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사람이 죽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오층짜리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중이었는데, 아시바(철근)을 들고 나르던 한 인부가 그만, 건물 바로 옆에 있던 전봇대에 걸렸습니다. 안전장비를 하지 않고 있던 그 사람은 감전되어 떨어졌고, 하필이면 전봇대의 철막대기 위로 떨어져 버렸습니다. 공중에 매달린 꼴이 되었지만, 감전된 몸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계속 전기가 통하던 그 몸에는 바로 불이 붙어버렸습니다.
…그렇게, 전봇대 위에서 타들어가더군요.
119 구급대가 출동했지만, 전기가 흐르고 있는 상태라 아무런 수도 못쓰고 있었습니다. 20분쯤 후에 한국전력에서 도착할 때까지 다들 아무 일도 할 수 없었지요. 하필이면 근처 초등학교가 끝날 무렵이라, 하교하는 애들 못보게 돌려보내는 게 고작.
옆에 있던 한 사람이 그러더군요.
“저거 안전장비만 하고 있었어도 괜찮았을 텐데… 저렇게 되면 보상도 못받아요-“
“예?”
“얼마 전에 법이 바뀌어서, 주인이 안전장비 지급하지 않으면 작업을 거부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대신에 안전장비 없이 그냥 작업에 들어가게 되면, 그거 다 자기 책임으로 되요…”
…하지만 고무 목장갑 주지 않는다고, 작업을 거부할 수 있는 일용직 노동자가, 이 나라에 몇이나 있을까요.
우연하게도 그 사람의 시체는 제가 잠시 머물렀던 병원의 영안실로 이송되었습니다. 천애고아, 삼십대 초반, 가족은 아내와 아기 하나. 결혼한지는 얼마되지 않고, 돌도 되지 않은 애기…
2001년 가을날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