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은 진짜 대일본(大日本)의 본(本)일까?

밑에 적어놓은 글의 댓글에, 하도 많은 사람이 서울시청이 대일본의 本이라고 해서, 호기심이 생겨서 알아봤습니다. 정말 서울시청은 대일본의 本 모양을 따서 만든 건물일까요? 의심을 하게된 이유는 단순합니다. 제가 알기론 일제시대 서울은 조선총독부(구 중앙박물관, 현재 해체) – 경성부(현재 서울시청) – 조선은행(현재 한국은행)의 라인을 중심에 놓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 경성부(서울시청)가 생기기 전에 있었던, 경성일보 사옥의 모습

언제나처럼(?)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조선총독부-경성부-조선은행(또는 조선신궁)의 라인이, 일제 시대 서울 지배(당시 경성)을 위한 라인이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서울시청이 대일본의 本이란 근거는 찾을 수 없었다-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링크된 기사를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한겨레 신문은 2006년, 오마이뉴스는 2004년에 작성된 기사니, 지금 ‘서울 시청 태평홀 날차기 철거’ 사안을 두고 씌여진 기사는 아닙니다. 왜 이맘때 이 기사를 썼나-해서 살펴보니, 서울시에서 서울시청을 철거하겠다고 하면서, 그 근거로 이 ‘대일본’설을 들이밀었군요.

또한 일제가 1920년대 경성부 청사를 지으면서 현재의 시청 본관 건물을 일본(日本)의 본(本) 자 모양으로 형상화한 점을고려해 본 자를 이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태평홀(104평)을 허물어 정원 공간으로 바꾸는 방안도 문화재 당국과의 협의하에추진해나갈 계획이다.

동아일보 2006년 9월 21일자,_서울 새청사 재설계… 21층→19층… 저층은 계단식으로

이 주장에 대해 위에 링크한 오마이뉴스 이순우 기자의 기사를 잠깐 따와 대답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조선총독부 청사와 경성부청을 일컬어 ‘대일본’ 형상의 저의를 담은 것이라는 속설을 꺼내는 것은 비록 간결하고 매우인상적인 설명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이를 다 믿어도 좋을 만한 것으로 받아들이기에는 그 논거가 거의입증된 바 없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히 기억하는 것이 좋겠다.

말하기 어려운 시절에는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어려웠다손 치더라도 해방이 되고 나서도 왜 우리들 스스로의 손으로 그러한 일제의 음흉한 저의를 증언하려는 기록이나 회고가 없었던 것인지는 참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그러하던 차에 어느 날 ‘느닷없이’ 대일본 형상에 관한 얘기가 기록으로 등장하고 또 이것이 공중파 방송을 통해 재확산되면서 어느새 모든 사람의 상식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그때가 바로 1990년이 넘어갈 무렵이었다.

찾아보니 이 주장이, 김영삼 정부에서 조선총독부를 해체하는 근거로도 이용됐다는데, 직접 언급된 문헌을 찾아보진 못했습니다. 물론, ‘대일본’설을 주장하는 문헌이나 조사자료 역시 찾아보지 못했습니다. 다른 학자들의 지적대로, 대일본설이 사실이라면, 광복 이후 60년이 넘도록 한번도 이에 대한 조사나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정말 신기합니다.

‘대일본’설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그럼 하필 이 무렵 왜 이런 주장이 나왔을까요? … 글쎄요. 떠도는 소문에 대해 정확한 사실을 안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다만, 이 이야기가 공론화된 시점이 95년, 광복 50주년 전후-였다는 것은 감안해야 할 듯 합니다.당시 김영상 점부는 ‘민족정기회복사업’이란 이름으로 쇠말뚝 제거사업과 일제가 개악한 고유지명 찾기 등을 벌였습니다.

쇠말뚝 제거 사업은 1985년경부터 민간 주도로 이뤄지다가, 95년 창덕궁 인정전 뒤 지하 18m 지점에서 석침이 12개 발견되면서 꽤 유명해졌습니다. 이 쇠말뚝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몇몇 풍수지리를 배운 분들 사이에서는 일제가 다양한 형태의 풍수 침략을 감행했으며,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쇠말뚝’을 이용한 지맥 끊기-라고 회자되는 것 같습니다.

이는 일제가 조선 사람들의 ‘정신적 충격’을 노리기 위해 자행한 방법으로, 이와 더불어 지명 바꾸기 및 건물 세우기-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한국에 풍수 침략을 했다는 주장입니다. 그 건물 세우기의 실례로 ‘조선총독부’가 등장하는데, 이런 논리가 결국 ‘대일본’설로 발전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이러니 한 것은, 이런 풍수지리에 기반한 주장에 대해 가장 강력하게 공격한 것이 바로 우파라는 사실(응?). 월간조선은 95년 10월호에 ‘김영삼 정부는 風水정권인가?’라는 기사를 실어 ‘쇠말뚝 뽑기 사업’을 아예 부정했으며, 1999년 이이화와 복거일은 차례로 풍수지리의 비과학성을 공격하기에 이릅니다.

