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도 고양이, 슈타인호프님의 글에 대해 답합니다.

우선 몇 가지 입장을 먼저 밝혀야겠군요. 사실 이런 문제는 축산이나 생물학 연구자들이 나서주시는 것이 제일 적당할 듯 하지만. 일단 꺼낸 문제니,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보겠습니다.

0. 제가 이번 문제를 대하는 관점은 “고양이 개체수를 줄이는 방법으로 살처분/중성화 수술중 어느 것이 나은가?”가 아닙니다. “거문도에서 고양이가 너무 많아 피해가 발생한다. 그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입니다.

1. 고양이는 생태계를 파괴할까?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Yes 입니다. 고양이가 외래종으로 도입되었을 경우, 고양이 특유의 사냥 습성 때문에 토착 생태계를 파괴하는 일이 잦습니다. 이는 고양이 뿐만 아니라, 상위 포식자가 없는 외래종 도입시 자주 보고되는 일입니다.

2. 그렇다면 거문도 고양이는 거문도의 생태계를 파괴할까요? 라는 질문에 대한 대한 대답은 No 입니다. 과거에 존재했던 거문도의 생태계를 파괴했을 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고양이가 들어온지 30년이 지났습니다. 지금 생태계는, 고양이가 존재하는 것에 적응된 생태계입니다.

3. 배가 고프지 않아도 사냥을 하나요? 모르겠습니다-만, 실제 아프리카에서 원숭이가 죽은 치타 새끼를 들고 장난치는 것이 보고된 것은 봤으니… 그런데, 그것과 고양이 구제 사업이 무슨 상관일까요? 설마 고양이는 배고파도 사냥, 배안고파도 사냥- 다시 말해, 어찌되었건 작은 것들은 죽이고 보는 짐승이라고 생각하시는 건지?

4. 길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2-4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애완 고양이랑은 차이가 나죠. 300마리가 500마리로 늘어난 것에 대해선, 그게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 생각보다 느리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그런 느린 속도가 고양이의 생존 환경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는 거구요. 근친교배 문제는 100마리 이하가 생존해 있었을 경우, 그 고양이들이 800마리로 늘어났다면, 근친교배 문제가 생긴다-라는 말이었습니다. … 그건 그렇고, 세가지로 나눈 개별적 if 사례를 하나로 뭉뚱그려 이야기하시면.. 좀 그렇네요.

이제 슈타인호프님의 질문에 답할 차례네요.

– 먹이터가 거문도의 “모든” 고양이를 끌어들일 수 있을까? 고양이들은 세력권을 설정하는 습관이 있는데, 결국 먹이터 주변에 세력권을 가진 고양이들만이 먹이터를 독차지하고 이들만이 중성화수술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닐까?

: 모든 고양이 끌어들일 필요 없고, 그렇게 되지도 않습니다.

– 불임수술을 받지 않은 “일부” 고양이의 계속적인 번식은 어떻게 해야 할까?

: 놔두면 됩니다.

– “일부” 고양이가 계속 번식해서 새끼를 낳는다면, 중성화수술을 받은 고양이가 자연사하더라도 그 자리는 새로운 새끼고양이에 의해 곧바로 다시 채워지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중성화수술사업을 하더라도 고양이의 숫자는 증가세가 둔화될 뿐 현재의 선 이상에서 장기적으로 계속 유지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 그렇게 만만하지 않습니다.

대답이 너무 단답형이 됐는데…-_-;; 뭐랄까, 본질을 좀 벗어난 듯한 느낌의 질문이라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자는데, 예로 제시된 방안을 말꼬리잡듯 물고늘어지시면 역시 좀 그렇습니다. 생명은 기계찍듯이 만들어지는 존재가 아닙니다. 생각을 바꿔볼까요? 만약 우리가 고양이라면, 미칠 지경일겁니다. 저 좁고 고립된 장소에 수백마리의 고양이가 함께 살고 있으니 말이죠.

