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나온 무라카미 류의 책 가운데, 그나마 읽을만한 책. 메일진의 칼럼으로 연재 되던 글이어서 그런지 읽기에도 부담이 없다.
사회/경제적 관점으로 우리가 말하는 “연애질”이란 것에 대하여 신랄하게 이야기 한다. 말 그대로 능력없는 자에게는 연애도 없다-이다. 그런데 이 아저씨의 뇌는 아주 오래전에 이미 굳어버린 것인가. “사람은 모두 다르다”는 인정한다.
평등 따위는 없으며, 자신의 사회적 위치와 능력, 경제적 부의 소유 여부에 따라 인생은 정말 많이 달라진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ㅡ_ㅡ;; 1987년에 나온 “사랑과 환상의 파시즘”에 등장한 자신의 주장과 한치도 달라진 것이 없는 거잖아…ㅡ_ㅡ;;
그래도 이 책이 읽어볼만 한 것은, 우리가 알고 있으면서도 말하지 않고 있던 “연애와 결혼”이라는 관계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인 현실에 대하여,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있다는 거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연애에는 돈이 든다(연애의 리스크와 코스트, 그리고 이익) ㅡ_ㅡ; 그리고 괜찮은 사람-이라는 말에는 경제적으로도 왠만큼은 안정된-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사실 제대로 따지자면, 류의 말 그대로 연애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얼마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갈 수도 없다. 우리는 매스미디어에 때문에 마치 누구나 연애를 해야하고, 연애를 할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을 뿐인지도 모른다.
그래야 TV 드라마도 먹고 살고, 잡지도 먹고 살고, 음식점도 먹고 살고, 극장도 먹고 살고, 호텔도 먹고 살고, 기타 등등 연애 관련 사업들이 먹고 살지 않겠는가. 물론, 개인에게 연애가 필요한가 아닌가-는 전혀 다른 문제지만. (이때 떠오는 신경림 아저씨의 “가난한 사랑노래”)
여기까지 읽다가 조금 화가 났을지도 모를 당신에게,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말자. 그저 재밌게 읽고 웃어버리면 그 뿐. 무라카미 류는, 뭐- 스포츠 신문같은 작가니까. 혐오스러운 극단을 달리는 척 하는 작가이니까.
그 극단으로 달리는 점이 매력이라고? 그렇지. 하드코어 포르노 같은 작가지. 그런데 왠지 정말로 극단이란 이름을 붙여주기에는 좀 우습다. 자신이 입수한 정보와 포르노적인 선정성을 버무려 넣은 것을 작품이라고 볼 수 있을까나…
– 남자에게 의존해 살아가는 여자는 자신의 운명을 타인에게 맡기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분명, 굉장한 위험이다. 현명한 여자는 자신이 남자를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랄 것이다. 그 기준은 생활비를 자신이 벌 수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관한 것이 된다.
– 몰락의 가능성과 혼란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어떻게 살면 좋을까, 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아도 그럭저럭 해결되는 듯한 문화가 준비되어 있다. 그런 문화는 받아들이는 대상의 사고를 없애 버려야만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 에스테(피부 관리), 패션, 텔레비젼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코미디, 텔레비젼 게임(플레이스테이션), 가요나 가라오케(노래방)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p82
– 연애를 본뜨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커플도 있다. 텔레비젼 드라마나 소설 속에 박혀있던 연애라는 개념을 단지 모방하고 있는 것뿐인 듯한 연애. 모두들 연애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에 자신도 연애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 하지만 연애가 가능한 사람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연애를 모방하는 행위가 앞으로는 더욱더 늘어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p138
– 외모뿐 아니라 인간적인 매력도 없고 경제력까지 없는 남자가 연애의 상대를 찾기란 지극히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냉정히 생각하자면, 세상에는 그런 남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p149
–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좋아하지 않으면 안돼’라고 생각한다고 이성이 좋아지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얘기다. ‘이 사람은 재벌 후계자니까 좋아해야겠다’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있을 지도 모르겠다. ‘의사에도 호화 맨션을 가지고 있다고? 으흠, 바로 작업에 들어가야지’라는 식의 진부한 타입도 꽤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개발도상국형 사고방식은 일본에서는 아무래도 하층계급에 국한되는 일일 것이다.p30
– 브랜드는 차이를 은폐한다. p21
– 남자에게 의존해 살아가는 여자는 자신의 운명을 타인에게 맡기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분명, 굉장한 위험이다. 현명한 여자는 자신이 남자를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랄 것이다. 그 기준은 생활비를 자신이 벌 수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관한 것이 된다.
– 감각이 타인과 관계가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p33
– 연애는 결국 가장 확실한 사업이 될 것이다. 자신을 비싸게 팔 수 있는 남자와 여자는 만나는 장소야 어떻든 비즈니스 자격으로 연애가 성립될 것이다. p40
– 연애에 관한 에세이인데 어째서 고도경제성장시대의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라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연애가 그 시대의 라이프 스타일에 크게 의존한다는 사실을 명시한다면 쉽게 이해가 되실런지?
– 몰락의 가능성과 혼란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어떻게 살면 좋을까, 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아도 그럭저럭 해결되는 듯한 문화가 준비되어 있다. 그런 문화는 받아들이는 대상의 사고를 없애 버려야만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 에스테(피부 관리), 패션, 텔레비젼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코미디, 텔레비젼 게임(플레이스테이션), 가요나 가라오케(노래방)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p82
– 연애를 본뜨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커플도 있다. 텔레비젼 드라마나 소설 속에 박혀있던 연애라는 개념을 단지 모방하고 있는 것뿐인 듯한 연애. 모두들 연애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에 자신도 연애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모두들 좋아하는 사람과 섹스를 하기 때문에 나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런 것은 아닐까? 음악의 움직임이 끝나는 일은 있어도 인류로부터 연애라는 개인적인 움직임이 끝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연애가 가능한 사람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연애를 모방하는 행위가 앞으로는 더욱더 늘어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p138
– 외모뿐 아니라 인간적인 매력도 없고 경제력까지 없는 남자가 연애의 상대를 찾기란 지극히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냉정히 생각하자면, 세상에는 그런 남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p149
– 무엇을 하면 좋을지를 모르고, 시간이 남아도는 사람은 무심코 쓸데없는 생각을 하기 쉽다. 자신은 쓸모없는 사람은 아닐까, 라든지 누구도 자신을 사랑해 주지 않는 것은 아닐까, 라든지. 반대로 한 번 관계를 가진 이성은 자신에게 빠져 결코 싫어질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거나, 스무번이나 섹스를 했으니 절대로 자신을 싫어할 리는 없다든지, 그런 말도 안되는 일들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곤 한다.
집중할 일이 없으므로 자신과 그 주변의 일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 바쁜 사람은 스토커가 되기 어렵다. 상대의 아파트 앞에서 내내 서 있는 것도, 아무말 없이 전화만 거는 것도, 우선은 시간이 필요하다. P179
– 한 번 섹스를 했다고 해서 자신의 소유물처럼 취급하는 것도 의존이고, 지배하려고 하는 것도 의존이다. 상대방의 시간이나 자유를 침하해고, 상대방의 시간이나 자유를 빼앗고 지배하는 것으로 애정을 확인하려고 하는 것, 이런 것들이 모두 의존이다. P243
무라카미 류 지음, 김자경 옮김 / 제이북
나의 점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