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스라엘을 비난해야 합니다.

예수는 십자가에 못박히면서도 “아버지, 저들을 용서하소서. 저들은 저들이 하는 짓을 알지 못합니다”(누가복음 23:32-38)라고 말한다. 화해와 관용, 그리고 용서와 자비. 그것이 어쩌면 진정한 종교의 속성이고, 지난 수천년의 역사 속에서 인간을 지켜준 힘이었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2009년 지금, 새해를 맞아 팔레스타인의 아이들은 아직도 ‘한 줌의 기도’를 올리고 있다.

새해에는 한 명만 덜 죽게 해주시고
한 집만 더 덜 폭격 맞게 해주시고
한 줌만 더 덜 피 흘리게 해주세요

지난 6일 저녁, 나는 청계천 이스라엘 대사관 근처에서 열린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위한” 촛불 문화제에서 이 기도를 들었다. 해직교사 최혜원씨가 팔레스타인의 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기전 이야기한 이 기도문을 듣다가, 갑작스레 억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대체 어떤 세상이기에, 더 잘 살게 해달라 말하지 못하고, 덜 죽게 해달라고, 덜 피 흘리게 해달라고, 덜 폭격맞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일까. 어차피 죽을 거에요, 어차피 피 흘릴 거에요, 어차피 폭격 맞을 거에요– 그걸 알지만, 그래도 조금만 덜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일까.

▲ 해직교사 최혜원, 지난 12월 31일 풍선을 뺏기고 연행을 당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1948년 만들어진 신생국가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시오니스트들이 무력으로 이스라엘을 건국한 이후, 팔레스타인인들은 자신의 땅과 존엄성 그리고 생명을 빼앗기며 살아 왔다. 1982년 이스라엘은 레바논에 있던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을 저지하고, 레바논에 친이스라엘 정부를 세우기 위해 대규모 침략을 감행했고 이로 인해 이미 수 만 명이 학살당한 적이 있다.

중동정치 전문가 유달승 교수에 따르면, 이번 전쟁의 발단은 형식적으론 가자지구를 통치해 온 하마스가 휴전 협정을 깨고 로켓포 공격을 했기 때문이라지만, 실제론 하마스를 약화시키고, 하마스와 친서방 온건파 파타의 대립을 이용해 이스라엘에 가장 유리한 형태로 협상 테이블을 만들려는 것이다(링크).

동시에 이스라엘과 미 공화당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보내는 경고이기도 하다. 이번 작전은 부시 행정부와 이스라엘의 사전 교감을 바탕으로 추진됐다. 부시 대통령이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하마스에 있다’고 선언하고 유엔 안보리의 휴전 결의안을 거부한 순간, 이스라엘은 지상군 투입을 강행했다.

▲ 희생된 가자 지구 아이들_출처 로이터 통신

오바마 신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침략에 대해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줄거라 기대하긴 어려울 듯 하다. 이미 오바마는 작년 6월 대통령 후보자 시절,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 회의에서 ‘이스라엘의 진정한 친구’임을 자임하면서, “이스라엘의 안보는 신성불가침이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깨질 수 없다”고 연설한 바 있다(관련글 링크).

물론 모 나라 대통령 말대로 선거때야 무슨 말이든 할 수 있고, 이런 발언은 이스라엘을 지지한다기 보다는 유대계 로비조직의 압력과 그로부터 나오는 정치자금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UN도 무시하는 깡패 국가 이스라엘이, 세계 여러 곳에서 강력한 항의운동이 이뤄진다고 한들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 팔레스타인 평화를 위한 촛불 문화제

무엇보다 이들은 광신도다. 지난 2006년 7월 12일,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하기 위해, 워싱턴에서 미국 복음주의 개신교 목사와 신도 수천명이 모여 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 이때 그들은 “이스라엘의 존재를 위협하는 테러세력 제거는 성서를 따르는 것”이라며, 부시 행정부에 대해 “헤즈볼라를 공격하는 이스라엘의 발목을 잡지 말라”고 요구한 바 있다.

저들은 광적인 반면, 우리는 약하다. 우리가 무엇을 한들 세상이 변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저멀리 이국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살에 대해, 한국땅에 있는 우리가 몇날 며칠을 촛불 킨다고 한들 어떤 영향도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래도, 말해야 한다. 우리는 이스라엘이 전쟁과 학살을 멈추기를 요구한다고, 팔레스타인과 가자 지구 사람들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아가기를 원한다고.

항의의 표시로 이스라엘 국기에 던져진 신발들

다들 겪어보지 않았는가, 지난 촛불 집회때, 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천주교 신부님들의 시국 미사회가 얼마나 큰 힘이 되고 위안이 되었는 지를. 그 분들의 “여러분, 그동안 많이 외로우셨죠?”란 한마디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서러움이 달래졌는 지를.

말이란 그런 것이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누군가가 말해줄때, 함께 해준다는 말만이라도 고맙고 힘나는 것. 그러니까, 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행여 우리가 당할 때에 아무도 힘이 되어주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변화는, 당신이 한마디 내뱉기 시작하는 것, 손잡기 시작하는 것, 그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 말은 이스라엘을 향한 것이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향한 것이며, 지금 성지 순례란 명목으로 예루살렘을 행해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 멀리 떨어져있는 친구들에게 혼자가 아님을 알리는 것이고, 인류에게 벌어지는 이런 불행을, 이런 잔혹한 일을 두고보지 않겠다는 것이기도 하다.

… 세계가 과거 이스라엘의 잔혹 행위를 용납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지금 이런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스라엘을 비난한다. 당신들이 지금 벌이고 있는 학살을, 그 살육행위를. 지금 내뱉는 목소리가 아무런 힘이 없을지라도, 언젠가는 메아리가 되어 다시 울려퍼질 것이라 믿으며.

이스라엘은 당장 가자 지구에 대한 침공을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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