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달러 노트북 프로젝트와 앨런 케이

The best way to predict the future is to invent it.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 앨런 케이

네그로폰테 교수가 그동안 줄기차게 썼던 글을 읽은 사람이라면, 그가 추진하고 있는 100달러 짜리 교육용 노트북 프로젝트가 그리 어색하게 들리진 않았을 것이다. 그는 별명 그대로 디지털의 전도사다. 그에게 디지털 환경은 생존의 필수 조건에 가깝다. 그라면 충분히,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들에게 컴퓨터를 제공할 생각을 할 만하다.

그러나 나는, 그가 100달러 노트북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본다. 그 사람은 바로 앨런 케이다. … 솔직히 나는 이 사진의 뒤쪽에 그가 보였을 때, 꽤나 뭉클했었다.

..왜냐하면, 이 프로젝트는 바로 그가 꿈꾸던 것이었기 때문이다.

 

사진 제공:Declan McCullagh (CNET Networks)

앨런 케이가 누구냐고?

앨런 케이는 1940년 5월 17일생에 태어났다. 생리학자였던 아버지와 예술가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성장했으며, 명문인 브롱크스 과학고등학교에 입학했으나 정학을 당하고, 류머티즘 열로 쓰러졌으나 겨우겨우 졸업했다. 대학에서는 학교에 대한 반대 운동으로 제적을 당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콜로라도 대학에 입학한 후에는 거의 무대 음악을 작곡하면서 시간을 보냈으나 간신히 졸업할 수는 있었다. … 다행히 그는 군 복무 기간 중 컴퓨터를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인생은 달라졌다. 그는 제록스 알토 연구소, 아타리, 애플사를 거치면서, 그때 불기 시작한 PC 혁명의 중심에 있었다. 현재 C++이나 자바 같은 객체지향 프로그래밍 언어의 모태가 된 스몰토크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만든 사람이 그이다. 노트북 컴퓨터와 개인용 컴퓨터의 개념을 맨 처음  제안한 사람이기도 하고, 우리가 지금 흔히 쓰고 있는, 매킨토시와 윈도의 그래픽 유저인터페이스(GUI)를 고안해낸 사람이기도 하다. … 솔직히 이쪽 업계에서는 전설에 가까운 사람 되겠다.

 

재미있는 것은, 이 대부분의 아이디어들이 어린이들을 위해 고안됐다는 것이다. 그들이 좀 더 쉽게 컴퓨터를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스몰토크도, GUI도, 심지어는 노트북 컴퓨터까지.

지금 생각하면 너무 보편화 된 것들이라 뭐가 신기하냐고 하겠지만, 저 아저씨가 그런 것들을 고안했던 시절은, 까만 화면에 글자만 나오던 시절이었다. CP/M과 같은 DOS가 컴퓨터를 장악하던 시절, 심지어는 어떤 학교에서는 키보드도 없이 종이로 만든 천공카드를 이용해서 프로그래밍을 해야만 했던 시절에 말이다(리처드 개리엇이 그랬다).

자세한 내용은 이 곳에서 확인 가능하다(영문).

 

△ 이 아저씨가 앨런 케이다. 사실 외모만 본다면, 빨간 모자를 씌워놓으면 벽돌을 깨며 뛰어다닐듯 하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개척하는 것이다.

사실 이런 것까지 적어야 할 때면 꽤 쪽팔리다. 우리는 디지털 강국이라고 외치면서도, 실제로 그 디지털 기술을 누가 만들었는지는 모른다. 기껏해야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같은 정말 유명한 사람들이나, 칼리 피오리나 같은 사장 출신들만 알뿐. 하지만 꿈과 혁신은 그들에게서 이뤄지지 않는다.

어찌 되었건, 그가 전설이고 뭐고 간에, 그의 나이 이제 예순 여섯이다. 한국에서 나이 예순 여섯이면 어디 가서 뒷짐 지고 일이나 시키고 있을 때다. 하지만 나는 그의 얼굴을 본다. 여전히 어린이들이 컴퓨터를 쉽게 쓰게 하기 위해서 그는 움직이고 있었다. 이 아저씨도 꽤나 고집쟁이다.

그는 여전히, 어린이들이 컴퓨터 기술을 통해서, 다른 이들과 토론하는 법을,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믿는다. 다른 사람이라면 변절을 해도 열두 번은 했을 시간 동안, 그런 것은 다 젊었을 때 이야기라고 무용담이나 늘어놓고 있을 동안, 이 아저씨는 예나 지금이나 같은 꿈을 꾸고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자신이 가야 할 길을 가는 사람을 보았을 때, 나는 기분이 좋다. 응- 그래도 세상이 아주 나쁘게 돌아가지는 않는 구나-하고 생각한다. 내가 살아가는 길을 계속 살아가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겠구나, 하는.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하고 손 붙잡고 인사라도 하고 싶은 마음.

그의 얼굴을 보면서 뭉클했던 건, 그 때문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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