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모르는 청와대 인터넷 행정관

예전에 ‘붉은악마’ 싫다고 따로 ‘붉은닭’이란 응원단을 준비했던, 이재오 의원 보좌관이었다가 지금은 청와대 행정관으로 옮겨간, 두호리씨가 드디어 사고 하나 쳤다. (사실 청와대 들어간 것은 이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그동안 개인 블로그에는 글이 별로 안올라오기에 개인 블로그는 대충 접은 줄 알았다.)
글 내용 요약하자면 이렇다. “구글의 유튜브 실명제 거부는, 한국 실정법을 피해가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일뿐”이다. 그런 다음 인터넷에 대해 알만한 사람들도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씹는다. 정말일까? 먼저 사실 관계부터 확인해 보자.
  • 구글은 계속 유튜브 서비스를 한국에서 제공한다. (한국어 메뉴를 제공하고, 동영상을 볼 수 있다.)
  • 국가 콘텐츠 기본 설정(콘텐츠 배포 지역)을 한국으로 설정할 경우 동영상을 올리거나 댓글을 달 수 없다.

1. 유튜브의 국가 설정은 어떤 것을 의미할까?

구글에서 국가(+언어)를 설정할 수 있는 곳은 모두 세가지다. 하나는 국가 콘텐츠 기본 설정, 다른 하나는 언어 설정, 그리고 다른 하나는 프로필에서 출신지/현재 거주지 설정. 이에 대해 두호리씨는 A, B, C로 나누면서, 두가지 주장을 편다. 하나는 구글이 A, B, C 가운데 A에만 기능 제한를 거는 식으로 실정법을 비껴갔다는 것. 다른 하나는 C에 한국으로 설정되어 있으니 여전히 청와대는 한국 국적으로 동영상을 올리고 있다는 것.

이제 하나하나 까보자.

① 언어 설정(B). 이 B는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한국어 서비스는 다른 외국 서비스에서도 제공하는 곳 많다. 대표적인 곳이 다국적 언어를 배울 수 있는 사이트인 라이브 모카(http://www.livemocha.com/)다. 미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회사지만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따라서 이건 이번 논쟁과 상관없고…

② 거주지 설정(C). 이 주장은 좀 보면서 웃겼는데… C를 바꾸지 않았으니, 청와대의 국가 설정은 여전히 한국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인터넷을 전혀 모르거나, 바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주장이다. 저건 그냥 자기가 거기에 있다고, 스스로 선언하는 것에 불과하다. 뭐 특별히 설정이라고 말하고 말 것이 없는 부분.

저 부분은 미국 서비스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개인 프로필 설정중 하나일 뿐이다.

일부러 웃길려고 한 것이 아니면… 좀 굉장히 그렇다. 예를 들어 내가 내 페이스북, 또는 어제 소개했던 트위터에 지역을 “NEWYORK, USA”라고 설정하면, 나는 내 국가 설정을 바꾼 건가? (이렇게 말하니 엄청 거창해 지는군…).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영어 강사를 하는 사람이라면, 저 설정에서 “캘리포니아 출신, 지금은 한국에 있음” 이란 의미로도 설정이 가능하다.

location은 말 그대로 거주지에 불과하다. location을 국가설정이라고 주장하는 바보를 만나니 기분이 참 상쾌해지는 기분이랄까? … 작년부터 느낀 거지만… 청와대, 정말 영어 공부 다시해야겠다.

③ 국가 콘텐츠 설정(A). 국가 콘텐츠 설정(set your country content preference : 컨텐츠 배포 국가 설정)은 두가지 의미를 가진다. 하나는 그 국가의 사람들에게 적합한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것. 예를 들어 한국 사람들이 즐겨본 콘텐츠나, 한국 사람들이 올린 동영상을 따로 모아서 보여주거나 하는 것이다. 이 국가가 설정될 경우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말한다.

다른 하나는, 동영상을 올리는 배포자가 국가 콘텐츠 설정에 따라 자신의 콘텐츠를 보여줄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다. 이 규칙은 작년 11월 「유튜브 검열정책, 기준이 궁금하다」라는 글을 쓰면서, 구글에 메일을 보내서 알게된 사실이다. 특정 지역에 보여지지 않는 동영상의 경우, 동영상을 올린 사람이 그 지역에서는 보여지지 않기를 원해서 그런 것이란 사실.

…쌀로 밥짓는 얘기 하려니 진짜 힘드는데..(유치원생도 아니고, 이런 걸 청와대 인터넷 담당 비서관에게 일일이 다 가르쳐줘야 하나?). 이 국가 콘텐츠 설정이 바로 ‘그 나라에 대한 서비스’를 의미하는 것이고, 실질적인 국가 설정이다. -_-; 바로 “한국에 제공하는 서비스”를 가리킨다.

