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피랍자들에 대한 입장 정리

1. 소말리아 피랍자들이 이슈가 됐다. 다행이다. 지난 8월 13일 협상은 완전 타결됐다고 한다. 다만 아직 선주가 몸 값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어떨까. 이럴때 몸값을 대신 내주면 그건 사람들이 세금 낭비했다고 뭐라하지 않을까.

2. 아프가니스탄 피랍자들만 돌아오고 소말리아 피랍자들은 신경쓰지 않냐고 사람들이 말한다. 아프가니스탄 피랍자들은 귀족이고 소말리아 피랍자들은 천민이냐고 한다. …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우스웠다. 그러니까 시니컬하게 말하자면

여러분들이 대체 언제부터 소말리아 피랍자들에게 관심 있으셨다고 그러세요?

였다. 나 역시 다르지 않다. 피랍으로부터 몇십일, 관심 없었다. 나쁜 놈이라고 해도 좋다. 세상 모든 일에 관심 가질 만큼 한가하게 살고 있진 않다. 이번 아프가니스탄 일도 ① 20명이 넘게 잡혀갔고, ② 두 명이 결국 죽음을 당했고, ③ 기독교에 대한 비난 여론이 블로그 스피어를 장악했으니 관심 가졌지 그렇지 않았다면 관심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 그래, 소말리아 피랍 선원들에 이야기는 관심 가지지 못했다.

3. 만약 블로그 스피어에 소말리아 피랍 선원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떠 있었다면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인간이란 남들 다 관심 가지는데 관심 가지는 법이다. 하지만 보자. 네이버 블로그 검색을 통해 확인한 결과는, 7월 23일까지는 ‘소말리아 피랍’ 선원들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었다. … 검색에 걸리지 않은 블로그 글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네이버 블로그 검색에 걸린 블로그 글로만 이야기하자면, 기사 스크랩을 제외한, 그들에 대한 관심을 요청하는 글은

한 건도 없었다.

7월 24일부터 본격적으로 아프가니스탄 피랍자들과 소말리아 피랍자들을 비교하며 글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도 7월 23일 연합뉴스에서 ‘소말리아 피랍자들도 있다‘는 식의 뉴스를 방송한 다음에야 겨우 나왔다. … 정말로 그런지는 모르겠다. 블로그 스피어를 다 뒤질 수도 없는 노릇이니. … 하지만, 절대적으로 관심이 부족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심지어는 소말리아는 왜? 라고 외치면서도 아직까지 8월 13일에 협상타결되었다는 이야기도 모르고 있을 사람이 훨씬 더 많을 거다.)

4. 그런 의미에서, 냉정하게 말해,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가 터진 것은, 소말리아 피랍 선원들에게는 오히려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국민적 냉대에 여전히 묻혀 있었을 것이다.  솔직히 지금까지 관심을 둘까-해서 글을 몇번 읽었다가 관심을 끄게 된 것은 아래와 같은 이유다.

① 2007년 1월 1일부터 소말리아는 여행 금지 국가였다.
② 납치된 선박의 선주는 한국인, 30명의 선원 가운데 4명이 한국인이지만, 분명히 선박은 탄자니아 선박이었고, 선원들도 한국에서 인가받은 선원들이 아니었다(한국 선원 자격증이 없다).
③ 납치범들은 몸값 협상 의사가 분명해 보였기에, 사람이 죽을 것 같지는 않았다.

아프가니스탄 피랍자들과 동일한 이유를 적용해 본다면, 이들도 역시 ‘가지 말라는 곳에 갔고’, ‘정부를 속이고(?) 탄자니아에 등록한 배로 갔으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였다.’ – 따라서 국가를 위해서 최전선에서 어업을 하다가.. 등등의 이유는 통하지 않는다. 배는 탄자니아에 세금을 내는 탄자니아 배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이슈가 되서 다행이다. 몇년전 소말리아에서 납치된 동원호의 선원들을, 프리랜서 PD 김영미씨가 취재, 구성한 한 권의 책이 있다. 「바다에서 길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이 책을 보다보면, 피랍 생활, 그것도 장기간의 피랍 생활이란 것은 그 자체로 끔찍하고 무서운 일이다.  이들은 이제 아프간 피랍자들과 비교 당하면서, 정부가 관심을 계속 가지도록 요구받게 될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피랍자들이 오로지, 딱 이거 하나 좋은 일 했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 소말리아,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따위의 글은 치졸하다. … 대체 언제부터 그렇게 관심을 가졌다고? 자신의 증오를 표현하기 위해 소말리아 피랍자들을 팔아먹지는 말자. … ‘소말리아 피랍자들에게도 관심을’은 옳다. 하지만 아프간 피랍자들을 욕하기 위해 소말리아를 써먹지는 말자. … 그렇게 치사하게 살지 말자.

바다에서 길을 잃어버린 사람들
김영미.김홍길 지음 / 북하우스
나의 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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