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문에서 「‘부유층에 더’… 학자금대출 변질」이란 제목의 기사를 내놨다. 저소득층(1~5분위)의 대출비율이 줄어들고, 고소득층(6~10분위)의 대출 비율이 더 높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소득순위를 딱 잘라 고소득/저소득으로 나눈 것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2006년에도 년소득 7천만원이 넘는 부모의 자녀들이 학자금 대출을 받아서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사실 뻔한 이야기다. 어려운 사람들일 수록 작은 빚도 감당하기 힘들고, 그로 인해 추가 대출을 포기하게 된다. ... 다시 말해 돈 없으면 학자금 대출 마저도 포기하고, 대학을 안가게 된다는 것. 뭐, 이미 분명하게 진행되고 있었던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2008년 현재, 눈에 띄는 변화가 몇가지 있다. 정부보증 학자금을 신청한 사람은 2006년기준 전체 대학생의 약 14%, 31만4천명정도다. 2005년에 비해 약 37%가 늘어난 수치다. 그리고 그들은 대부분 소득분위 5분위 밑의 가구에 있는 학생들이었다. 그런데 위 표를 보면 알 수 있지만, 그 비율이 2007년부터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는 둘 중 하나다. 5분위 이상의 학생들이 학자금 대출 신청을 급격하게 많이 했거나, 아니면 5분위 이하의 학생들이 더이상 계속 공부하기를 포기(휴학, 입대, 취직 등)하고 있다는 것.
5분위 이상 학생들이 학자금 대출을 많이 신청하기 시작했다면, 단순 계산해서 대출자 숫자가 전체 대학생의 18%, 38만명 정도에 육박하게 되니 문제고, 5분위 이하의 학생들이 공부를 포기했다면, 그건 이제 등록금이 평범한 개인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치솟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니, 5분위 이상 학생들도 대출 신청을 할 정도로 등록금이 올랐고, 그 밑의 학생들은 이제 포기해야할 정도로 몰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지도 모르겠다.
2006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소득 분위 1-2순위는 가계소득 월 200만원 미만이다. 3~8순위는 가계소득 월 200만원에서 월 400만원 사이(보통 이들을 중산층이라 부른다.). 9순위, 10순위는 가계소득 월 600만원 이상, 800만원 이상인 가구다. 문제는 1순위와 10순위 사이의 소득 양극화가 엄청나다는 것. 심상정 의원이 통계청의 자료를 받아 지난 2007년 10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외환위기 이후 하위 10%(1분위)의 실질소득은 4%가 줄어 92만원 정도인 반면에, 상위 10%(10분위)의 실질 소득은 14 늘어난 758만원이었다.
하위 10%의 빚은 평균 577만원 정도로 작아보이지만, 평균자산 558만원보다 더 많은 빚이고, 상위 10%의 빚은 8500만원 정도이지만 평균 총자산이 13억 9천만원임을 감안하면 그리 크지 않은 빚인 셈이다(소득 양극화는 올해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사립대학들의 일반적인 한학기 등록금은 400-600만원 사이다. 한 학기 등록금이 하위 10%의 전체 가구빚과 맞먹는 금액인 셈이다. 다른 소득 분위의 평균 빚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대학 4년동안 등록금을 대출한다면 약 4천만원, 상위 10%가 가진 빚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을 빚져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웃긴 것은, 이런 학자금 대출 문제는 앞서 "이미 분명하게 진행되고 있는 일"에 걸린 링크나 의정백서로 나온 "대학 학자금 지원제도 실태와 개선방안"만 봐도 어느 정도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는 문제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아무도 해결할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 누가 선거때 외쳤던 "반값 등록금"이 "방값보다 비싼 등록금"이 될 판인데도 조용하다. 어제는 인수위 앞에서 등록금 시위를 하던 대학생 27명이 전원 연행되서 지금 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그렇지만 그건 알까? 전국의 200만명의 대학생들에겐, 어쩌면 한미FTA 보다도 이 문제가 더 심각하다. 그리고 그들은 대부분, 4월 총선에서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다.
총선에선 지지 정당을 따로 찍을 수 있다. 우린 지금부터라도, 등록금 문제에 관심 가지지 않는 당에겐 표를 주지 않을 것임을 선언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