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직원의 비판 글은 어디로 갔을까?

며칠 전(29일) 조세/회계 전문 인터넷 신문인 조세일보에 “노 前대통령 서거…국세청 직원 비판글 ‘파문'”이란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기사의 일부를 간략하게 소개해 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노무현 前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국세청의 한 직원이 국세청 내부 인트라넷에 올린 장문의 글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 직원은 노 前대통령 서거의 원인을 전직 국세청장이 제공했다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 글을 게재한 직원은 전남지역 일선 세무서에 근무하고 있는 A조사관. 그는 그 동안 몇 차례에 걸쳐 국세청 조직의 치부와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의 글을 내부 인트라넷에 올려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A조사관 지난 28일, ‘나는 지난 여름 국세청이 한 일을 알고 있다’는 제목으로 글을 게재했다. 그는 글을 통해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내 자신도 측은하다. 전직 대통령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생을 마감하게 내몰기까지 국세청이 단초를 제공했다”고 적었다.

그는 특히 노 前대통령 서거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던 태광실업 세무조사와 이를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한상률 前국세청장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는 “국세청을 위기에 빠뜨리고 국세청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게 만들어 놓고 국세청 수장으로 있는 동안 직원들에게 강연하고 사회공헌이다 뭐다 쇼를 하게 만들었다”며 “자기 자리 보전을 위해 골프를 치고 자기 출세를 위해 세무조사를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국세청 수뇌부는 태광실업 세무조사 착수의 이유, 관할 지방국세청이 아닌(부산국세청) 서울국세청 조사4국에서 조사를 하게 했으며 왜 대통령에게 직보를 했는지 여부 등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마 제가 한 조사가 맞다면, 이 세무관은 지난 2008년 5월에도 국세 행정 전반에 대한 강력한 비판의 글을 올렸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 글이 국세청 내부 인트라넷에 게재된 이후, 많은 곳으로 퍼져나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오늘 확인하니, 조세일보에서는 이 기사가 삭제되어 있네요.

물론 신문사 스스로 글을 내렸을 수도 있고, 오보였을 수도 있으며, 해당 대상자가 글의 삭제를 요청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신문사는 어지간한 일이 아닌 이상, 데스크를 통과한 기사를 쉽게 내리지 않으며, 오보였다고 보기에는 정황이 너무 확실하며, 해당 대상자의 요청이 있다고 기사를 삭제하는 것은… 지난 해의 사례로 봤을때, 쉽게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자세한 것은 조세일보만이 알고 있겠지만… 지금 제가, 그동안 블로그나 인터넷 카페에 올라왔던 수많은 글들이 블라인드 처리 당하거나 삭제된 것을 떠올리는 것은, 괜한 추측은 아닐거라고 생각합니다. 팩트도 분명하고, 분명히 기사거리가 될만한 사건인데… 기사가 사라졌다는 것을, 대체 어떻게 봐야만 할까요?

신문사가 정부에 알아서 꼬리를 내렸다? … 그렇다면 신문이라고 부르기 어려워집니다. 조세일보의 창간 이념에도 어긋나는 일이구요. 그럼 대체 어떻게 된 걸까요? 인터넷 신문에 실린 기사도 블라인드 처리나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건가요? 궁금합니다. 대체 조세일보에 실렸던 “국세청 직원의 비판 글” 관련 기사는 어디로 간걸까요?

* 구글에 의해 저장된 조세일보의 기사는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방통위 또 열받겠네..).

조세일보_구글캐쉬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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