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도 투자에 실패하면 한강갈 생각이 듭니다

심리학자도 투자에 실패하면 한강갈 생각이 듭니다

'심리학자가 투자 실패로 한강 가기 직전에 깨달은 손실로부터의 자유'. 좀 길지만 이게 정말 이 책 제목입니다. 코인 투자에 실패했던 한 사람이, 거기서 회복되기까지 과정을 담았습니다. '나는 어떻게 코인을 손절했나!' 뭐 이런 스토리라고 해야 하나요.

제목이 재밌어서 빌렸다가, 한번에 다 읽어갔습니다. 에세이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동안 좀 이해하기 어려웠던, 멀쩡한 사람이 왜 코인에 빠져서 저렇게 망가지는 걸까-를, 이해하게 만들어줘서 그렇습니다. 뭐, 몇 가지 감정은 잘 알고 있는(...) 감정이기도 했고요.

어떤 거냐고요? 투자에 실패한 사람들이 겪는 부끄러움이나 상실감, 수치심 같은 감정입니다. 멀쩡한 사람이 이상한(?) 투자에 빠지는 과정은 대개 동일합니다. "나만 거지가 되는 기분이 들어서"죠. 대놓고 이딴 식으로 타인을 조롱하는 인플루언서도 한 둘이 아니고요.

작년에 모 부동산 커뮤니티에 질문 글 올렸다가, 그냥 집 사라고 하기에 '저는 집 살 생각은 없습니다'라고 했다가, '그럼 평생 그렇게 거지처럼 사세요~'라고 얘기 들었다는.

그런데 그렇게 해서, 진짜 돈을 벌 수 있을까요? 사람들이 자기 손해 본 것은 숨기려고 하니, 잘 알 수는 없지만, 전설의 xx나 원래 돈 많은 사람 빼면, 대부분 털렸습니다. 평생 몇 번 안 오는 불장이라는데, 남들은 많이 벌었다는 데, 이상하게 나는 못 벌죠.

... 원래 나 대박 났어요! 자랑하는 건, 그러니까 너도 빨리 들어와서 호구 되어 주세요-라는 뜻으로 그러는 거니까요.

이걸 사람들이 모르진 않는데, 알면서도 못 벗어납니다. 왜 못 벗어나는지, 그런 감정에 대한 분석이 이 책엔 담겨 있고요. 다행히 이 책 저자는 심리학을 전공한 사람이라, 자기가 어떤 상황에 처한 건지를 퍼뜩 깨닫고, 손절하고 나올 수가 있었지만요. 마음 고생은 단단히 했지만.

다른 사람은 어떨까요? 저도 그렇고 당신도 그랬겠지만, 쉽지 않습니다. 정말 어렵죠. 좀만 더 버텨보자고 하다가 바닥까지 털립니다. 예를 들어 지난 2021년 11월에 실린 이 기사를 볼까요. MZ세대 영끌족을 가상(?) 인터뷰해서 만든 기사입니다.

여기에 나온 영끌족들은 설문조사 기반으로 만든 캐릭터지만, 기사에서 말한 상황에서 2022년 11월, 1년이 지났다고 생각하면, 참 안됐습니다. 코인 투자, 특히 잡코인 투자자들은 완전 x 됐고, 8만 5천에 들어간 삼성은 5만원대, 50달러에 산 나녹수 주식은 8달러거든요. 상계동 집값은 말할 것도 없죠. 4억 대출 받았으면 이제 갚아야 할 돈이 한 달에 대체 얼마야(...).

다행히 이 사람은 그런 지옥에서 나올 수 있었고, 나오면서 겪는 심리적 변화를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다 접고 나올 사람들에게 추천합니다. 책에서 권하는 방법 역시, 적당히 안되겠다 싶을 때 더 막으려 하지 말고, 손해 본 거 인정하고 빠져 나와라-거든요.

지난 2020년, 지하철에서 대학생들이 코인 얘기하면서 이거 중독이야~뭐 이러면서 웃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땐 내년에 이 사람들 달랠 힐링 컨텐츠 나오겠네-하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단 좀 늦게, 2022년 초에야 나왔습니다. 투기판이 생각보다 오래 갔던 모양입니다.

책에는 안나왔지만, 투기를 조장한 이들도 언젠가 벌 받을 겁니다. 투자는 개인 책임이라지만, 스마트폰으로 인해 FOMO가 너무 쉬워진 시대에, 그런 식으로만 말하는 건 비겁하죠. 투기를 투자인양 부추겨 놓고 난 책임 없다? 인생 쉽게들 사시네요.

애당초 이렇게 변동폭이 큰 투기는, 일반인 마인드로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그걸 무슨 대단한 미래 가치를 미리 알아본 것처럼 권해 놓고, 책임은 안져도 되니, 행복하겠네요.

아무튼, 코인이나 주식으로 피본(...) 사람들에게 권합니다. 못 빠져 나오겠다 하는 분들에게도. 도박이나 투기는, 그냥 손해 본 거 생각 말고, 당장 빠져 나오는 게 가장 빠른 거거든요. 읽고 나면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이 어떤 건지, 대충이나마 짐작하실 수 있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 보이실 겁니다. 대충이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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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칼럼니스트. 디지털로 살아가는 세상의 이야기, 사람의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IT 산업이 보여 주는 'Wow' 하는 순간보다 그것이 가져다 줄 삶의 변화에 대해 더 생각합니다. -- 프로필 : https://zagni.net/about/ 브런치 : https://brunch.co.kr/@zagni 네이버 블로그 : https://blog.naver.com/zagni_ 이메일 : happydiary@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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