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코비, 그리고 프랭클린 플래너폰

지난 주 금요일, 고려대에서 있었던 스티븐 코비 강연회에 다녀왔습니다. 원래 다녀온 당일날 후기를 쓸까-했는데, 이것저것 생각할 것이 많아서 좀 늦었네요. 무엇보다, 당일 정말 정말 추워서 고생했습니다.고려대 체육관에서 안암역까지 걷는데 아주 얼어죽는 줄 알았다는….

수첩, 내 마음을 향한 미디어

과연 우리가 수첩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어떤 도구를 사용함으로써 우리 삶의 무엇을 더 좋아지게 만들고 싶은 걸까요? 스티븐 코비의 강연과, 그에 이어지는 다른 강연을 들으며 든 생각이었습니다. 제게 있어 수첩은, 마치 일기장처럼, 온전히 제 자신을 독자로 가지는 미디어입니다. 그러니까, 타인이 아닌 제 마음을 향한 미디어라는 거죠.

생각하는 것과 글로 적는 것은 다릅니다. 글은 단순히 생각을 적는 그릇,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머릿속에 있는 것은 글로 적혀야 비로서 분명해 집니다. 동시에 흐릿함속에 포함되어있던 많은 가능성을 걷어내고, 하나의 의미로 고정시키게 됩니다. 그것은 자신에 대한 약속이며, 결박입니다. 수첩의 힘은 바로, 그 자리에서 시작됩니다.

스티븐 코비가 말하고 싶어했던 것

스티븐 코비가 말하는 성공은 단순히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가 말하는 성공은 영향력있는, 리더쉽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며, 자기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사는 것을 말합니다. 프랭클린 플래너에서 ‘사명서’가 중요한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 즉 자신이 원하는 ‘자아 이미지’가 없으면 삶은 공허해지기 쉽습니다. … 제가 있어 수첩이 미디어이듯, 코비에게 있어 수첩은 이 자아이미지를 담고 다듬어가는 그릇입니다. 그래서 그는 수첩을 오거나이저라고 부릅니다.

그 자아 이미지를 글로 확인하는 과정이 바로 사명서를 쓰는 과정입니다. 그러기 위해 주도적이 되어야 하고(1)-목표가 있어야 하며(2), 목표를 이루기 위해 소중한 것을 먼저 해야할(3) 필요가 생깁니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기에 모두 잘 사는 방법을 찾아야 하고(4)-그럴려면 상대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야하며(5)-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시너지를 활용해야 합니다.(6)

그런 습관들의 실행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바탕이 심신의 단련(7)이며, 그를 통해 결과적으로 보다 큰 영향력(8)을 얻을 수가 있습니다. 이것이 스티븐 코비가 말하는 일곱가지+1 습관입니다. 그리고 이 날 강연에서 그가 가장 강조했던 것도, 다른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경험을 하고 살아왔다. 서로 다르게 세상을 볼 수 밖에 없다. 그것을 이해해야, 당신은 나를, 나는 당신을 이해할 수가 있다. 그 가운데 먼저 필요한 것은, 내가 타인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는 것이다. … 이 날 코비의 강연은, 결국 이 얘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 그리고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면, 사람을 비용으로만 생각하면, 리더쉽이고 시너지고 뭐고 없는 거에요.

스티븐 코비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그렇지만, 다음에 이어지는 다른 분의 강의를 듣고 그냥 강의장을 나와버렸습니다. 이 분, 과연 스티븐 코비의 이야기를 이해하고는 있었을까요. 코비 박사의 이야기가 절대 옳은 것이란 이야기는 아닙니다. 무엇보다 그는 청교도주의적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스티븐 코비의 이름을 팔아먹고 사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그의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자신은 정치적으로 절대 중립이라고 말할 때부터 인상이 찡그려졌는데(정치적 중립 같은 것, 없습니다. 정말 그런 사람이라면 그런 이야기를 아예 언급하지도 않습니다.),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부정적인 언사나, 정치를 비판하는 자신의 아들에 대한 부정적인 언급을 보고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그런 예를 바탕으로 자신이 주장하는 내용이, 바로 위 사진에 담긴 내용입니다. 쉽게 말해 부정적인 생각을 떨치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자- 거꾸로 생각하면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입니다. ‘에너지 버스’ 같은 최근의 자기 계발서에 숱하게 실린 내용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이런 내용은, ‘동기부여’를 최우선에 뒀던 스티븐 코비 이전, 70-90년대의 “카네기식 자기계발론”이기도 합니다.

