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뉴스 열린편집, 열린 미래를 점쳐보다

이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가시적인 변화도 이어졌다. “열린 편집 뒤 한 달간 블로거뉴스 베스트에 선정된 콘텐츠 수는 31% 증가했습니다. 또 블로거뉴스 베스트를 쓴 블로거의 수는 14% 증가했으며, 추천을 통한 네티즌들의 적극적인 열린 편집 참여는 11% 증가했습니다. 그리고 지난주 블로거뉴스의 주간 순방문자수(UV)는 580만여 명(코리안클릭 기준)으로, 지난 8월 중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관련글)

지난 11월 3일은 블로그뉴스의 첫화면도 개편했다. (관련글) 개편된 화면에 대한 첫느낌은 ‘이거 왠 글바다’, 그리고 ‘올블로그 메인 화면 벤치마킹?’이었다. 실제 개편된 블로거뉴스의 메인화면은 올블로그 메인화면과 거의 판박이다.

▲ 다음 블로그 뉴스의 개편화면

▲ 올블로그 메인화면.

사실 웹페이지 디자인에서 보다 많은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몇 가지 되지 않는다. 결국 서로서로 비슷한 모양새가 되갈 수 밖에 없다. 미국의 DIGG 닷컴도 비슷한 디자인이다. 어느 쪽이 원조라고 따지기도 애매한 문제다. 중요한 것은 오히려 추천 알고리즘이다. 얼마나 정확하게, 사람들이 인정한 정보를 제대로 보여주는가-가 더 중요한 문제일테니까.

…그래도, 이미지 좀 -_-; 큼지막하게 보였으면 좋겠다. 글자는 많은데 뭔가 썰렁하고, 호감이 팍 떨어진다. 너무 글바다-랄까.

▲ 미국 DIGG.com의 메인화면

그런데, 바뀐 디자인 살펴보다 실시간 / 1일 / 1주일/ 1개월 단위로 인기글을 찾아볼 수 있는 버튼을 발견했다. 혹시나-하는 마음에 눌러봤는데, 결과는 역시나-였다. 지금 다음 블로거뉴스 메인은, 과거 올블로그나 이글루스 이오공감이 겪었던 과정을 비슷하게 거쳐가고 있다. 다시 말해 문화/연예 위주의 소프트 콘텐츠-가 시사 문제를 중심으로 한 하드 콘텐츠-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뉴스 콘텐츠의 이용은 딱 2가지에 집중되어 있다. 시사와 연예, 이 두가지다. 2006년 포털 뉴스의 의제 설정을 연구했던 한 연구자는, 시사와 연예가 콘텐츠 이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확인한 바 있다. 그 전에는 요리나 여행 블로거도 인기를 끌었지만… 그건 시장 확대 초기에 반짝 인기를 끌었던 것에 불과하고….

실제로 블로그 도입 단계에서는 여러가지 생활형 콘텐츠(?)의 비중이 높았다. 이때는 정보의 공유와 색다른 정보를 가지고 있는 블로거들-그래서 기존 미디어에 많이 소개된 블로거들에게 인기가 집중된다. 기존 웹사이트를 평가하는 방법처럼 콘텐츠의 질을 가지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블로그가 확산되기 시작하면, 이슈-를 다루는 인기글의 비중이 높아진다. 결국, 블로그는 우리가 어떤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정보를 생산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TV 드라마를 보고 수다를 떠는 것처럼, 생산된 정보를 매개하면서 비교, 판단하고, 그 과정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생산하는 하나의 도구가 블로그다.

시사 뉴스가 점령해버린 다음 블로거 뉴스

지난 한달동안, 블로그 뉴스의 인기글은 어떤 경향성을 띨 까? 한달 동안의 인기글 가운데 상위 5페이지까지, 75개의 글을 한편 살펴봤다. (다 살펴보기엔 힘이…) 결과는 어땠을까? 아래를 한번 보자

■ 다음 블로거 뉴스 지난 한달간의 인기기사 (2008년 11월 6일 02:19am 기준, 상위 75개 대상)

  • 시사 분야 = 37개(49%)
  • 사는 이야기 = 16개(21%)
  • 문화연예 = 20개(27%)
  • IT과학 = 1개(1%)

* 나머지 2%는 소숫점 이하라 삭제된 분량.

그리고 75개의 글 가운데 전문평론가(유창선님, 하재근님), 전문블로거(몽구님, 한밤의 연예가섹션) 등등을 뺀, 레디앙이나 미디어토씨등에서 올렸거나 블로그에 기자임을 밝힌 사람들이 올린 글은 20개(33%)였다.

..일단, 열린편집이 적용되지 않았던 시절의 결과와 비교할 수 없고, 한달의 인기글 가운데 상위 75개만 뽑은 것이라 의미있는 자료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미리 밝힌다. 문화연예나 사는 이야기-에 올라간 글이지만 시사 이슈에 해당하는 글도 여럿 있었지만 올린 카테고리에 따라 기계적으로 분류했다. (보다 자세한 정보는 블로거뉴스 운영진이 가지고 있겠지요? 🙂

그렇지만, 약간의 경향성을 추측할 수는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난 1월~9월동안 블로거뉴스 상위권을 차지했던 블로거들 목록과 비교해봐도 재미있을 것이다. (1~9월 블로그뉴스 상위권 블로거 리스트) 추측되는 경향성은 뚜렷하다. ..여기에 조회수까지 결합한다면, 또 다른 자료를 생산해 낼 수 있겠지만, 그러기엔 좀 벅차다.