그런데 이 청와대 비서관은, 글에서 이렇게 말한다.


▲ 출처_두호리 블로그 내용 캡춰


장난치나… 업로드시 국가 콘텐츠 설정은, 바로 그 해당 지역의 사용자에게 공식적으로 유튜브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머지 다른 국가는 서비스가 공식적으로 제공되지 않는 ‘기타’ 국가고. 당연히 ‘국적’과는 무관하다. 여권 보여주고 심사받고 동영상 올릴 것도 아니고… 그렇지만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한 공식 서비스”와는 유관하다.

… 말 가지고 장난치지 마라. 이명박이 한국에서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릴 수 없게됐다-라는 말은, 공식 서비스가 제공해 주지 않는 다른 방법으로 동영상을 올릴 수 밖에 없게 됐다는(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다른 나라들처럼) 말이다. … 간단히 말하자. 유튜브가 공식 서비스 하기 이전에도, 우리는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려왔다. 그때로 되돌아 간거다.

* 하나는 다시 한번 짚자. 이건 국적 문제-는 아니다.

2. 구글은 왜 인터넷 실명제를 비껴갔을까?

두호리 글을 읽으면서 킬킬댔던 것은 실은 이 부분 때문이다. 구글이 “왜” 한국 유튜브 서비스에서 동영상 업로드와 댓글 쓰기를 막아야 했는지, 그에 대한 이야기가 쏙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실정법을 비껴가기 위해 꼼수를 부렸다’라는 점만 강조한다. … 전형적인 물타기다.

구글이 행한 조치는 간단하다. 한국에 제공하는 유튜브 코리아 사이트에서 동영상 업로드와 댓글 달기를 막았다. 말 그대로 글쓰려면 실명 확인을 해야한다고 강요하는 것에 맞서, 그럼 아예 안쓰게 하면 되는 거지? 라고 대답한거다. 그럼 당연히 왜 그렇게 대답하는 지를 물어야지, “나쁜 놈, 때릴려니까 도망가냐?”라고 말하는 것은 주소를 잘못 찾은 거다.

이에 대해 나경원 의원은 ‘실명으로라도 글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라고 운운하는데… ‘표현의 자유’라는 표현이 이럴 때도 쓰일 수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나경원 의원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렇지, 검열을 당하고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사람들이 넘쳐나긴 하지..만, 애시당초 그런 것 없이 글 쓸수 있게 되는 것이 더 좋은거다.

익명성은 표현의 자유의 핵심이다.

그럼 왜 구글은 실명제를 거부했을까? 추측해 볼 수 있는 것은 두 가지 이유다. 하나는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기 때문에. 그리고 다른 하나는 ‘기업의 이익’에 해가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최시중 방통위원장이나 두호리는 ‘중국에선 중국 정부의 요구사항 받아들여 자진납세도 해놓고!’라고 외치는데…

잘 맞췄다. 바로 그 사건 때문이다. 검열 불감증에 걸린 사람들이야 이게 뭐가 문제냐…싶겠지만, 미국이란 나라에선 검열이란거,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예전에 중국에 자진납세했다고 했지? 그 다음에 구글이 어떤 꼴을 당했을까? 별일 없었다. 그저, 구글의 최고 수뇌부들이 줄줄이 미국 청문회에 불려 나가서 “왜 중국의 주구 노릇을 했는지” 고백해야만 했을 뿐. (응응?)

그런 구글이, 한국에서 실명제를 받아들이고 싶었을까? 🙂 안그래도 줄 소송이 기다리고 있는, 그동안 이뤄왔던 독점에 대한 문제제기가 뇌관이 되어 본격적으로 터지게될 2009년에 말이다. (이미 올초에 구글은 워싱턴 정치에 한번 호되게 당했다.)

…정리하자, 글로벌 기업이자 미국 기업으로서 구글은, 자사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한국의 인터넷 실명제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3. 우리는 왜 구글의 인터넷 실명제 거부에 환호했을까?

맞다. 인터넷 실명제는 2007년에 실시된 법이다. 노무현 정권 시절에 만들어졌다. 그런데 왜 이명박 정권이 칼을 휘두르는 것에 대해, 그때는 가만있다가 이번에만 소리치는 걸까? 사실부터 다시 정리해보자.

인터넷 실명제, 예전부터 싫어했다. -_-;

자꾸 여론 들먹이는데, 여론이야 언제라도 “인터넷 악플등의 문제, 심각해서 대책이 필요하지 않냐?”라면 지금도 70% 이상이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 검열에 대해선 상당히 불감증에 걸린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당사자(?)들은 예전부터 싫어했다. 실명제 막겠다고 싸움도 걸어봤고, 디씨 인사이드에선 실명제 해도 악플 안줄더라는 보도자료까지 낸 바가 있다.