역사를 어떤 눈으로 바라봐야만 할까

사실 지금 시청이 있는 자리는, 그러니까 경운궁과 그곳을 중심으로 한 서울 광장 자리는, 조선시대부터 서울의 중심가였습니다. 애시당초 고종이 아관파천이후 덕수궁(경운궁)으로 환궁(1896)을 결정하면서 부터 추진한, 대한제국의 도시개조사업 핵심에 놓여있던 공간입니다.

일제는 경복궁이 있던 자리에 조선총독부를 건설함으로써 자신이 조선의 지배자임을 알리려 했으며, 경성(서울)에 거주하고 있던 일본인들의 편의를 위해, 경성의 중심지역에 경성부를 지었습니다(경성부는 총독부와는 달리, ‘경성 도시계획연구회라는 재경 일본인 이익단체의 주도로 이전 논의가 시작 됩니다.).

그러나 경성에서는 일본인의 수가 전체 인구의 15~23% 정도를 항상 유지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의 대부분은 개별적으로 집단적으로 일본인 중에서도 상층부에 속하는 인사들이었다. 따라서 이들이 본래 영사관 청사로서 위치상으로 상당히 치우쳐 있었던 경성부 청사를 ‘부의 중심’으로 이전하자고 주장하기 시작한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 신축부지는… 현재의 서울시청 자리로 결정되었다. 이 자리는 바로 경운궁을 측면으로 바라보는 자리였다. 병합 이후 경운궁과 그것을 중심으로 한 방사상 도로망은 버려진 공간이 되었지만 그 자리는 여전히 경성의 중심이었던 것이다.

– 염복규, 서울은 어떻게 계획되었는가, 살림, 2005, p14~15


자- 이제 대략의 틀은 드러났습니다. 서울시청이 일제의 잔재임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어떤 풍수지리나 대일본을 표시하기 위해 지어졌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그리고 이제 서울시는 새로운 서울 시청의 건설을 위해, 서울 시청의 일부를 없애야만 한다고 말합니다. 서울 시청의 신축은 1980년부터 이야기된 일로, 솔직히 더 미루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어차피 일제의 잔재니까, 싹- 다 밀어버리고 새로 지을까요? 아니면 서울시의 주장대로 안전문제도 있으니, 일부만 보존하고 나머지는 밀까요? 아니면 치욕의 역사도 역사이니, 현재 모습을 보전한 채로 새로 건물을 올려야 할까요? … 예, 분명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역사를 어떻게 보는가와도 바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싹 밀어버릴까요? 그런 논리라면,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일본 시대 건축은 없애야만 한다는 결론이 내려집니다. 하지만 역사는 그렇게 지워버린다고 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좋은 도시는 시간을 품으며 자라납니다. 아프고 슬픈 것이든, 기쁘고 환희에 찬 공간이든. 지우고 복원해야만할 공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두를 지워버릴 수는 없습니다.

일부만 보존하고 나머지만 밀까요? 그렇지만- 일부가 훼손되면 전체의 의미도 많이 퇴색하게 됩니다. 우리가 원하는 시간은 어떤 ‘기념비’나 장식품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모조리 놔두고 지키자는 말이냐구요? 예, 일단은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을 굳이 고집하진 않습니다.

결국 제가 원하는 것은, 어떤 결론이 나든, 그것이 시민들의 동의를 모아가며, 합의를 이끌어내며 진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 물론, 그렇게되면 또 너무 시간이 걸린다는 문제가 남겠군요. 하긴 진작에 했어야 하는 일입니다. 그런 일들이, 아직껏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는 것에, 그저 한숨이 나올 뿐입니다.

* 한가지 궁금한 것, 현재 한국의 풍수책중 많은 책이 일제 시대 당시 조선총독부 학무국의 촉탁으로 무라야마 지쥰(村山智順)이 한국의 민속과 신앙에 대해 조사하고 써낸 ‘조선의 풍수(1931)’란 책에 의존하고 있다는 데, 사실인가요?

* 이 글도 한번 읽어보세요.

* 혹시라도 더 관심있으신 분들은 아래의 두 책을 추천합니다.

세종로의 비밀
유길상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나의 점수 : ★★★

서울은 어떻게 계획되었는가
염복규 지음 / 살림
나의 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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