어떤 중성화 사업도 고양이 “모두”에 대한 중성화를 얘기하고 있지 않습니다. 중성화 사업은 개체의 절멸이 아닌 개체수 조절을 통해 인간과 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제시되었습니다. 일부 고양이는 계속 번식할 거고, 그렇기에 중성화 수술은 효력이 없다-는 주장은, 실제 사업 사례에선 (제가 확인한 자료 내에서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거문도의 고양이들은 치열한 생존 경쟁 상태에 있습니다. 800여마리가 맘편하게 먹이 도둑질이나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안에도 위계가 있고 영역이 있고 서열이 있습니다. 힘없는 어린 것들은 죽게되고 힘있는 것들은 영역 지키면서 살아나가게 되는, 나름의 질서가 있을 겁니다.

… 그러니까, 슈타인호프님의 위와 같은 질문은, 근거에 기반하지 않은 추측에 불과합니다.

고양이들과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뭐 거창하게 동물에게도 권리가 있고 윤리가 있고, 그런 의미에서 쓴 주장이 아닙니다. 현실은 복잡다단하며, 어른들의 세계(?)는 고려해야할 것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저는 고양이와 공존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그나마 거문도 고양이의 해결법이라고 말하고 있는 겁니다.

이 글에서 다 다룰 수는 없겠지만, 거문도 고양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선 최소한 다음의 다섯가지가 갖춰져야 합니다. 하나, 공정하고 개방적으로 토의가 이뤄질 것. 둘, 서로 다른 입장의 사람들을 조율할 수 있을 것. 셋, 동물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책이 강구될 것. 넷, 국제 규약을 고려할 것. 다섯, 기회 비용에 대한 효율성을 고려할 것. … 실은 대부분의 정책 집행에 있어서 고려해야할 기초적 사항입니다.

이런 입장을 바탕으로 제 생각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 봅니다.

첫째, 고양이가 절멸되면, 어떻게 될까요? 애시당초 고양이는 쥐 퇴치를 위해 들여왔고, 쥐 문제가 심각하기에 집집마다 기르고 있는 고양이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주민들이 원하는 것도 고양이 개체수의 감소지 절멸이 아닙니다. 게다가 완전 절멸을 위한 비용, 누가 댈까요? 🙂

둘째, 중성화 수술 사업의 경우 실패 사례를 (개인적으론) 아직 발견하지 못한 반면, 포획 사업에 있어서 실패 사례는 이미 여러 건이 보고된 바가 있습니다. 5년전 거문도에서 일어났던 사례는 차지하고, 아래의 사례를 볼까요?

1999년, 경북 영양군에서 1500마리에 이르는 들고양이를 포획해 안락사 시켰다. 농작물과 생태계에 피해를 끼친 때문이다. 전국에서 약 2만여 마리가 죽어갔다. 당시 포획한 한 마리당 5천원을 지급했던 영양군은 지금 더 큰 불씨를 안고 있다. 소탕작전 이전보다 그 수가 더 많아진 것이다. 왜 이같은 결과가 나온 것일까? 무조건적인 제거가 고양이 수 조절의 대안이 될 수 없었다. 한지역의 들고양이들을 모두 없애면 그 빈 공간으로 인근의 들고양이들이 유입된다. 포식자가 없고 안정적인 서식지가 되어 오히려 더 많은 개
체수가 번식하게 되는 것이다.

– 2002. 7. 10 kbs 환경스페셜 ‘위기의 들고양이, 그 공존의 길’에서

물론 고양이들이 자기들끼리는 평온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가정’하시는 분들에게는 통하지 않겠지만, 실제론 고양이 사회도 서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이미 이야기했습니다. 위와 같은 사례에 대해 거문도 관리소은 거문도는 섬이기 때문에 걱정안해도 된다고 대답하지만, 글쎄요. 섬 안의 고양이를 완전히 절멸 시키지 않는 이상, 그저 꿈입니다.

셋째, 중성화 수술은 현재까지 그나마 유일하게 개체수를 조절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어느정도 검증된 방법입니다. 2002년 광주 북구총, 2002~2005 과천시, 그리고 현재 서울 남산과 대전 등지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실제 효과가 있다고 증명된 방법입니다. 이는 해외도 다르지 않습니다. .. 이런 방법을, 제가 다시 또 증명해야 할까요?

넷째, 살처분 비용이 왜 그리 많이 들었는 지는, 그냥 그쪽 사무소로 전화 한 통화해서 물어보시는 것이 더 빠를 것 같습니다. 인터넷 검색하면 나옵니다. 추측과 성급한 일반화는 의견 주장에 있어서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슈타인호프님의 글 「고양이는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에 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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