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으로 살아남은 조승희

게임으로 살아남은 조승희
작년 4월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난 이후, 그 사건을 묘사한 플래쉬 게임이 만들어져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뉴그라운드」라는 플래쉬 포탈 사이트에 올라온 그 게임은, 조승희가 주인공이 되어 경찰들을 피하고, 학생들을 죽이는 게임이었다. 얼마전 '게임 윤리'에 대한 글을 쓰다가 다시 생각나서, 설마 아직까지 남겨져 있을까-하는 생각에 찾아가 봤는데 ... 세상에, 아직까지 남아있었다.

'뉴그라운드'에서 버지니아 공대를 의미하는 'V-tech'를 검색하면 여섯개의 자료가 뜬다. 그 중 다섯개는 플래쉬 무비로, 4개는 조승희에게 희생된 사람을 추모하고, 조승희를 욕하기 위해 만들어진 무비이고, 나머지 하나는 조롱인지 칭찬인지 모르겠지만, 조승희를 미국의 영웅이라고 칭송하고 있다. (여섯개 모두 안보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

그 중 맨 위에 있는 것이 앞서 말한 조승희 게임. 이 게임을 만든 제작자는 2000달러를 주면 이 게임을 플레이하지 못하게 하고, 3000 달러를 주면 아예 지워버리겠다고 말했다지. 그러면서 또 그랬다. 그렇지만 아무도 내게 그런 돈을 주지 않을 거라고. 다들 막아야 한다고 말만 하면서 행동하진 않는다고. 그게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이라고.

... 게임은 그냥 8비트 시절 게임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뭐랄까, 사람을 농락하는 것 같아서 조금 거북하다. 만든이 프로필 페이지를 찾아가 봤는데, 그냥 전형적인 악플러- 다. 마냥 안티가 좋아서 안티하는 사람-이랄까. 지금까지 만든 플래쉬 무비나 게임이 죄다 남의 신경을 긁어대는 그런 것들.

대체 이걸 표현의 자유로 봐야하는 건지, 아직 철이 덜든 아이의 객기로 봐야하는 건지, 그리고 그 사이트는 왜 아직까지 저런 게임을 그냥 놔두는 건지... 모르겠다. 하긴, 이런 것에도 관대해 져야만 표현의 자유가 보장받는 것은 사실이다. 플레이보이와 마르크스가 따로 취급받을 이유가 없다. ... 그래도, 여전히 어이없긴 마찬가지. 조승희는 엉뚱하게, 어쩌면 그를 닮았을 지도 모를 누군가에 의해, 이런 곳에서 여전히 살아숨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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