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 진실이 말소된 블로그

우리는 인터넷 검색을 할 때, 신문 기사 보다도 블로거가 직접 쓴 글을 더 신뢰한다. 신문 기사나 웹페이지의 내용은 “업자의 입장”에 유리하게 “만들어진 글”들이 대부분인 반면에, 개인이 직접 쓴 글에는 “그 나름의 진실”이 담겨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홈쇼핑에서 구입한 사람의 상품평이나 독자 리뷰가 중요시하게 여겨지는 것도, 최근들어 신제품 출시 이전에 “현장 테스트”란 명목으로 사람들이 쓴 리뷰를 모으는 것도 같은 이유다.

타인의 평가는 평판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업체에서 평판 관리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은 납득이 가능한 선이어야 한다.

오늘 올블로그 베스트 100 블로그들을 둘러보다가, 와니님의 「네이버 블로그의 포스팅 게시 중단」이라는 지난 3월달에 씌여진 글을 읽었다. 듀오라는 결혼 정보회사의 광고를 보고 느낀 것에 대해 쓴 글과 패러디한 글이 있는데, 그 게시물에 대해 업자가 항의해서 네이버가 일방적으로 임시게시중단 시켰다는 내용이다(임시라지만, 글쓴이가 항의하지 않을 경우 영구다.).

어이 없어서 입이 딱 벌어졌다.
네이버, 대체 어쩌자는 거냐?


네이버 블로그를 쓰다가 이글루스로 옮겨온 것이 작년 8월이다. 그때는 네이버가 정말 몸서리치게 싫었다. 왜 내 글 가지고 니가 멋대로 장사하는데?-라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서, 검열하고 짜르고 폐쇄하고, 이거저거 하지 말라고 윽박지르고… 정말 가관이었다. 대체 블로거를 뭘로 보는 건데?

사 실 업자와 블로거 사이에 자리매김하는 포탈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책임을 안지는게 장땡”이라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포털과 이용자의 관계는 매우 미묘한 것이라서, 정말 지혜롭게 정책을 집행해야만 한다. 공짜로 서비스 제공해주니 우리 입맛에 맞춰라-할때에 예-하면서 남아있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리고 만약 이제까지 네이버가, 대부분 업자(기업)들의 요구에 이런 식으로 처신해 왔다면, 지금 네이버 검색에는 과연 진실이 남아있을까? 나는 그것이 궁금하다.

세 상에는 수많은 이해관계가 존재한다. A가 이익을 본다면 그 A에 대한 헛소문을 퍼트려 이익을 얻고자 하는 B도 반드시 존재한다. 연예인들에 대한 ~카더라 식의 소문, 경쟁사에 대한 거짓 정보, 평판을 조작하려는 악성 바이러스 같은 덧글들. 오케이. 일정부분 걸러낼 필요가 있다고 하자. 하지만 진정 지혜로운 정책이 되려면, 걸러내야 할 글과 그렇지 않아야 할 글들의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해야만 한다. 항의 들어왔다고 일단 안보이게 하고 보는 행동은, 포탈 하나 살자고 하는 지독한 편의주의에 지나지 않는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지금의 네이버 블로그다. 아마 네이버 자신들은 잘 모를지도 모르겠다. 지금 블로그 검색이 얼마나 추악해 졌는 지를. 좀 유행한다 싶은 것들에 대한 정보를 잔뜩 긁어모아놓고, 자신들의 유료 사이트로 낚으려는 블로그들이 천지에 널렸다. 신문 기사나 남의 글들에 대한 무분별한 중복 스크랩으로 읽을만한 글을 찾으려면 한참을 뒤져야만 한다.

신문 기사에는 평-이 아닌 찌질이들의 댓글이 넘치고, 낚시성 게시물의 바다에서 안낚이려고 발버둥 치면서 헤엄쳐야만 한다. 좀 유명해 보려고 수없이 많은 이웃을 만들고 동보 글을 때리는 사람들, 예쁜 척, 착한 척, 친한 척하는 블로그들이 짜증날 정도로 흘러넘친다. 게다가 클릭 좀 하면 폐쇄된 블로그, 삭제된 블로그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솔직히 이젠 물건을 살 때도 네이버 검색을 믿지 않는다. 이글루스 밸리에서 한번 검색해 보는 것이, 물건에 대한 더 정확한 평가를 내리는데 훨씬 더 도움을 준다(하지만 이글루스 밸리는 검색 기능이 너무 미약하다…OTZ). 최근들어 네이버 카페가 활성화되면서 카페쪽에는 쓸만한 글들이 꽤 느는 것 같지만… 여기는 또 제대로 보려면 카페마다 일일이 가입을 해야만 한다. OTZ.

반면에 업체에 대한 솔직한 평가들은 업체의 항의에 의해 삭제되는 네이버 블로그. 그런 블로그가 대체 왜 존재하는 것일까. 내가 할 말이 있고, 내가 쓰고픈 글이 있기에 블로그는 의미를 가지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씌여진 블로거의 글이 블로거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라지는 블로그라면, 대체 뭣하러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일까.

혹시 네이버 블로그가 만들고 싶은 것은, 롯데월드 같은 놀이동산인 것이 아닐까. 오로지 꿈과 환상만이 존재하는. 여행기도 올리고/ 친구들이랑 서로 도닥여주기도 하고/ 쇼핑 정보랑 육아 정보도 나누고/ 책 감상과 영화 감상도 쓰고/ 일기장도 됐다가 사진첩도 됐다가 하고/ 요리 이야기랑 사랑 이야기도 잔뜩 올라와 있지만, 진실은 존재하지 않는. 그저 착하고 예쁜 이야기만 존재해야 하는.

“알아서 눈치보며” 글을 써야만 하는 네이버 블로그.

정말, 떠나오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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