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연구소가 개념을 상실했다구요?

여름하늘님의 「안철수 연구소의 개념상실 헛소리」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솔직히 쎈 제목 때문에 클릭하게 되었는데, 읽으면서 뭔가 좀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확인해 봅니다. 정말 안철수 연구소가 개념상실한 헛소리를 했는지 궁금해서 말이죠. …사실은 빈정거림과 선전선동으로 가득찬 말투가 맘에 안들었다는(예, 저 솔직합니다.).

자- 저는 보안업계쪽은 문외한이니 자세한 기능은 접어두고, 여름하늘님의 글에서 지적하고 있는 몇가지에 대해 확인해 보고자 합니다.

 

1. 안철수 연구소가 말했습니다. “백신 소프트웨어의 무료화는 전 세계 유례가 없는 현상입니다. 무료 백신은 지속 가능한 비지니스 모델이 아닙니다.” 라고 (관련기사). 이 말은 안철수 연구소의 “보도자료“를 참고하면, 정확하게는 (실시간 감시 기능이 탑재된) 백신 소프트웨어의 (개인용에 대한) 무료화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현상이다, (마케팅 채널을 제공하거나 번들 형식이 아닌) 무료 배포는 지속가능한 비지니스 모델이 아니다, 라는 말입니다. (카스퍼스키도 기업용은 유료입니다.)

안철수 연구소가 좀 부풀린 감은 있지만- 이 내용은 (지디넷의 주장에 따르면) 지디넷의 「국산 백신 무료「태풍」···외산은「조난」 위기」라는 기사를 바탕으로 한 것 같습니다. 기사 내용에 따르면, 세계적 보안기업인 시만텍이나 트렌드마이크로가 개인용 백신의 무료화 계획이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문제는 “이는 외산기업들에게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겪어보지 못한 ‘황당한’ 일로 다가왔다. 미국에서 AOL(아메리카온라인)의 무료 백신 제공 문제가 도마에 오른적은 있으나, 우리나라처럼 유료 존립 자체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정도의 기사 내용을, “전 세계 유례가 없는 현상”이라고 안철수 연구소가 뻥쳤다는 거죠. -_-;

…그러나 그 정도 가지고 “대한민국의 대표 백신 밴더라는 기업이 헛소리와 거짓말이나 떠벌리며 무료화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좀 심하지 않을까요?

2. 그리고 자꾸 안철수 연구소가 무료 백신을 거부한다, 무료로 제공하지 않는다-라고 글에서 일관되게 주장하시는데, 보는 사람들에게 꽤 심각한 오해를 남겨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련된 기사에도 나왔지만, 이번 기자 간담회를 통해 안철수 연구소는 1월 31일부터 개인용 백신을 실질적으로 “무료”로 제공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유료 개인용 제품도 남겨뒀지만, ‘빛자루 특별판’을 무료 배포하기로 한 거죠. 설마 이 부분만 안보신 것은 아니겠죠? 사실이 아닌 주장을 바탕으로 “안철수 연구소가 무료 백신을 거부하는 이유”가 “단기적인 수익에만 관심이 있는 조루”라는 등, “자사의 백신 성능에 대한 자부심도, 자신도 없기 때문”이라는 등 하시는 것은, 좀 오버가 아닐까요?

 

3. 재밌는 것은, 여름하늘님도, 안철수 연구소도, 서로 상대방 보안프로그램에 대해 “단순한 돈벌이에 급급”하다고 깍아내린다는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일정정도, 안철수 연구소의 보도자료에 포함된 “안철수연구소는 최근 보안 위협이 국지적으로 발생하고 은밀하게 범죄화 경향을 보인다는 측면에서 국내 보안문제에 가장 우선시하여 처리한다는 점, 유사시 긴급 전용백신 무료 제공, 국가적 사이버 안보 위협에 대해 끝까지 문제 해결에 나서는 점”이 있다는 내용에는 동의합니다.

이건 그냥 경험적 의견에 불과하지만. … 지난 2003년 1월에 있었던 인터넷 대란(모르실 분들 계실려나?)에서, 가장 긴급하게 대응했던 쪽은 안철수 연구소와 하우리-등 국산 업계였습니다. 그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인터넷 대란을 어느 정도 빠르게 진정시킬 수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카스퍼스키나 알약이 그런 사태가 발생했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고는, 아직 별로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4. 마지막으로, 굉장히 쉽게 도태되어야 하는 기업은 당연히 도태되어 사라지는 것이 바람직한 경제원리-라고 하셨는데, 무슨 뜻인지? 바뀐 외부 환경에 적응못하는 기업이 정부지원이라도 받아서 살아가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안철수 연구소가 그런 기업이었던가요. 굳이 진화론을 끌어들이자면 “도태되는” 것은 있어도 “도태되어야”할 것은 없습니다. 진화는 서로의 우열을 다투며 일어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종의 다양성을 확장시키는 것이 유전자가 진화하기 위해 아주 옛날부터 선택한 전략입니다. 멀쩡한 기업보고 함부로 “도태되어야 할” 기업이라 부르다니, 무슨 배짱이신지 굉장히 궁금합니다만?

물론 저는 실시간 바이러스 프로그램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U2메신저에 있는 클린 기능 가끔 이용해서 정리해 주는 정도…랄까요. 안철수님은 좋아하지만, 안철수 연구소는 그리 좋아하진 않습니다. 이건 정말이에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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