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많은 요소들이 전염병이 발생해서 전 세계적인 유행병으로 확산되기에 용이하다. 첫째로 많은 지역에서 공중위생시설이 열악한 상태이다. 둘째로 전례 없는 인간의 기동성이다. 사스 같은 신종 전염병은 순식간에 비행경로를 따라 퍼졌는데, 첫 사망자는 자신이 감연된 곳이 아닌 다른 대륙에서 사망했다. 셋째로 항생제에 대한 세균성 병원체의 저항력이 증가했다. 이것은 오래 전부터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항생제가 듣지 않으면 이미 소문의 세계로 사라졌던 과거의 전염병들이 전부 되돌아올 수 있다. 콜레라, 결핵, 심지어 페스트까지 창궐할 수 있다.
– 안드레아스 에쉬바흐, 「100년의 기회, 미래를 잡아라」, 리얼북, 214p
독일작가가 쓴 미래론은 「미래는 불면증에 걸린 좀비들의 세상이다(개정판 : 미래를 읽는 8가지 조건)」 이후 두번째로 읽었다. 그리고 독일 작가들의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꽤 만족스러웠다.
「100년의 기회, 미래를 잡아라」는 한 독일 SF 작가가 전망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미래를 과학기술 부분, 환경과 인구, 사회/문화/정치의 세 분야로 나눠서 차근차근 정리해 보여준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맨 앞에 설명한 방법론.
저자는 미래에 대한 단순한 낙관론이나 비관론을 모두 거부한다. 우리가 아직 가보지 못한 것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우리에게 다가올 것들을 준비하고, 그에 대해 영향을 끼치기 위한 것이란 것을 전제하면서도, 미래를 미리 생각해보고 준비하는 것은 꼭 필요한 것이라고 말한다. … 물론, 그 준비에 필요한 것은 지금까지 밝혀진 자료들. 그리고 말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별하는 것.
…책을 읽어가며 가장 재미있는 것은, 우리 주변에서 지금, 이슈가 되었던 많은 문제들이 이제까지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지가 함께 다뤄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간 복제 문제. 복제는 가능하지만 다양한 질병을 낳게되고 수명이 줄어들며, 복제된 인간은 결코 원본과 닮지 않는다…라는 사실등. 그리고 가끔, 아래와 같은 알아두면 좋을 것들을 알려주기도 한다.
새로운 기술들이 받아들여지는 전형적인 7가지 패턴(70~71)
1단계 : 그런 일에 몰두하는 사람은 미친 사람 취급을 받는다.
2단계 : 인사이더들에게만 통용되는 은밀한 정보가 된다.
3단계 : 그런 정보들이 여기저기 퍼진다.
4단계 : ‘선전’이 시작된다. 매스컴이 새로운 영역을 혁신적인 것으로 찬미하며, 회사들이 설립되고, 이들의 주식이 환상적인 시세로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며, 그 영역의 중심인물들은 팝스타에 버금가는 명성을 얻는다.
5단계 : 거품이 빠지고 투자를 잘못한 사람들은 뒤늦은 후회와 함께 막대한 재정적 손실을 입는다.
6단계 : 이제 그 가능성과 한계를 어느 정도 현실적으로 평가 받은 새 기술이 일상에 자리잡는다.
7단계 : 근본적인 요소들이 국가의 통제와 감독을 받으면서 법과 질서가 확립된다.
물론 저자는 자신의 생각을 확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모두 맞는 예측을 하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미래 같은 것들은 너무 긍정적으로 평가를 했다. (그가 자신의 예측 결과에 대해 3년후 분석한 글이 말미에 실려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이 결정적으로 도움되는 것은, 우리가 그렇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있던 분야에 대해 ‘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에 있다. 예를 들어 석유는 미래에 고갈될 것인가? 대체 에너지는 개발될 수 있을 것인가? 미래의 문화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등.
그리고 그 근거를 들기 위해 제시하는 방법론 덕분에, 우리는 언론에 호들갑 스럽게 보도되는 것이 아닌, 다른 눈으로 현실을 파악할 수 있는 눈을 하나 배우게 된다. 인간의 본능이 과연 그것을 허락할 것인가? 비용 문제를 과연 계산했는가? 지구 온난화가 과연 인간이 막을 수 있는 문제인가? 하는 등등의. … 다시 말해, 미래를 이해하기 위한 결정적인 요소는, 어쩌면, 사람이다.
또 하나, 더 재미있는 것은… 이 책의 많은 부분이, 우리의 현실에 겹쳐져서 읽힌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정부들의 노력이 합세해서 인터넷에 의해 형성될 위험이 있고, 권력자들에게 짜증스러운 ‘평등’을 없(애려고 할) 수 있다. “(대중을) 분열시키고 지배하라”는 모든 권력의 기본 원칙인데, 세계사회의 네트워킹이 그런 메커니즘을 무력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정부가 관심을 두고 있는) 정치적 우선 순위가 (흥미롭다). 스팸메일 발송자를 추적하는 대신, 무단으로 음악파일을 교환하는 학생들을 (더) 범죄시하고 있다. 개인 웹사이트 운영자의 삶을 힘들게 만드는 경고권(인터넷 사용중지 명령)이 수완 좋은 변호사들에 의해 남용되는 것도 여전히 용인되고 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익명의 인터넷은 종식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일이 잘못된면 곧이어 언론의 자유도 사실상 끝이 날 것이며 시민은 통제될 것이다. (234)
…뭔가가 생각나지 않는가? 🙂
물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책은 예언서가 아니다. 저자의 말대로 가이드북이며, 일종의 레이더에 불과하다. 레이더에 표시된 점들을 보고 그것이 비행기인지, 섬인지, 미사일인지를 읽어내는 것은 온전히 우리의 몫이다. 하지만 꽤 성능좋은 레이더-또는 친절한 레이더인 것도 분명한 것 같다.
미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가올 사회에서 어떤 준비를 해야하는지 고민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 아쉬운 것은, 번역이다. 왠지 설렁설렁 넘어가면서 읽히다가도, 자세히 읽어보면 조금 어색한 부분이 많이 있다. 위의 인용문에서 ( )를 친 곳은 이해하기 쉽게 자그니가 말을 바꿔넣은 부분이다.
* 관련 자료, 참고 서적 목록등…은 원래 이런 식의 책에선 잘 제공되지 않지만… 충실하게 근거를 제시해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 이 책을 읽다가 공병호씨의 ’10년후, 세계’란 책을 같이 읽었는데… 그냥 어이없어서 웃음만 나오더라. 비슷한 시기에 나와, 일부 비슷한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레벨이 다르다. 전혀 다른 예측도 있고.. 🙂 SF 소설가도 이 정도로 써내려가는데… 전문 필자란 사람의 글이 이 정도라니..쩝.
* 어떤 면에서 책 제목이랑은 전혀 상관없는 책일지도…;;
100년의 기회, 미래를 잡아라 – 안드레아스 에쉬바흐 지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