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등록금만큼 얻어가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라고?

1.
어느 분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등록금 만큼 얻어가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라-‘라고.

훗- 대충 어이없음.

등록금의 값어치가 안되면 안다니면 되는 것 아니냐구요? 하긴, 등록금을 대학 졸업장이라는 딱지값이라고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네요. 아니, 많은 사람들이 딱지값이라고 생각하고 돈을 내고 있지요. 게다가 대한민국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자기가 경제적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그 돈을 부모님들께 지원받고 있으니, 뭔가 돈 오르는 것이 얄밉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 일 때문에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며 문제해결에 몸바치긴 싫다-라는 자세를 고수하고 있겠군요. …물론 그것보다도, ‘어떻게’해도 등록금이 낮춰질 가능성은 없다-라고 비관적으로 생각할 사람들이 더 많겠지만.

… 왠지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자기가 직접 돈벌어서 대학 다니게 되면, 이 ‘등록금 인상’ 문제는 엄청난 사회적 이슈가 될 것 같은 생각이.

2.
학원과 학교의 차이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까요.
그리고 모든 것을 ‘개인’의 문제로 돌려버리는 사람들에게도.

여 러분들은 이 사회가 ‘약육강식의 정글’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 그렇다구요? 이런, 고대 원시 사회-_-에서 오신 분인가 보군요. 하지만 제가 발딛고 있는 곳은 분명, 명백히 정부와 행정, 사회조직이라는 시스템이 작동하는 대의제 민주주의 사회입니다. 그것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지의 여부는 나중에 따져보더라도 말이죠. … 각종 처세술과 경제서에서 아무리 인간을 ‘발가벗겨진 개인’의 상태로만 몰고가면서 ‘니가 잘나서 너 혼자 힘으로 잘 살아남아야 한다-‘라고 외쳐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는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닙니다.

제발, 속지 마세요.

3.
인간이라는 존재는, 약하면서도 영악합니다. 그러니 ‘학벌’과 ‘취직’을 따지는 대학생들을 탓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학점 관리’ 잘하고 ‘토익’ 점수 높여도 행복하게 사는 것과는, 아니 제대로 직장을 다니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사회적으로도, 단순히 더 좋은 직장- 더 나은 딱지-만을 위해서 대학에 다니는 것이라면 국가가 대학에 지원할 명분이 없겠지요.

국가경영-_-?의 차원에서는 앞으로 이 나라를 먹여살릴 ‘인재양성(인적 자원이란 싫어합니다. 내가 석유나 광물입니까?)’ 의 문제가 있고, 사회적 차원에서는 ‘여러 문제에 대하여 총체적으로 반성하고 비판하며 대안을 제시할 줄 아는 지성인’을 길러내는 문제가 있고, 더불어 한 사회에서 어울려 살아갈 사람들을 길러내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대학은 다른 사회 영역에서 정말로 다채로운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 몇몇 사람들이 자꾸 개인의 영달, 입신양명이나 출세의 문제로만 대학 문제를 만들려고 해서 골치지만.

뭐, 어떻게든, 한 사람이 사회에 나와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관한 문제입니다.

4.
점 점 더 살기가 어려워 진다면, 분명히 생길 겁니다. 대학 들어가고도 결국 돈 내기가 힘들어서 학교를 때려치우는 학생들이. 아니, 실은 이미 그런 친구들은 한번씩 걸러지고 있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등록금 낼 수 없어서 입학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으니까요.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면, 결국 있는 사람들은 더 배우게 되고 없는 사람들은 더 못배우는 사회,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최소한의 기본도 망각한 사회가 오게되겠지요. 그런 사회가 과연 행복할까요? 아마 엄청난 사회 불안이 있을 겁니다.

… 대학들은, 자신이 기업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기억했으면 합니다. 그게 싫다면 아예 진짜로 기업(아니면 학원)이 되던지. 최소한 제대로된 기업이라면 그따위로 운영하진 않습니다. 만약 대학으로서의 온갖 봉건성과 특혜는 다 누리면서도 돈문제만 기업처럼 벌어들이고 싶으면-(실은 그러고 있지만..)

… 진지하게, 혀깨물고 돌아가셔도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P.S 깨님의 등록금이 아깝지 않은 대학생?을 읽고 트랙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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