그래도 그 시기는 양반.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 때 네티즌 몇명 잡았던 거나..(그것도 나중에 풀려났다) 이랜드 파업 사건때 글 지웠던 거나..(그것도 나중에 복구 명령 받았다) .. 그닥,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정도로 심각한 일은 별로 많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 시기 줄줄이 당했던 것은 선거법 문제였으니 넘어가자)

그런데 이명박 정권 들어와선 “인터넷 독재”라고 흔히 부를만큼, 감시와 단속이 일상화되어가기 시작했다. 미네르바 사건이 대표적이고, 촛불 관련 커뮤니티에 대한 수사나, 조중동 광고 불매 운동에 대한 단속, 이명박이란 이름이 게임내에서 금칙어로 지정되는 등,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검열과 감시가 심해졌다.

…까놓고 말해, 그 분위기를 타고 요즘은 개나 소나 ‘글 블라인드 처리’를 요청하면서 블로그 검열을 일상적으로 자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쉽게 말해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노골적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 바로 지금이다. 막상 장자연 리스트에 대해선 제대로 수사하지도 못하면서, 잡아넣기 쉬운 네티즌만 아예 대놓고 까버린다.

…덕분에 엠네스티와 국경없는 기자회에서 중국과 북한(인터넷의 적)의 뒤를 이은 ‘인터넷 감시대상국가’의 위치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내기도 했다. (아 놔 자랑스럽다..젠장)

그런 분위기에서 구글이 치고 나와버렸다. 자기 이익을 위한 일이었겠지만, 다른 이들이나 다른 회사들이 못하던 일을 그냥 해버렸다. 속 시원하지 않은가? 박수치고 싶지 않은가? … 그런데 그게 대체 뭐가 문제인지… 잘못을 지적받았으면 뭐가 잘못됐는 지를 고민해 봐야지, 니네가 나쁜 놈이다-라는 식으로 몰고 가 봐야 뭘 얻을게 있다고..

변명이 일상인 정부-야 이젠 만성이 되서 그렇다지만, 명색이 청와대 비서관인 사람이 개인 블로그에 올려서 한다는 말이, 겨우 “오해에요! 우린 잘못 없어요!가 전부라니… 참, 질 떨어진다고 할 수 밖에.

4. 인터넷을 모르는 것은 블로거들이 아니라 두호리, 당신이다.

자리에 있다면 자리에 걸맞는 예의를 지켜라. 대통령 닮지 말고(응?). 낄데 못낄데 구분 못하고 나서는 것은 좋은데, 나설려면 제대로된 지식을 먼저 갖추고 나서라. 그게 당신이 비난한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사람 바보 취급하는 것도 정도껏이지, 쌀로 밥짓는 얘기 길게 써가며 계속 가르쳐줄 만큼, 다른 사람 한가하지 않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바로 당신에게 월급 주는 사람들이다. 월급 주는 사람들에게 말할 때는, 좀 곱게 공손함을 갖춰라. 단어에 욕이 없다고 공손한 것이 아니다. 글에서는 본질을 외면한채 엉뚱한 곳으로 호도하려고 하더니, 아래와 같은 말이나 내뱉는 꼴이 별로 좋게는 여겨지지 않는다.

▲ 출처_두호리 블로그

아는 척좀 그만 두고, 이제 한발 내려와 공손하게 인터넷을 먼저 배우기 바란다. 당신이 활동하던 세상이랑 지금이랑, 같은 인터넷이지만 같은 세상이 아니다. 인터넷 문화도 제대로 모르면서, 인터넷 사이트 서비스에 대해서도 제대로 모르면서 청와대 (내가 알기론) 인터넷 담당 행정관이란 사실이, 부끄럽지도 않은가?

* 그나저나, 구글의 유튜브 코리아 실명제 거부에 대해 최시중 방통위 위원장이 또 한마디 했네요. 미국 기업…을 설마 건드릴까 싶지만, 또 한번 피바람이나 불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갑자기 청와대 행정관이 개인 블로그랍시고 글을 올린 타이밍도 묘하고… 여론 떠보는 작업 같기도 하고.

.. 논리는 두호리와 동일하며, 최시중 위원장의 발언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번에도 변함없이 검열 게스트는 나경원 의원. 이 아주머니는 정말 지독한 검열주의자에요.

최 위원장은 1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히고 “구글코리아의 유튜브 사이트 업로드 금지조치 진위와파장을 파악 중이며 유감을 표시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또 “구글의 처사는 그들 주장대로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게아니라 장애(방해)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파이낸셜 뉴스, 구글 실명확인 눈가리고 아웅

* 누가 두호리씨가 달고 있는 댓글에 대해 비평 한번 잘해놨더라. 비판적인 글에는 무조건 ‘사랑합니다~ 고객님~‘만 외치고 있는 것 같다고. 읽다가 혼자서 키득키득대며 웃었다. 촌철살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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