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무거천 벚꽃 놀이 유랑기

오랜만에 한국에 들어온 친구가 있습니다. 해외에서 일하는 사람인데, 코로나19가 길어지자 장기 재택 근무 요청해서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코로나19가 주춤하면서 언제 다시 밖에 나가야 될 지 모른다기에, 나가기 전에 얼굴 좀 보자-하고 친구 고향에 내려갔습니다. 울산입니다.

… 와, 그런데 벚꽃이 아주 그냥.

 

미안합니다. 실은 친구 핑계대고 벚꽃 보고 싶어서 내려갔습니다. 4월 5일 화요일, 이런 건 날짜가 중요하죠. SRT타고 12시 반쯤 출발해서 2시 반에 울산 도착, 9시 10분 기차 타고 서울로 돌아오는 코스(?)입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무거천입니다. 전 울산에 대해 잘 몰라서, 울산에 사는 수몽몽님에게 물어봤더니, 태화강 국가정원 갈 생각말고 무거천에 가라더군요. 현지인이 권하니 당장 목적지를 수정, 무거천으로 이동합니다. 리무진 버스로 한번에 갈 수 있네요.

도착하니 근처에 울산대가 있습니다. 같이 간 친구가, 온 김에 울산대를 둘러보고 가자고 합니다. 오랜만에 왔다는 데, 울산대 지리를 너무 잘 압니다. 왜 이렇게 잘아냐-했더니, 옛날에 연애할 때 자주 왔었다고. … 응?

울산대에서 나와 가볍게 커피 한잔 마시고, 무거천 끝자락으로 갑니다. 장관이네요. 큰 기대는 없었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말 그대로 흐드러지게 피어있더군요. 아니면 제가 딱, 날씨 따뜻하고 바람 안 불고 햇빛 적고 꽃은 만개한 그런 때에 찾아간 탓인지도 모릅니다.

코스가 짧아 보였는데, 생각보다 꽤 깁니다. 원하면 한참을 걸어다닐만큼 길어요. 이 천이 그대로 쭈욱 흘러서, 태화강까지 흘러가거든요.

솔직히 말하면 이어진 줄 몰랐는데, 걷다가 지도 앱을 켜보니 저기 태화강이 보입니다. 저기까지 걸어갈까? 하니- 자기 걷는 거 좋아한다고 걷잡니다. 물론 그 전에 ‘버스 탈 수 있으면 버스 타고’란 말을 하긴 했습니다만, 그냥 무시.

… 예, 저는 나쁜 친구입니다. 으하하.

그리고 역시, 태화강변에도 벚꽃이 가득. 무거천과는 다른, 그런 모습으로 피어있더군요. 하지만 이미 슬슬 지쳐버린 우리들. 원래 가려고 했던 식당으로 가려고 합니…다만, 월/화 이틀 휴무라네요. 그래요. 음식 파는 분들도 쉬셔야죠. 😂

어찌할까해서 주변을 검색하니, 이런저런 식당이 나옵니다. 둘러보다 햄버거집에 확 꽂힌 친구가, 여기 가자고 합니다. 어, 그런데 위치가 울산 혁신 도시네요? 이런데가 있어? 하고 물으니 모른답니다. 하긴, 알고보면 울산이 고향인 외국인 노동자였죠(…).

결국 또 걸었습니다. 택시, 택시를 중얼거리는 친구를 무시하면서요. 제가 원래 걷는 걸 좋아하거든요. 이래서 다른 사람이 저랑 여행 같이 안하려고 하고요. 친구가 없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슬프네요.

다행히 햄버거는 맛있었습니다. 쇠고기 패티가 무슨 너비아니 느낌이네요. 친구는 음료 대신 맥주를 시킵니다. 그리고 다시 태화강쪽으로 돌아와서(…) 잠깐 아이스크림 먹으며 수다떨다, 친구는 버스를 타러 가고, 전 좀 기다리다 리무진 버스 타고 울산역으로 가서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피곤하지만, 꽤 따뜻하고 다정한 하루였답니다. 좋은 기분이 남아, 몸이 너무 피곤해 딴 일 할 힘이 없어서, 기록을 남깁니다. 아 그런데 왜 집에 오니 와야할 택배는 사라지고 없는 걸까요. 뭐 어쨌든, 참 좋은 하루였습니다. 여러분도, 꼭 꽃 보러 나가세요. 좋답니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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