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는 인터넷에 대해 모른다

조선일보는 인터넷에 대해 모른다

조선일보가 자폭했다. '인터넷 시장조사기관 메트릭스'의 조사결과를 인용해 발표한 기사에  나타난 해석이 엉터리였던 것이다. 매트릭스의 조사결과는 '다음 아고라에서, 소수의 이용자가 대부분의 글을 올린다'라는 것이었다. 그 내용을 인용보도 하면서 조선일보는 "극소수가 토론 지배하는 다음 '아고라'", "3%가 전체 50% 장악… "자기 논리만 강요""라는 부제를 붙였다.

진실은? ... MLB파크의 디파르마님이 올린 글에 따르면, 가장 글을 많이 남긴 상위 게시자 10명(환율, 장국영, 네티즌왕국, 주몽, 대한민국, 피터팬, 노을바다, 주윤발,붕촌mbu, 킹업프레지던MB)은, 모두 한나라당 지지자들이었다. 조선일보의 말대로 극소수가 대부분의 글을 올리며, 그들이 나머지 이용자들을 장악하고 있다면, 다음 아고라는 한나라당 지지 게시판이 되어야 맞다.

알바를 이해하지 못한 조선일보

이런 상황도 이해하지 못하고, 여론조사업체의 조사결과가 뭘 말하는 지도 모르는 조선일보는, 신나서 아래와 같은 글까지 또 써댄다.

▶요즘엔 '아고라 폐인'이 부쩍 늘어난 듯하다. ... 5월 초부터 계속되고 있는 미국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는 인터넷 여론을 주도하는 이 사이버 폐인들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인터넷 시장조사기관이 4월부터 지난 18일까지 아고라에 올라온 글을 분석했더니 상위 10명이 2만1810건을 썼더라고 한다.... 보통 사람은 엄두도 못 낼 지극정성이다. 이런 '폐인문화'의 에너지가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활동으로 이어지지 않고,육두문자만 오가는 험악한 싸움으로 낭비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조선_[만물상] 사이버 폐인


우리들에게 인터넷 알바(?)로 지칭되는 '망나니짓'을 하는 애들은 그리 낯선 것이 아니다. 예전 피씨통신 시절부터 이런 녀석들 꼭있었다. 듀나는 한때 이런 아이들을 '니트로잽'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러니까, 관심 받고 싶어서 남들 안하는 짓, 땡깡 부리는아이들이다.

단지 말썽꾼이죠. 최근 인터넷 상에서 일어난 감정 싸움 중 아마 10분의 1은 이 친구의 책임일 거에요. 천박하고 사람을 짜증나게 만들고 말귀를 못 알아들으면서 치사할 정도로 교활하죠.

- 듀나, 니트로잽을 아세요?

이들이 하는 행동 패턴은 1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 스누피 팬클럽 사이트에 가서 "스누피 개새끼, 보신탕으로도 아깝다!"라고소리지르는 인간들이라면 이해가 쉬울까. 한마디로 왜곡된 형태의 '명예욕'을 근간으로 비방을 일삼아 '전체 분위기'를 흐리는 것이 목적인 아이들이다. '욕먹는 것도 사랑'이라고 느끼는 메저키스트적 기질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좋겠다. 이들의 행태는 주로 다음과 같다.

  • 천박한 의견과 아이디어
  • 욕설과 비방으로 도배하기
  • 논리를 갖춰서 증명하지 못함
  • 쪽수가 모자라면 물량공세
  • 내용과 관계없는 지엽적인 사실들로 말꼬리 잡기
  • 물타기(논점 전환)

보통 '흙탕물 뿌리기'라고 부르는 짓이다. 사실 물타기는 이들에게 있어 고급 기술에 가깝다. 이들은 그런 시간이 많이 걸리는(?)방법은 잘 쓰지 않는다. 논리가 안되니 게시판 도배로 물타기를 시도할 뿐이다. 그러니 글은 천박해지고 갯수만 많아진다. 당연히 일방적으로 많이 쓸 수 밖에 없다. ... 이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니, 조선일보가 덥썩 떡밥을 물어버린 것이다.

인터넷 정량 조사의 함정

만약 단순히 게재자에 따른 글 게재숫자를 조사한 것이 아니라, 다음 아고라 베스트-를 조사했다면 결과는 또 달라졌을 것이다. 만약조사를 원했다면 아고라 베스트를 조사하는 것이 더 맞다. 그렇지만 그러지 못했다. 여론조사업체 매트릭스가, 다음 아고라에서 어떻게 여론이 생성되는 지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탓이다. ... 인터넷 여론조사업체라면, 좀, 쪽팔려야 할 부분이다. 아니면 고도의 조선일보 안티거나.

사실 이번 조선일보의 자폭은, 인터넷 정량조사가 가지는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인터넷에 생성된 게시물 숫자와 링크된 숫자들을 '세어서' 어떤 흐름이나 영향력을 체크하려는 시도는, 기초 자료는 될 수 있을지 언정, 인터넷이 어떻게 움직이는 지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내가 쓴 영화평이 똑같이 500번 읽혀도,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사람들이나 영화잡지 기자들'에게 500번 읽히는 것과 '그냥 다음 블로거 뉴스에 노출되서' 500번 읽히는 것이 엄청나게 다른 것과 같다.

전체적인 관계의 흐름을 알지 못하면 인터넷은 결코 읽을 수 없다. 거기에 '미리 전제를 깔아놓고(아고라는 소수에 의해 선동되고 있다) 자료를 해석하려고 들면, 바보 취급 당할 수 밖에 없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 뭐, 이건 조선일보나 우리나 모두 같이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 다음에서 매트릭스의 아고라 조사에 대한 안내글 나왔습니다.
http://bbs3.agora.media.daum.net/gaia/do/home/read?bbsId=N001&articleId=44&pageIndex=1&searchKey=&searchValue=&sortKey=depth

아고라에서 자체적으로 조사(?)한 자료도 나왔네요.

About Author


IT 칼럼니스트. 디지털로 살아가는 세상의 이야기, 사람의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IT 산업이 보여 주는 'Wow' 하는 순간보다 그것이 가져다 줄 삶의 변화에 대해 더 생각합니다. -- 프로필 : https://zagni.net/about/ 브런치 : https://brunch.co.kr/@zagni 네이버 블로그 : https://blog.naver.com/zagni_ 이메일 : happydiary@gmail.com ---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