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아버지와 떨어져 살았다. 그것도 좀 멀리. 좀 오랫동안(왕복 차비만 20만원정도 나오는 곳이다...). 그래서 5월 8일날 아버지께 꽃을 달아드린 기억이, 국민학교 이후론 별로 없다.
...다행이라면, 내가 대학교 3학년부터는 꽃배달 서비스란 것이 대중화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때부터 나는 꽃을 보내드릴 수가 있었고, 가끔 집에 내려가면, 그 꽃을 받고 좋아하셨다는 얘기를 친구분들에게서 전해들을 수 있었다.
2. 물론 우리 아버지는, 절대로, 그런 것을 선물받았다고해서 자식들에게 전화하거나, 고맙다고 한마디도 할 사람이 아니다...
눈 앞에서 꽃을 선물한 다음
- 아빠, 고맙죠? -_-+
- 고맙긴 뭐가 고맙냐.(...-_-)/~ 아들이 당연한거지. ( ㅡo-)/~
- (우띠...-_-+++) ... 이쁘죠? ^^+
- 응, 이쁘긴 하네. (-.ㅡ )/~
이 정도가 들을 수 있는 최대한의 찬사일까.
3. 그런 아버지도, 가끔은 친절할 때가 있다. 가끔은 엉뚱하게, 사람에게 잘해줄 때가 있다. 몇년 전 내 생일이 그랬다. 생일 아침에 새벽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자마자 튀어나오는 아버지, 어머니의 목소리 그리고 합창 소리.
"생일 축하 합니다~ -_-;; 생일 축하 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아들~ 생일 축하 합니다~"
어머닌 방송국 MC 출신 답게 당연히 잘 -_- 부르시고, 아버진 트롯-_-풍의 목소리였다. 걸걸걸...
4. 이제 올해부턴 나도, 아버지에게 직접 꽃을 드릴 수가 있게 되었다. 물론, 가슴에 달아 드리지는 못하지만, 대신 예쁜 머그컵에 카네이션을 담아 아버지 앞에 놓아드렸다.
좋아하실런지 모르겠다.
사진 속의 내 아버지는 여전히 조금 삐진 표정이기도 하고, 조금은 즐거운 표정이기도 하다. 나는 여전히, 저 사람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언제 웃고 언제 울고 정말 기뻐하고 정말 슬퍼하는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5. 뭐, 말은 이렇게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알고는 있다.
예전, 어떤 잡지에 내 인터뷰 기사(칼라였다 -_-v)가 실렸을 때, 내 아버지는, 그 기사가 담긴 잡지를 사무실-_-에 비치하며 놀러오는 친구들마다 모두 자랑을 했었다고 한다. 우리는 몰랐지만, 나와 내 동생들이 상을 받거나, 선물을 하거나, 아뭏든 무엇인가를 할 때마다, 우리에겐 한마디 말이나 한 푼의 용돈-_-도 없이, 아버진, 무척 많이, 자랑스러워 하셨던 것 같다... 그러니까 틀림없이, 저기 하늘나라에서도, 옆의 사람들에게, 소주 한잔 마시면서 신나게 자랑하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올해는 아들놈에게, 직접 카네이션을 받았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