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소개된 일본 유명맛집, 왜 맛이 없을까?

처음 일본 라면을 먹었을 때는 무척 당황했었습니다. ‘이게 대체 뭐야!’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러니까, 다를 거라고 머리론 생각했지만, 막상 혀는 ‘그동안 알고 있던 라면의 맛’에 대한 기대를 전혀 저버리지 않고 있었던 겁니다. 쿄토에서 100년 넘었다는 장어덮밥집을 찾아갔을 때도, 우에노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모밀국수집을 찾아갔을 때도 그랬습니다.

사실 사람의 몸은 굉장히 보수적입니다. 머리로는 알아도, 몸의 습관이나 맛에 대한 기억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오죽하면 외국나가 오래있으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고향에서 먹던 음식’일까요. 그래서 해외 여행중 가장 신경쓰면서도, 가장 자주 실패하는 것이 바로 ‘먹거리’ 찾기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책에 소개된 유명 맛집’만 골라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곳에 가면 최소한 실패하진 않겠지-하는 믿음 때문이랄까요. 하지만 실제론, ‘책에 소개된 유명 맛집’에 들어갔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반대로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간 가게에서 맛있는 음식을 발견하는 경우도 많구요. 대체 어찌된 일일까요?

책에 소개된 유명 맛집이 맛없는 이유

일단 두가지는 전제를 하고 시작해야 겠습니다. 우선, 다른 나라 사람들의 입맛은 우리나라와 당연히 ‘다릅니다’. 따라서 그 나라 사람들이 무척 좋아해도, 우리 입맛에는 맛없게 느껴질 수가 있습니다. 다음, 모든 사람의 입맛은 역시 ‘다릅니다’. 따라서 모든 사람에게 맛있게 여겨지는 음식점은, 실제론 존재하지 않습니다.

더불어 여행책자에 소개된 맛집을 찾아갈 경우, 우리는 그에 상응하는 ‘맛있음’을 기대하게 됩니다. 반면 우연히 들어간 음식점에서는 ‘나쁘지만 않기’를 바라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기대치가 높을때는 어지간한 맛이 나와도 ‘실망’하게 되는 반면, 기대치가 낮을 때는 ‘어지간한 맛만 나와도’ 감동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핑계를 다 빼고 말하자면, 여행책에 소개된 맛집들이 맛이 없는 이유는, “정말 맛이 없기 때문입니다.” 조금 당황스러운 주장인가요? 🙂 사실이 그런걸요- 뭐. 물론 모든 여행책자에 소개된 맛집이 맛이 없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의외로 맛이 그럭저럭인 집이, 상당히 많습니다.

지금 근처에 여행책이 있다면, 한번 펴놓고 음식점 소개를 들여다 보세요. 대부분 ‘~래서 유명하다’라거나 ‘~기로 소문났다’ 아니면 그냥 뭐파는 음식점인지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주를 이룰겁니다. 예, 자기가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라, 남이 만들어 놓은 자료 보고 썼다는 이야기입니다.

경험이 담겨있지 않은 여행책이라면, 참고만 하자

일본 여행 책자는 크게 세가지 부류로 나뉩니다. 하나는 ‘번역서’. 저자가 따로 적혀 있지 않으면 일본에서 출판된 여행책자를 그냥 번역해서 내놓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보통 굉장히 많은 여행 스폿이 소개되지만, 여기서 말하는 것이 뭔지 우리는 알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한 것이, 일본 국민을 위한 여행서니까요.

두번째는 전문 여행작가가 쓴 것. 이 경우 어느 정도 신뢰할만 합니다. 대부분 전문 여행작가들은 그 지역에 통달해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일본 여행 전문 작가는 많지 않지요. 대신 기자-나, 출판사(잡지) 편집팀에서 작성된 것이라면 일단 의심하는 것이 낫습니다. 대부분 자기자신의 경험 보다는 ‘자료’를 모아놓고 글을 쓰거든요. 여행안내책자에서 소개된 곳도 일단 의심하는 것이 낫습니다. 여기에 실린 음식점의 대부분은 ‘광고’이기 때문입니다.

세번째는 개인의 여행기입니다. 이 경우 생각보다 자료가 많지 않아서, 여행갈때는 안들고 가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실은 이런 책에 실린 것이 가장 신뢰할만 하긴 합니다. 여행지에 오랫동안 머물렀거나, 자기 자신이 직접 경험한 곳에 대해서 경험한 만큼의 정보를 주기 때문입니다. 다만 글쓴이와 취향이 다르다면 정말 고생하게 되지요…

…결국, 책에 소개된 일본 유명맛집이 맛이 없는 이유는, 개개인의 경험에 기반하지 않은, 광고나 자료를 보고 쓴 글들이기 때문입니다.

일본 여행에서 맛있는 맛집을 찾는 법

그렇다면 일본 여행에서, 정말 맛있는 맛집을 찾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 우선 개인적인 경험으로 얘기하자면, 의외로 싼 음식점들이 먹을만 합니다. -_-; 정말 배가 고프면 근처 눈에 보이는 음식점에 들어가세요. 엉망인 가게도 있지만, 메뉴만 제대로 고르면, 대부분 기대치에 비해 먹을만한 음식들이 나옵니다. -_-; (참고로, 전 도쿄 지하철 역에서 파는 300~400엔짜리 우동도 무척 좋아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동호회나 블로그에서 정보를 얻는 겁니다. 맛집만큼은 정말, ‘개인이 경험한’ 것에 기반한 정보만이 가치가 있습니다. 다음 블로거 뉴스에서 ‘일본 맛집’이라고만 검색해도, 수없이 많은 맛집들이 튀어나옵니다. 다음카페 ‘일본여행동아리(J여동, 링크)‘의 여행기를 읽어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물론 여행정도 카테고리에서 ‘추천 맛집’ 게시판을 참고하는 것은 필수!

보다 전문적인 조언을 얻고 싶다면, 까날님의 블로그 ‘일본에 먹으러 가자(링크)‘를 추천합니다. 이 블로그에는 평소에 들리셔도 좋아요. 단, 배고플 때는 빼고 말이죠. 일본어가 가능하면 ‘구르메 워커(링크)‘도 꼭 참고해 보세요. 일본 각 지역의 다양한 음식점 소개에, 그 음식점에 대한 평가가 담겨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른 나라에서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배고픔을 떼우는 행위가 아니라, 하나의 ‘경험’임을 잊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경험으로 음식을 즐기기 위해선, 열린 마음이 필요합니다. 맛있다/없다-도 역시 중요하겠지만, 이 나라 사람들은 이런 음식을 좋아하는 구나-라고 여길 수 있는 열린 마음. 기왕이면 맛있는게 백배 더 좋은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말입니다.

* 머쉬룸님의 「책에 소개된 일본 유명맛집, 믿을 수 없다」를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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