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고등학교때부터 담배를 폈습니다. ;; 음악 한다고 싸돌아 다니기도 했고, 조금 험하게 산 것도 있었고, 제가 봐도 좀 찌질하게 살았어요. 🙂 사실 청소년때 담배를 피게 되는 이유는 대충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멋, 또는 개폼 -_-; 아마, 담배 처음 배우실때, 다들 그런 적 있지 않나요? 화장실에서 담배 물고 폼 재본 기억.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일종의 우월감 + 공동체에 대한 동질감, 입니다. 사실 지금 생각하면 별 것도 아닌데, 제가 있던 세계... 그러니까 어른들 입장에서 보면 '공부도 못하면서 매일같이 사고나 치는' 아이들의 세계에선, 저런 것들이 일종의 우월감의 상징이었거든요. 공부 잘하는 찌질이들(?)을 깔볼수 있는.
저기에 싸움 경험 + 성경험(+ 고등학교 재수나 삼수)...이 덧붙여지면, 저 세계에선 짱 먹습니다. -_-; 오토바이는 왠지 필수. 그러니까.. 다들 잘나보이고 싶잖아요. 여자애들에게 멋있게 보이고 싶고. 그런데 나는 별로 가진 것도 없고,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누군가의 칭찬을 받을만한 뭔가는 없고. 약간 삐딱해 보이는 것이 더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쉽게 말해 '간지나는' 것에 목매달며 살던 시절.
동시에 저런 것들은, 우리만의 즐거움이자 우리들이라는 동질감을 확인시켜주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함께 나쁜 일을 저지르며 키득키득 대는 것, 함께 나쁜 일을 저질렀기에 우리는 공범자이며, 동료라는 의식. 가끔가다 정말 돈을 훔치거나 애들 협박하는 애들도 있었지만... 그건 좀 상종못할 수준이고. 저때는 작은 나쁜 것들이 없으면, 함께할 무엇인가가 별로 없는 시절이기도 하구요. (같이 공부했어! 라는 것을 댈 사람들은 즐 -_-;)
대신 맞기도 많이 맞았어요. 🙂 어른들에게. 싸움하다 걸려도 맞고, 담배피다 걸려도 맞고, 술 마시고 꼬장부리다가도 맞고. 그때는 왜 그리 참견하는 어른들이 많았는지, 애들이 뭐 한다 싶으면 바로 -_-;; 끼어드는, 정의파들이 드글드글...;;; 그런데 맞을 땐 화도 나지만, 그리고 별 나쁜 놈들도 있었지만, 미워한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뭔가, 애정 같은 것이 있었거든요. 담배 피냐고 때리더니 담배 나눠주면서 -_-; 배우고 싶거든 어른 앞에서 배우라고 말하던 할아버지나... 술먹고 꼬장피는 친구에게, 나도 술먹는 사람이니 니들 심정은 이해한다..라고 해주던 아저씨나, 싸움하던 친구들에게 귀싸대기 몇대씩 날리더니... 아저씨 같이 되고 싶냐고.. 순대국 사주던 아저씨나.... (후환을 안남기려고 그랬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긴 합니다-만. 므흣- :))
...음, 그러긴 그랫어요. 우리 같은 놈들이라도, 그래도 돌봐주는 사람이 있긴 있구나...하는 느낌이랄까요. 사실 우리도 교복 입고 대놓고 담배피는 짓은 거의 안하기도 했네요. 🙂 ... 그래도 생각은 있어서, 교복입고 걸리면 학교 망신 -_-;; 이란 생각도 했었으니... 우리에겐 우리 나름의 규칙이 있었고, 그 규칙 안에서 예의는 지키려고 노력했다는 느낌. 그래봤자 애들 사회 내부의 규칙이지만... (예를 들자면, 딴 건 몰라도 남의 어머니/아버지 욕한 놈은 맞아도 할말 없다-라는, 뭐 그런.)
별로 자랑할 만한 것은 못됩니다. 그리고 찌질했어요. 지금 생각해도 🙂 담배 피워도 좋다는 말따윈, 하지 못합니다. (정말로 백해무익) 그렇지만...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훈계가 아니라 애정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어른들이 백날 애정 쏟아봤자 애들 별로 인정안해줘요 🙂 나중에 시간이 지나야 아, 그래도 내가 사랑을 받았었구나-하는 생각을 하는 거지.
그리고 모두에게 애정을 줄 수도 없구요. 잠깐 스쳐지나가는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정말 별 것 없지요. 그래도... 만약, 그때 같이 담배 나눠주며 얘기 들어주던 아저씨가 없었다면, 순대국 사주며 자신이 살아왔던 삶을 조근조근 이야기해주던 아저씨가 아니었다면... 지금 내 삶은, 어떻게 변해있을까-하고 생각해 봤습니다.
사실 지금 생각나는 건 그때 맞았던 뺨의 아픔(꼭 때려도 다들 뺨을 때리더라구요...;;)도, 아저씨들의 얼굴도, 나눠주던 담배도 아니니까요. 다만.. 그때 친구와 나란히 앉아있었던 그 새벽 선술집의, 어떤 충만한 분위기랄까요. 어떻게 보면 사회에 팽배했던 권위주의의 또다른 일면이지만, 다르게 생각해 보면... 아무리 낯선이라도, 너희들을 버리진 않는다-라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그때야 아저씨 설교 대충 듣고 얼른 도망가고 싶었지만 말입니다.
* 보낼데가 없어서 육아 밸리로 보냅니다...(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