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논쟁, 겉으로라도 예의는 지킵시다

RSS로 들어온 글을 읽다보니, 왠지 ‘여성 중심 사이트’에 대한 옹호글이 많이 보입니다. 갑작스럽게 왜 여성향(?) 사이트에 대한 글이 많아졌을까-하고 뒤져보니, 이런, 쿱미디어에서 떡밥을 던졌군요. -_-;;

윗 글의 주장을 요약하면 “언론이나 포털은 흥미로운 컨텐츠를 많이 보유해야 한다. 그렇지만 여성회원들의 수가 압도적이라면 사이트 운영에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여자회원들은 공공이슈보다 관계지향적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으니까. 한마디로 여성회원이 만들어내는 소소한 이야기보다 남성 회원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가 사이트 운영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

이에 대해 블루문님이 직격탄을 날려버렸습니다.

이 글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멋도 모르고 떠들지 마라, 비판하려면 제대로 해라”.

가벼운, 너무 가벼웠던 쿱미디어

차니님은 쿱미디어의 이번 글에,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혐의를 두고 계시지만, 또는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버리긴 했지만, 그 생각에 동의하진 않습니다. 그러니까… 뭐랄까, 사건의 성격이 너무 구립니다. -_-; 오히려 쿱미디어의 앞길에 마이너스가 되기 충분한 사건이라서. 무엇보다, 쿱미디어에 올라온 글이, 미디어를 자처하는 팀블로그-에서 올리기엔, 너무 가벼웠습니다.

① 아이디어 수준의 주제로 글을 포스팅하려면, 아이디어임을 충분히 밝히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이래선 싸이월드 망하지 않을까?’와 ‘이러니까 싸이월드 망할 수 밖에 없다’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뜬금없이 ‘마이클럽의 쇠락, 싸이월드의 정체 = 여성향 사이트의 몰락’으로 단정짓고, 그 이유를 무려 ‘남/녀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의 차이!’에서 찾은 다음, 남자 회원들을 잡으라고 부추기고, 네이버와 야후는 남성 회원들의 활약이 눈에 띄는데 싸이월드와 다음은 여성과 장년층 회원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고 말하면서, 주요 포탈들의 향방을 예측할 수 있는 단초라고 말하는 것은… 욕 먹으려고 작정한 거죠? 🙂

② 단정적인 어조로 글을 쓰려면, 충분한 근거가 필요합니다.

물론 쿱미디어처럼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넘어, 주장을 담은 글로 나아가려면 근거가 필요합니다. 주장을 했으면 당연히 근거를 들어 증명을 해야죠. 이때 데이타, 또는 다른 사람 말이나 글의 인용이 필요합니다. 왜냐구요? 자신이 근거로 들이민 데이타를, 타인이 검증가능해야 하거든요.

③ 아이디어를 가지고 글을 쓰기 전에, 한번 쯤 의심해보진 않으셨나요?

그런데 막상 쿱미디어의 글에선 데이터나 검증 가능한 자료들, 주장을 뒷받침해줄 만한 근거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글쓰기 전에 준비 하나도 안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다시 말해, 자신의 아이디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보지 않았다는 거죠. 감상-은 누구나 쓸 수 있습니다. 정보는 편집해서 전달하면 됩니다. 하지만 주장은 다릅니다.

보통 ‘아이디어’가 처음 생각났을 때, 재밌긴 하지만 대부분 헛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료를 찾고 글을 쓰다보면,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항상 수정됩니다. 안 그런 경우요? 물론 있습니다. 글의 주장에 맞게 데이타를 짜집기하는 경우죠. -_-; 이런 부류의 글을 쓰는 사람들은 그냥, 상대 안하는 것이 삶에 도움이 됩니다.

Gender(성역할)와 Class(계급)은 미디어를 도입하고 활용하는 과정에서, 주의깊게 생각해 봐야할 부분입니다. 미디어의 도입 초기엔 그것의 ‘비지니스 가능성’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지만, 어느 정도 보급이 된 다음엔 ‘목적과는 다른 용도’로 씌이는 경우가 더 많으며, 대부분의 경우 처음 도입 목적과는 다른 용도로 ‘살아남습니다.'(그렇다고 도입 목적에 맞는 사용이 사라지진 않습니다만-).

