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노우쑈는, 그냥 5월의 크리스마스 이브-같은 거야-
사실 몇 년을 봤어도, 스노우쑈에는 이야기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그저 상황이 존재한다. 마치 영화 ‘수면의 과학’을 보는 느낌이랄까. 누군가의 하룻밤 꿈을 들여다보는 느낌이랄까. 죽고 싶은 광대가 등장했다가, 침대를 배 삼아 여행을 떠났다가, 방을 청소하다 거미줄에 휩싸이다가, 슬픈 꿈 속의 천사들을 보다가, 관객들 틈사이에서 물장난을 치며 놀다가,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한다. 그 모든 장면에서 종이로 만든 눈이 내린다. … 그냥 그것 뿐이다.
그렇지만 나는 광대들을 사랑한다. 그들이 내게 보여주는, 나와 장난치자고 조르는, 그 하룻밤의 꿈을 사랑한다. 조금 느린 템포, 작고 간결한 웃음, 어떤 경우에도 잃지 않는 위트- 그리고 마지막에 펼쳐지는 눈보라와 공놀이까지. 5월의 밤에 펼쳐졌던, 그 나즈막하고 소박한 꿈의 시간을.
… 나는, 그 밤을 사랑한다.
* 2003년, 2004년 공연을 보고 이번에 다시 공연을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 두 번은 LG 아트센터에서, 이번엔 유니버셜 아트센터에서 관람했는데.. 개인적으로, 이번 유니버셜 아트센터 공연에는 좀 실망했습니다. 작은 공연장 규모나 조명 시설.. 그런 것들은 이해할 수 있지만, 뛰어놀던 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지만, 정말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공연의 마지막까지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필사적으로 막던 직원들.
공연 중간에 사진을 못찍게 하는 거야 뭐라 할 수 없지만, 공연 마지막에 사진 못찍게 막았던 적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스노우쑈의 마지막, 눈보라가 그치고 공이 굴러나오는 순간부터는 놀이의 시간입니다. 광대들과 함께 사진도 찍고 놀기도 하고 광대들이랑 어울리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 그 순간까지 사진 찍지 말라고 돌아다니는 직원들이, 앞으로 나오지 말라는 직원들이 안쓰러워 보일 정도였습니다. 다시는 이런 진행 없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