 같은 장소의 과거와 현재, 미래 그리고 타락한 버전-을 감상할 수 있는 재미도 있고요(세트장에 공들였다는 게 이해가 됩니다. 특히 타락 버전). 특히 1편 장면을 다른 각도에서 보게 연출한 장면은, 전에 볼 때도 재밌었는데, 다시 봐도 재밌다는. 마치 게임을 하는 감각과도 조금 비슷...할까요?
우울한 날이 많은 요즘입니다. 일부러 소식을 피하려고 해도, 다른 나라 미디어에서도 크게 다루는 바람에 이야기를 피할 수가 없네요. 어쩌면 그래서 백 투 더 퓨처 2를 다시 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옛날에 꿈꿨던 밝은 미래를, 한번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에. 아, 그런 데 영화 끝에서 ‘3편에서 이어집니다!’ 해 놓고 왜 넷플릭스에 3편이 없는 겁니까(...).
* 빽 투 더 퓨쳐가 개봉할 때 영화명인데, 현재는 백 투 더 퓨처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 마티 어머니의 변신(?)은 다시 봐도 충격. 그도 그럴 것이, 백 투 더 퓨처1에서는-
이런 분이셨거든요(...). 옛날에 봤을 때도 충격적이었는데, 다시 봐도 화가 납니다. 당연히 실리콘 분장이었고, 저 때 만든 보형물은 배우 본인이 집에 가져갔다가, 나중에 버리셨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