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승인제는 블로거의 권리입니다.

몇몇 블로거분들 사이에서 ‘댓글 승인’이 과연 소통을 저해하는 가 아닌가-를두고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네요. 거다란님 처럼 ‘블로거 기자라면 덧글 차단해서는 안돼!‘라고 생각하고 계시는 분들도 계시고, 리카르도님처럼 ‘익명 리플이 무슨 소통이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사실 블로그는 대단한 매체-가 아닙니다. 기술적으론 ‘개인이 싸고 손쉽게 웹페이지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블로그입니다. 지금은 기억 못하실 분들이 많지만, 예전에 개인 홈페이지 하나 만드는 것이 꽤 어려운 일이었거든요. 하지만 ‘개인이 쉽게 출판(공개 글쓰기)’을 할 수 있게 된 순간부터 지금까지, 블로그의 기술은 ‘소통’을 목적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그러니까, 트랙백, 댓글, 링크-등등 모든 기술이 처음부터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거죠. 1990년대 후반부터 천천히 발전되어 적용되어온 형식입니다. 예전에는 ‘댓글’을 다는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 블로깅 서비스를 해킹-_-; 해서 쓰는 경우도 많았는 걸요. 지금 저를 포함한 몇몇 분들이 알라딘 TTB를 꽁수써서 달아놓은 것처럼.

그런 의미에서, ‘자기의 글을 쓴 이상’ 혼자만 읽고 마는 블로그 같은 것은 없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웹출판이라는 형식이 기본적으로 ‘공개’를 전제로 하고 있거든요. 그렇다고 펌 블로거들처럼 그것을 ‘자료 보관용’으로 쓰는 것이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블로그는 어차피 도구고, 그 도구를 어떻게 이용할 지는 자기 마음이니까요.

여기서 몇 가지 정리해 보자면, ‘(공개된 이상) 혼자만 읽으려고 쓴 글은 없다’, ‘덧글은 소통을 위한 시스템이다’ 정도가 되겠네요. 따라서 덧글을 차단하거나 승인제로 돌린 경우, 소통을 어느 정도 포기한 것이 맞습니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까지 소통하고 싶다-를 결정하는 것 역시 블로거 개인의 권리입니다.

이건 중요한 문제인게, 만약 내 글이나 내 블로그의 통제권을 내 자신이 가지지 못한다면, 과연 그 블로그가 ‘내 블로그’라는 생각이 들까요? 아닐겁니다. 그렇게 되면 그곳은 ‘내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서비스형 블로그는 결국 ‘빌려쓰는 공간’에 지나지않습니다. 다만 장기 계약을 맺었고, 어지간하면 건드리지 않는다-라는 합의가 있었기에 맘편히 들어온 곳이죠.

그 안에 어떤 물건을 쌓아두던 그건 자기 마음입니다. 하지만 문이 열려있는, 담장 없는 공간이란 것 역시 잊으면 안됩니다. 그 안에서 누군가는 거실을 마련해놓고 손님들을 접대하고, 누군가는 서재를 마련해 놓고, 누군가는 혼자 들리는 창고로 쓰기도 합니다. 그런 공간에서 주인장이 손님들에게 ‘내 방에서 함부로 말하지 마셈’ 하면, 당연히 들릴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와서 막말하도록 놔두면, 그 곳은 내 방이 아니라 남의 방처럼 느껴지게 될 겁니다. …

중요한 것은,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장점과 단점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자신이 어떤 리스크를 안게되는 지를 알아야 한다는 거죠. 카페나 술집을 만들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렇게 해도 됩니다. 창고나 거실로 쓰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됩니다. 그곳의 룰을 정하는 것은 주인장이지만, 자신이 어떤 룰을 정하냐에 따라서 분위기는 어머어마하게 차이가 나게될 겁니다. … 결국 도구는, 그것을 쓰는 사람들에게 달린 거니까요.

다만, 나중에 쓰겠지만, 댓글이 ‘잡음의 개입에 따른 정보 생성’의 역할, 사람들 사이에서 이뤄지는 대화의 역할을 하고있다는 점은 염두에 두셨으면 합니다. 그러니까 단순히 소통을 그치는 것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배울점, 그 글을 보는 다른 사람들이 정보를 수정할 기회를 잃어버리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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