그리고 그 변화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바로 젠더와 클래스입니다. 하지만 이 부분을 직접적으로 논하는 것은 매우 조심해야 합니다. 그 두 요소의 영향력이 바로 ‘차별’에 의해 구성되기 때문입니다. 쿱미디어의 글 자체에도, 이미 ‘여성 비하’적 시선은 충분히 담겨 있습니다. 거기에 얼마전 간담회에서, 스스로 ‘연성 콘텐츠(여성 지향적 콘텐츠)’에 강하다고 인정한 네이버에게- ‘남성회원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라는 결론까지 내려주니… 정말, 더 할 말이 없습니다. 🙂

그렇지만, 조금 지나친 블루문님의 비난

쿱미디어를 예쁘게 봐주자-라고 하고픈 생각은 없습니다. 살아남건 말건, 그건 자기 실력에 달린 문제…니까요. -_-; 그렇지만, 블루문님의 글을 읽다보면, 조금 지나치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뭐, 솔직히 저도, 쿱미디어의 글에서 묘하게 ‘내재된 의도(또는 글쓴이의 평소 지향성)’이 읽혀져서 기분이 좀 나빠지긴 했습니다만-

그렇지만, 어찌보면 개인에게 모욕적으로 들릴 수 있는 문장을 쓰는 것은 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물며 그 비난의 당사자가 책임질 위치에는 있지만, 직접 쓴 글은 아닌 글을 가지고 말이죠. 글쓴이에 대한 비판이 쿱미디어 전체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지기엔, 아직 많이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쿱미디어 전체를 돌아봤더니 전체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더라-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하나의 글에서 출발해 쿱미디어 전체를 비판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입니다. 그 결정적으로 잘못된 글에 대한 감정을 가지고 전체를 매도하는 일 밖엔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하위 직급에서 웹 페이지 몇 개 만든 정도가 아닌 가 싶을 정도로 이해 수준이 저급하다’라니요. 이는 비아냥을 넘어서, 상대에 대한 비하입니다.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왜 잘못됐는 지를 지적하는 것이 이치에 맞습니다. 그 글을 쓴 사람을 매도할 생각이 아니라면, 그 글을 쓴 사람이 ‘옳은 말을 했는가/아닌가’를 지적해야지, ‘그런 말을 할 자격이나 능력이 있는가’라는 식으로 공격하는 것은, 결국 ‘그 글을 빙자삼아 저 사람을 까는’ 식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을 겁니다.

겉으로라도 예의는 지킵시다

나름 이름값 있는(?) 분들 사이의 논쟁이, 꽤 격하게 진행되는 걸 보고, 저도 조금 놀랐습니다. 하지만 왠지 핀트가 맞춰지지 않은 것 같아서 아쉽기도 하네요.

이번 논쟁(?)을 통해, 쿱미디어는 미디어가 지켜야할 윤리가 어떤 것인지 고민했으면 합니다. 개인 블로그에도 ‘미디어적 윤리’를 요구하는 것이 사람들인데, 아예 미디어를 이름에 내건 곳에서 그에 맞는 윤리를 고민하지 못했다면… 오래가지 못할 겁니다. 글쓰기엔 항상 근거가 필요하다는 것도 반드시. 보는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리스크는 커지기 마련입니다.

블루문..님에 대해선, 딱히 더 드릴 말이 없습니다. 어차피 개인 취향인데 -_-;; 제가 뭐라고 하기도 그렇고. 하지만 하나를 근거로 전체를 까는 것은, 남이 보기엔, 충분히 비겁할 수 있다고, 그 말은 드리고 싶습니다. 이름 내놓고 깐다고 다 잘 까는 건 아닙니다. -_-;

그러고보니, 그리 잘하는 것도 없는 제가 이런 글 쓰기도 꽤 민망하네요. -_-;; 하지만 이번 논쟁을 계기로, 저도 좀더 조심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뭐랄까, 여기 블로고스피어라는 곳, 은근 지뢰밭이네요. 하나 잘못 밟으면 그대로 폭사하는 것, 어려운 일도 아니겠군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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