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저는 생물이나 축산 전공자가 아니고, 이 문제에 대해선 제 나름의 접근법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취한 입장은 정책적 접근입니다. 거문도 길고양이 문제를 어떻게하면 해결할 수 있는가-에 대한 사회공학적 관점에서 접근했다고 생각해주시면 됩니다. … 문제는, 그러면서도 잘 알지도 못하는 내용을 근거로 삼는 어리석음을 범했습니다. -_-;
제가 잘못 가정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래 내용은 연구조사를 통해 근거를 가져야만 주장할 수 있는 내용들입니다.
– 거문도 길고양이들의 상태를 이미 ‘포화’된 것으로 간주했다.
– 거문도 생태계가 이미 길고양이들에 의해 완전히 파괴된 것으로 간주했다.
아래는 계속 오해를 낳고 있는 부분입니다.
– 거문도 길고양이가, 2003년 살처분 이후 몇 마리가 남았는지 알수가 없습니다. 이에 대한 자료가 없어서 몇가지 상황을 가정했는데.. 그 가정된 근거를 가지고 증명을 계속 하시려고 하면 제게는 답이 없습니다. -_-; .. 그러니까, 도살후 몇마리가 살아남아서 지금 800여마리로 성장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거죠.
– 고양이가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위 문단과 같은 가정하에, 더이상 망가질 생태계가 있겠냐-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위의 몇가지 주장을 근거도 없이 하게된 배경은 아래와 같습니다.
– 제가 품었던 두가지 의심이 있습니다. 하나, 왜 갑자기 거문도 고양이 살처분이 화제가 되었을까? 둘, 정말 거문도 고양이들은 주민들에게 심각한 위해를 가하고 있는가?
– 첫번째 의심을 가지게된 이유는, 거문도 길고양이가 실제로는 이슈가 될만한 사안이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250만원 정도 들여서 고양이 25마리 잡았습니다. 이 정도의 살처분이 과연 이슈가 될만한 사건일까요? 일단 제 개인적으론 이슈가 되기엔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고양이 수백마리가 섬주민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이슈거리입니다,만)
– 두번째 의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혹시나 해서 찾아본 거문도 여행기-에, 고양이가 등장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찾은 서른여개의 여행기에선, 이슈가 된 이후 찾았던 글에서만 고양이가 나타났지,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고양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TV 방송에선 심각한 문제인 것처럼 얘기하고ㅡ 거문도에만 가면 고양이들이 떼지어다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처럼 얘기하는데, 실제 여행기에는 그 부분이 보이질 않습니다. 이 부분은 지금도 의문입니다.
다음, 제가 취한 입장을 밝힌 첫번째 글에서 내린 결론은 고양이와 공존을 모색해보자, 였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안으로 쓰레기장 폐쇄 및 먹이 주는 장소 제공, 포획을 통한 중성화 수술후 방사-였습니다. 이런 입장이 나온 근거는 아래와 같습니다.
– 길고양이 문제는 ‘개체수 조절’ 임이 합의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섬주민들의 요구와도 동일합니다.
–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는,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의 토론을 통한 의견 도출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심각한 논쟁에 휩쓸릴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 이번 논쟁에서도 보이듯, 길고양이 처분에 있어서 살처분이 필요할지 중성화 수술이 필요할지, 아니면 제 3의 다른 대안이 존재할지…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을 만족 시킬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합니다.
– 야생 동물의 처리에 있어서, 몇가지 국제적인 규칙이 존재합니다. 동물들에게 최소한의 보호를 제공할 것, 죽음에 있어 괴롭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 단순한 도살만이 필요하다면, 포획할 필요도 없지요. 그냥 약이 묻은 먹이를 먹게하고, 쓰레기장에 독약이 든 음식을 배포하면 됩니다. 부작용은 있겠지만, 확실히 도살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을 왜 사용하지 않을까요?
– 거문도 주민들은 고양이를 직접 죽이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정탄다는 거죠. 어촌에서 이런 믿음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 거문도 관리소가 가진 자원은 한정적입니다. 이번 예산은 250만원 정도였고, 내년에도 더 늘어날 가능성은 없어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개체수를 조절할 방안을 실행할 수 있는 대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결국 어른의 사정이란 것은, 모든 일에 비용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살처분이든 중성화수술이든 모두 비용이 들어갑니다. 미네랄은 20밖에 없는데 배틀크루저를 뽑을지 핵폭탄을 만들지 고민하는 것은 의미가 없잖아요? 그렇다고 거문도 고양이 잡자고 국고에서 세금을 지원해 줄리는 없고…
비용은 결국, 거문도 주민들이 각출하거나 외부에서 지원을 받는 수 밖엔 없습니다. 그래서 간략하게 제안했던 내용이 ‘중성화 수술’과 ‘관광자원화’ 입니다. 그 실행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쓰레기장 폐쇄(? 아무튼 고양이들 접근 금지)와 먹이 공급을 통한 관리-를 제안했던 거구요.
‘중성화 수술’을 위해 외부 캠페인을 벌인다면 후원을 얻기가 쉬워집니다. 이건 기획자의 역량이 달린 일이긴 하지만, 최소한 ‘살처분’하겠다고 후원을 받는 것보다는 훨씬 많이 모을 겁니다. 관광자원화가 가능하고, 이를 통해 거문도 주민의 소득이 늘어나는 일이가능하다면, 주민들의 각출을 통한 기금을 모으는 것도 가능해 집니다. .. 일단은 여기까지, 현재까지 투여한 역량으론, 이 이상의 대안을 제시하긴 어렵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이런 방안이 맞다고 생각한다면, 좀 더 아이디어를 내 볼 수 있지 않겠냐-고 제안한거구요. 일단, 제 입장에선, 이 정도가 최소한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더 좋은 방법 있으신 분들은,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어찌되었건, 저는 거문도에 살고있는 800가구가 매년 가구당 3만원 정도씩만 내놓으면 기본적인 비용은 될 거라고 생각하고, 만약 이 정도 비용이 아까우면, 고양이들이 그만큼밖에 피해를 끼치지 않고 있다고 여길 수 밖에 없습니다. 이상이 제 입장입니다. 더이상 주장할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앞으로 더 할 말은 없을 것 같습니다만… 고경원님의 프로젝트는 계속 관심가지고 지켜볼 생각입니다.
* 고양이 살처분 비용에 대해 거문도 관리소쪽에 전화해 확인해 볼 것을 권한 것은, 다른 쪽에서 ‘안락사’ 비용으로 인해 그만큼 든다는 내용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 고양이가 모두 없어지면 쥐가 늘어날 가능성이 많다-는 다른 연구결과를 참고한 것이 아닙니다. 애시당초 고양이가 고양이 이전에 문제가 됐던 “쥐를 잡기 위해” 도입되었기 때문입니다. … 덕분에 쥐 문제는 해결했죠;;;
* 제가 글을 쓸 때 참고한 자료는 아래와 같습니다.
– 서울시정연구개발원 토론회 자료집 : 애완동물의 보호 및 관리방안, 2004
– 국회의원 공성진 정책토론회 자료집 : 동물보호 일부 개정법률안 토론회, 2006
슈타인호프님의 「거문도 생태계에서 고양이의 의미.」에서 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