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광군절 세일때 포터블 모니터를 하나 샀습니다. 많이들 쓰는 제우스랩 제품이고, FHD 해상도에 터치가 가능한 Z15ST 모델입니다. 꼭 살 거라는 생각은 없었는데, 특가로 10만원이 안되는 가격에 나오니 저도 모르게 클릭했다는. 그리고 빠르게 배송됐는데... 바쁘다고 이제야 뜯어본 것이 함정.
처음엔 꽤 좋았습니다. 화면 크기가 15.6인치니 시원시원합니다. 별 생각 없이 갤럭시S10 덱스 모드로 연결했는데, 깨끗하게 잘 나옵니다. 그새 덱스 모드가 또 개선됐는지, 반응도 괜찮고요. 게다가 터치가 지원되니, 큰 태블릿 PC를 하나 얻은 기분입니다. 밖에서는 스마트폰, 집에서는 태블릿 PC... 좋잖아요?
무게는 케이스 포 1220g 정도이지만, 애당초 배터리도 없는 모델이라 들고 나갈 생각은 안했습니다. 대신 전원 연결하고 스마트폰 연결해 놓으면, 스마트폰을 충전해 줍니다. 사용 시나리오가 딱 잡히죠. 색은 꽤 물 빠진 색감을 보여주지만, 그래도 보기엔 괜찮습니다. 무반사 필름을 줘서 붙였는데, 사이드에 놓고 쓰는 용도로는 이게 더 좋습니다.
덕분에 게임패드 연결해서 게임도 즐기고 그랬습니다. 평소엔 유튜브 틀어놓고 음악 듣고요. 아무튼 이때까진 진짜 마음에 들었는데... 포장을 풀고 6일이 지나서, 갑자기 터치 기능이 안먹히는 겁니다.
뭘해도 안되기에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자에게 채팅을 걸었습니다. 제우스랩 오피셜로 구입한 거니까요. 채팅을 시작하니 무슨 매뉴얼을 던져줍니다. 매뉴얼 대로 했는데 안된다고 했더니 사진 찍어 보내랍니다. 사진 찍어서 보내니 영상을 찍어서 보내랍니다. 영상 찍어서 보내니 케이블 문제 같다고 하는데 더 확인을 해봐야 겠답니다.
급한 마음에 자비로 썬더볼트3 케이블 구입했는데, 터치가 안되는 증상은 그대로입니다. 그랬더니 이번엔 노트북 컴퓨터에 연결해 보랩니다. 연결해도 안된다니 동영상을 찍어서 보내랍니다. 동영상 찍어서 보냈더니 이번엔 썬더볼트 포트가 있는 노트북에 연결해서 테스트 해 보랩니다.
여기서 확- 질렸네요. 무슨 소리냐. 당신이 말하면 말하는 대로 다 테스트할 수 있는 사람 누가 있냐. 제품 바꿔 달라는 거 아니다 터치 기능 살릴 방법 없냐고 물어본 거다- 이러니까. 터치 기능 작동 안되는게 확인되지 않았다! 라면서 다시 매뉴얼을 던져줍니다. 이거대로 했다고 하니 그때부턴 말이 없네요? 아하하하.
검색하며 좀 찾아다니니, 의외로 내구성 문제가 있는 모양입니다. 대부분 알리에서 처음 받고 개봉할 때 드러나기에, 이의 걸어서 해결하는 듯. 1년 지나 고장 났다는 사람도 있고요. 저도 이 문제로 모니터 확인하다가 옆을 보니, 케이스에 유격이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배터리도 없는 제품인데요.
결국은, 기브 업. 포기입니다. 직구 제품인데 AS 안해주겠다고 버티니 답이 없네요. 화면은 나오니 그냥 일반 외장 모니터처럼 쓸 생각입니다. 10만 원에 외장 모니터 샀다고 생각하면 크게 아까운 건 아니고요. 하지만 이 정도 내구성이라면 1~2년 안에 고장 날 가능성이 커서, 걱정되긴 합니다.
아무튼 가성비 생각하면 대단한 제품이긴 한데, 이런 상황이면 누구에게 추천하기는 어렵겠네요. 운좋게 잘 나온 제품 걸리면 오래 쓰는 거고, 아니면 저처럼 하자품을 만날 가능성이 크니까요. 다음에는 AS되는 제품으로 사기로 했습니다. 다른 분들은 저처럼 시간 낭비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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