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은 가끔 의식의 흐름을 따라 이뤄지곤 합니다. 코스 베이비를 검색하다가, 그걸 팔고 있는 쇼핑몰에서 딴 거 더 사면 배송비 무료!라고 해서 딴 거 보다가, 어? 이거 괜찮네? 라는 제품을 발견하고는 더 검색해봤다가, 공식 쇼핑몰에서 B급 제품을 더 싸게 팔고 있어!란 사실을 깨닫고 싸니까 구매하게 되는 식이죠.
싸니까 하나 살 거 두 개 사고, 기왕 맘에 든 거 스노우 볼도 사고, 포스터도 사고, 스티커도 사고... 뭐 이렇게 돼서, 원래 쓰려던 돈의 네 배를 지불하긴 하지만 말입니다. 위와 같은 흐름에 따라 사게 된, 미스터 두 낫씽 피규어들입니다.
구입한 피규어는 두 가지, 소파에 앉아 멍 때리는 버전과 게임하는 버전입니다. 원래 놓으려고 했던 위치는 스피커 위. 왼쪽 스피커가 조금 허전해서, 뭐 하나 올려놓으면 좋겠다-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받고 보니-
예. 피규어가 생각보다 덩치가 있는 제품이었습니다. 귀여운 피규어를 생각하고 주문했는 데, 막상 온 것은 고스트 바스터즈 머쉬멜로우 유령 같은 느낌.
음,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다가, 옆에 친구들을 놔줘 봅니다.
레이튼 교수와도 의외로 잘 어울립니다? 둘 다 눈이 쩜이라서, 마치 본체와 영혼 같군요.
아이보이와의 궁합도 찰떡입니다. 둘 다 흰색인데다, 서로 튀지 않을 정도로 엇비슷하게 느껴져요. 여긴 영혼과 영혼을 장착할 수 있는 로봇 같다는.
옆에 게임하는 미스터 두 낫씽 피규어도 놔주기로 했습니다. 혼자 레트로 게임을 즐기는 모습이, 쓸쓸하네요.
역시 게임은 같이 해야 제맛입니다?
TV는 크면 클수록 좋죠. 아, 하나는 컴퓨터인가요...
결국 미스터 두 낫씽 패밀리 결성. 원래 이 캐릭터는 '아무 것도 하기 싫은' 현대인을 표현하는 캐릭터입니다. 그래서 이름도 두 낫씽이죠. 제가 산 이유는, 되게 쓸쓸해 보였어요. 무기력하다기 보다는 외로운 사람. 그게 혼자 놀기 좋아하는 제 모습 같아서 꽂혔는데, 막상 사고 나니-
... 방과 후 할 일이 없어서 친구 집에 쳐들어가서 게임하고 TV보면서 노는 초딩 파티가 완성됐습니다.
햐아. 외로워 보여서 샀더니 얘가 다른 피규어들을 이어주는 매개가 될 줄이야. 진짜 생각도 못했네요. 역시 솔로는 위대합니다? 아니다 영혼, 찐빵 귀신, 뭐 이런 게 대단한 걸까요. 이게 다 두 낫씽이라고 하면서 뭔가를 하고 있는 캐릭터 때문입니다(...).
결국 스피커 위 자리는, 진~~~~~~짜 외로워 보여서 추가 구입한, 미스터 두 낫씽 스노우볼이 차지했습니다. 이 스노우볼도 덩치가 커서, 속에 오르골이라도 들어있나 고민했네요. LED 전구가 붙어 있긴 한데, 효과는 그냥 없다고 생각하셔도 되고요(안 어울립니다). B급이라 약간 수평이 틀어진 거 같은데, 그게 더 쓸쓸해 보여서, 만족.
이렇게 오늘도, 피규어를 통해 대리 만족하는 시간이 흘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