하면 된다, 할 수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박정희 시대와도 맞닿아있군요. 하지만 그의 모습에선 ‘경청한 다음에 이해시켜라’는 코비의 말과, 그가 이 날 강의에서 계속 언급했던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음을 잊지말라’와는 하등 상관없는 포스가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런 ‘동기부여’의 자기계발학은 결과적으로 ‘기업에 도움되는 인간형’의 양성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애시당초 스티븐 코비의 원칙 중심 리더쉽이 먹힌 이유가, 저런 자기계발 암만 해봤자 미국 경제는 당시(80년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동기부여하고 각성되면 잘살아야 하는데, 아무리 동기 부여하고 열심히 교육해도 현실은 시궁창이었던 거죠. 물론, 경제불황의 원인을 자기계발론에서 찾을 수는 없습니다만, 극복에 도움을 못준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프랭클린 플래너폰

모래씹은 기분으로 강연장을 빠져나오는데, 밖에 전시된 프랭클린 플래너폰이 보입니다. 생각해 보니, 이 강연의 스폰서중 하나가 이 LG 프랭클린 플래너폰-이었네요. 저도 여기서 초청받아서 가게된 거고요. 이 녀석 혼자 빤-히 바라보다가, 이 폰 리뷰할 분들은 꽤 힘들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다른 기기들처럼 활용법이나 성능 위주로 리뷰하면 모르겠지만… 이 녀석은, 프랭클린 플래너-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리뷰가 꽤나 힘들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이제와 밝히지만, 저는 2000년부터 주기적으로 -_-;; 바꿔가며 프랭클린 플래너를 사용해온 유저입니다. 초기 프랭클린 플래너 소프트웨어가 만들어질때 베타테스터로도 참가했었습니다.)

예전 다른 모임에서 한 프리랜서 작가분이, 프랭클린 플래너는 쓰다보면 시간 다 간다- 플래너를 쓰기 위해 살아가는지 살기 위해 플래너를 쓰는지 모르겠다-라고 이야기한 것을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실 프랭클린 플래너는 무겁고, 사람에게 요구하는 것이 참 많습니다. 단순한 일정관리와 할일목록을 위해서 사용하기엔 부담스럽습니다.

그런 면에서, 프랭클린 플래너 폰은 대안이 될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일단 휴대폰과 통합되었으니 휴대성은 걱정할 필요도 없고, 입력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함께 제공합니다. 그리고 블루투스를 통해 간편하게 동기화 시킬 수가 있습니다. 예전에 꿈꿨던 디지털 프랭클린 플래너에 가장 가까운 모습입니다.

하지만 왜 그렇게 써야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면, 프랭클린 플래너는 오거나이저-가 아니라 단순한 일정관리 수첩에 불과하게 됩니다. 지금 휴대폰에 담겨있는 일정관리 기능에 할일 목록 작성하는 기능을 추가한 정도에 불과하게 되는 거죠.

예를 들어 이런 위클리 콤파스가 왜 있는 건지, 이것이 균형적인 삶을 위해 어떤 일을 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하면, 그 활용도는 엄청나게 떨어지게 됩니다… 반면, 이 기능이 왜 있는 건지를 이해하고 나면, 프랭클린 플래너폰은 삶을 조직화하기 위한 강력한 도구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

결국 이 아래, 저 콤파스 아이콘을 어떻게 사용하는가…가, 그리고 그 철학을 이해시킬 수 있는 가가- 이 프랭클린 플래너폰의 승패를 결정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사실 이렇게, 특정한 철학(?)을 담은 폰은 아직까지 본 적이 없습니다. 그동안 존재했던 성능 중심주의에서, 가치를 중심에 놓는 쪽으로 이동해 가는 건데…

좋게 보면 휴대폰 개발에 있어서 관점 전환이고, 다르게 보면 … 그냥 개발자들이 좀 편리한 일정관리 휴대폰-정도로 생각하고 개발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기도 하고…-_-;;; 개인적으로 UI는 좀 업그레이드 시켜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아놔 아이팟 터치 보고 배우는게 정말 하나도 없는 건가요….

크기는 의외로 시크릿폰과 비슷합니다. 무게는 시크릿폰보다 훨씬 가볍구요 🙂 무엇보다, 블루투스 내장인 것이 맘에 들지만… 다른 부가기능이 약한 것은 단점이겠네요. 말 그대로 일정관리에 중점을 둔 느낌입니다. 자세한 기기에 대한 평가는, 다른 리뷰어들이 내려주시겠지요… 즐거운 마음으로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다만, “소중한 것을 먼저하라” 정도는 꼭 먼저 읽고 리뷰를 해주셨으면 하는 바램은 있습니다. (이 책이 일곱가지 습관보다는 읽기도쉽고, 플래너 활용에 더 유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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