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명품과 라이프 스타일 마케팅

1. 한 남성잡지를 보는 독자가 글을 썼다. 이 잡지를 봤더니 아는 형이 ‘부르주아 잡지’를 본다고 비웃더라-라고. 이에 대해 그 잡지는 대답했다. 그는 명품의 의미를, 그리고 명품을 이 잡지에 싣는 이유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다른 물건은 품질을 팔지만, 명품은 “가치”를 판다고.

그들이 말하는 ‘가치’란 “다른 사람에게 그럴 듯하게 보이는 가치“를 의미한다. 그렇기에 명품을 몰라보는 사람들 앞에서 명품은 무의미하다. 그래서 명품을 알아보는 사람들은 자기들끼리만 만나서 낄낄댈수 있는 구역을 만든다. 그들이 명품을 구입하는 이유는 다른 이와 자신을 차별화하기 위해서다. 대부분의 경우 그 차별은 “돈의 많고 적음”으로 이뤄진다.

2. 제품으로서 “명품의 가치”라고 믿어지는 것들은 라이프 스타일 마케팅에서 나온다. 라이프 스타일 마케팅이란 사람들에게 인생의 목표를 만들어주고, 마케터가 소개하는 물건을 사는 것이 인생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라고 인식하게 만들어주는 것을 말한다(p59). 비록 자기가 그런 삶을 살 수 없더라도 그 브랜드의 옷을 입거나 물건을 사용함으로써 그들이 표방하는 인생을 사는 듯한 기분이 들도록 해주는 것이다(p60).

허영, 열등감, 차별화- 이 세가지는 이른 바 명품-필요하지 않는 물건을 필요 이상의 댓가를 치루며 구입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하지만 물건의 구입만으로 그 세가지 마음이 채워지지는 않는다. 아니, 애시당초 물건을 통해 채워질 수 있는 마음이 아니다. 명품은 현대 사회라는 사막의 신기루에 불과하다.

3. 「공부기술」의 저자 조승연은 뉴욕에서 유학을 하며 쓰게된 자신의 책 「나는 맹수의 눈을 갖게 되었다.」에서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우리 학교에 초청돼 강의를 한 여러 명의 명품 마케터들은 하나같이 “뉴욕에서 물건이 안팔리고 재고가 나면 무조건 아시아로 보낸다. 거기서는 재고품도 두 배 가격으로 팔 수 있다. 이런 것을 바로 시장 다양화 전략이라고 한다”라고 주장했다. -p43

명품이라는 딱지 자체가 가치라는 말로 포장된 상술에 불과하다. “빈센트 앤 코”가 만든 가짜 명품 시계는 그런 명품의 속성을 거꾸로 이용했을 뿐이다.

물건의 가치란 그것을 쓰는 사람이 결정한다. 물건을 만드는 사람은 좋은 물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하지, 이 물건을 누가 쓰고 어떤 용도로 쓰고 이걸 쓰면 당신이 어떻게 되는지-떠드는 것은, 만드는 이나 파는 이가 결정해줄 문제가 아니다.

4. 반면 국민일보에 글을 실은 이주엽씨는 명품족을 욕하는 이들의 이중적 가치관을 비난하며 명품족을 옹호한다.

…과시욕은 시시한 주변부 욕망이 아니라 인간 작동 원리 중 하나다.

명품 입고 명차 타고 명품 아파트에 사는 건 생활의 안락함과 편리함을 넘어서는 일종의 판타지다. 자기가 특별함을 누리고 있다는 자부심과,타인의 특별한 시선으로부터 얻는 긴장감은 존재를 매우 행복하게 만든다.



그 욕망의 순도를 높이기 위해 사람들은 대가를 기꺼이 지불한다. 그 대가가 비싸다고 과소비라 비난하는 건 어리석다. 소비에 관한 지출 능력은 당사자가 제일 잘 안다.


명품족에게 과소비라는 딱지를 붙이는 건,정신의 엘리트주의자들이 감각과 욕망의 과도한 유통을 억압하고 경멸하기 위한 일종의 프로퍼갠더다. 욕망은 본질에 앞선다.


– 이주엽, 국민일보, 2006.08.15

하지만 그의 글에서도 직설적으로 드러나듯, 과시욕(허영)은 없는 사람이 있는 척 보이려고 할 수록 더욱 심해진다. 그리고 라이프 스타일 마케팅이 노리는 것도 바로 그 지점이다.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은 그렇게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일 필요가 없다.

5. 그렇다면,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을 어떻게 알아볼 수가 있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물건을 사기 전에 “이 물건이 정말 나에게 필요할까?”라고 자신에게 물어보면 된다. -_-;;

이런 질문을 진지하게 받는 순간, 모든 껍질들, 거짓으로 포장된 것들은 벗겨질 수 밖에 없다. 오래 쓸 수 없고,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고, 필요한 용도로 쓸 수 없는 물건을 왜 사야 하는가.

물론 세상을 ‘밥’만 먹고 살듯이 살 수는 없다. 밥과 반찬이 필요하듯 때로는 간식도, 가끔 먹는 맛있는 음식도, 영양제도 필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황제가 먹던 밥’이라고 한들 수십만원을 지불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그런 당연한 상식이 왜 명품이라 딱지 붙여진 물건의 구매에는 적용되지 않을까.

나는 명품을 산다고 말릴 생각도 욕할 생각도 없다.
하지만 그저 과시욕에서 물건을 산다면, 물건이 사용될 가치를 생각하지 못한다면,
기꺼이 낄낄대며 비웃어 줄 준비는 되어있다.

…그러니까, 내가 산 물건들은 절대로 지름이 아니라 ㅜ_ㅜ, 다- 쓸데가 있어서 산 거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정말?).

* 밸리의 「가짜 명품시계 논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에서 트랙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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