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옛날 인터넷 글을 읽었습니다. 누군가가 앞으로 휴대폰은 이렇게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글입니다. 이 주장에 따르면 폰의 두께는 7mm 이하여야 하고, 카메라는 2천만 화소가 넘어야 하며, 화면 크기는 4인치 이상, 다양한 음악 파일과 동영상을 재생할 수 있고, 네비게이션 기능과 무선 인터넷을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게 뭐가 재미있냐고요? 2008년에 쓴 글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니, 이 글에 달린 댓글이 재미있습니다. ‘그냥 영화를 찍어라’, ‘액정이 4인치면 그게 휴대폰이냐’, ‘왜? 노트북에다 핸드폰을 박아 쓰지?’…. 참고로 첫 번째 아이폰은, 2007년에 선보였습니다.
예, 사는 게 다 그렇습니다. 인간은 항상 지금을 ‘정상’ 이라고 간주하고, 다른 새로운 것이 등장할 가능성을 일단 부정하고는 합니다. 앞일이 어떻게 될지는 정말 모르는 건데요. 남 얘기가 아닙니다. 저도 항상 그러니까요.
2020년 10월 미국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 엑스는 우주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를 테스트하기 시작했습니다. 지상에 있는 기지국 대신 저궤도 인공위성을 기지국으로 이용하는 기술입니다. 굳이 광케이블을 깔지 않아도, 지구 어디에서나 인터넷을 쓸 수가 있죠.
좋은 기술이긴 한데, 듣자마자 깜짝 놀랐습니다. 2000년쯤이었나요?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빈튼 서프가, 인터뷰에서 자신은 우주 인터넷을 연구하고 있다고 얘기하기에, 속으로 비웃었거든요. 인공위성이 몇 천 개는 필요할 텐데 그게 되겠냐고.
그런데 된다고 합니다. 나는 비웃었는데 저 사람들은 그 꿈을 계속 담금질하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약 2천여 개를 띄웠으며, 앞으로 12,000개까지 올려 보내겠다고 합니다. 아이고, 제가 잘못했습니다-란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스타링크만 그런 것도 아닙니다. 작년에는 정말, 그게 되겠어? 라고 생각했던 일이 하나씩 이뤄졌습니다. 일본 혼다에서는 자율주행 레벨3 차량을 곧 출시했습니다. 고속도로가 정체된 등의 상황에서, 시속 50km 미만으로, 날씨가 나쁘지 않을 때만 차량이 알아서 주행합니다. 운전자는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고 있어도 됩니다.
애플에서 발표한 M1 칩을 가진 새로운 컴퓨터는 어떨까요?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칩을 이용해 컴퓨터를 만들었습니다. 그런 컴퓨터가, 웬만한 컴퓨터보다 성능이 더 좋습니다. 스마트폰용 칩은 전력 소모가 적은 대신 성능이 떨어지고, 컴퓨터용 칩은 성능이 좋은 대신 배터리를 많이 쓴다는 게 상식이었는데, 성능이 좋으면서 사용 시간도 길어진 제품을 만든 겁니다.
코로나19 백신은 어떨까요? 최근 꿈과 희망을 가져다 준 화이자 백신은 mRNA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DNA 유전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물질을 이용해 만드는 신기술로, 코로나19 백신은 이 기술로 개발되는 첫 번째 백신입니다. 이 때문에 못 믿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 기술이 없었다면 우린 지금 어땠을 지...
그리고 지난 2020년 11월 16일, 앞서 말한 스페이스 X는 민간 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했습니다. 국가가 아닌 기업이 만든 로켓으로, 사람을 우주에 보낼 수 있는 시대, 우주 관광 시대를 열었습니다.
전 이제 미친 듯 보이는 헛소리도 절대 흘려 보내지 않을 작정입니다. 거기에 진심을 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결국 꽃이 핀다는 걸 보고 있으니까요. 몇 십 년이란 시간을 꾸준히 노력해야 하겠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