이슈성 기사와 전문 글쟁이들의 약진.

현재 다음 블로거 뉴스의 개편 결과는, 이슈성 기사 중심으로 이전과 전문 글쟁이들의 약진, 이 두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이, 추천등 ‘선발행 후선택’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대부분의 사이트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은 논란이 있는 사안에 대해 더 민감하고, 다른 이들의 해석을 듣고 싶어하며, 네티즌 에디터들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물론 지난 몇년동안 주목받았던 와이프로거-나 리뷰 블로거, 여행 블로거들은 해당 분야에 일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메인 블로거처럼 보였던 것은 기성 미디어가 만들어낸 일종의 허상이었던 셈이다. 지난 연구결과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있는 것은 ‘시사’와 ‘연예’다.

전문 글쟁이들의 약진은 조금 다르게 봐야할 구석이 있다. 이들은 분명 글에 충실한 사람들이고, 현장을 취재하는 것이 직업이다. 이들이 가지고 있거나 접근할 수 있는 팩트는 일반인(?)들과 비교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동시에, 기성 언론에서 소화하기 어려운 기사를 쓰고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솔직히 기성 언론의 기자들이 이렇게 열심히 블로그에 뛰어드는 현상은 다른 나라에선 찾기 어렵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봐야할까? … 이는 나중에 기회닿으면 따로 얘기해 보기로 하자.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로 인해 그동안 다른 사이트들이 보여줬던 약점도 함께 보여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 것처럼 초보 블로거들이 안착하기 어려운 구조적 벽이 생기고 있기도 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맛보는 재미가 사라지고 있기도 하다. 이건 그냥 느낌에 불과하지만… 베스트 글에 올라간 글들이 꽤 오랫동안 머물러 있는 것도 눈에 띈다.

블로거뉴스 열린편집, 미래는 어떻게 될까?

한정된 지면에 좋은 글을 선별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 모든 메타블로그 사이트의 절대 명제다. 문제는 여기에 묘한 역학관계가 작용한다는 사실이다. 메타블로그에 등록된 글은 추천을 받고, 많이 추천된 글은 노출된다. 노출된 글은 독자를 불러들인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제 사람들은 추천받기 위해 글을 쓴다.

예전에 파란닷컴의 스포츠 신문 독점 파문 이후, 신설된 수많은 인터넷 연예 언론사들이, 독자의 관심을 받기 위해 뿌려댔던 숱한 떡밥성 제목을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그렇게 작성된 글은 다시 추천을 받고, 결국 추천받기 위해 씌여진 글들이 추천 글을 도배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이슈와 떡밥은 그런 식으로 메타 블로그를 잠식한다.

… 물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그런 이슈성 글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이슈만으로 운영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슈가 아니어도 좋은 글들은 많다. 이슈 중심으로만 운영되면… 다른 글을 쓰는 많은 사람들, 그닥 전문적이지 않은 블로거들은 블로거뉴스에 실망하고 등을 돌리거나, 단순 독자로 바뀌게 될 가능성이 높다. 파워 블로거와 전문 기자들이 글을 다 쓰는데 내가 낄 자리가 과연 어디에 있을까.

또 하나, 이슈 중심으로 운영되는 몇몇 블로그, 특히 기자 블로그에서는 블로그와 블로그를 찾아주는 사람들의 관계성, 또는 커뮤니티가 눈에 띄지 않는다. 신문사 콘텐츠를 보는 느낌이랄까. 나는 글을 쓰고, 다른 이들은 그 기사에 댓글을 단다. 끝. … 그렇게 되면, 블로그가 지나치게 도구화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물론 도구이기는 하다…)

정보 생성 매체로서 블로그는, 글쓴이와 글 읽는 이의 소통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생산해 낸다는 점에서 진정한 의미가 있다. 기성 미디어처럼 일방적인 내용 전달에 그친다면… 글쎄, 그건 그냥 작은 언론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이런 분위기로 계속 나간다면, 개인의 목소리가 아니라 작은 언론사 수십~수백개가 등장한 것에 불과하게 된다. … 그게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걸까.

블로그뉴스, 공존을 모색하는 길을 찾아라

앞으로 블로그뉴스가 좀더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어찌보면 뻔할지 모른다. 이슈와 전문 글쟁이들을 그대로 살리되,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공생할 수 있는 길을 찾을 것. 그리고 그들의 다양한 활동, 또는 협업 활동을 도와줄 수 있는 툴을 만들고, 그들을 지원할 것. …그리고 이건 제안이지만, 전문평가단 또는 퍼블릭 에디터를 운영하고, 그들에 의해 추천된 기사를 함께 노출시켜 줄 것.

결국 소프트 콘텐츠와 하드 콘텐츠가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주길 바란다는 이야기다.

그러다 좋은 글이 나오면 오픈 사전에도 연동 좀 시켜주고, 지식 검색과도 연동 좀 시켜주고. (이건 각각 자동 검색으로 노출 시켜줄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포털 사이트와 같은 소비자 플랫폼은, 소비자 노동에 의해 성장, 유지되는 만큼… 그에 대한 배려를 좀더 해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읽는 사람에게도, 쓰는 사람에게도.

왠지 갈수록 읽을만한 글이 줄어드는 것 같다는 노파심에서 쓰는 이야기. (사실 서로 쌈박질 하는 맛도 좀 없어지는 것 같은데.. 이건 아직까진 올블로그와 이오공감만으로도 충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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