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저녁 노을이 막 지기 시작할 무렵, 시청앞 광장의 풍경입니다.
운구 행렬이 떠난 뒤에도, 참 많은 분들이 자리를 지키고 계셨습니다. 이 이전에, 경찰과 실랑이도 좀 있었고... 왠지 이 광장만은, 다들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곳곳에서 자유발언대가 열리고, 그것을 듣고, 또 삼삼오오 모여 토론하고...
광화문쪽, 전경들 앞에서 서 계시던 한 스님.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자, 곳곳에서 촛불의 꽃이 피어났습니다. 마치,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다들 초를 준비해 오시고, 나눠주셨어요.
조그맣게 계속 마련됐던, 간이 분향소의 모습입니다. 다른 노동자 분들의 모습도 보이네요... 저 분들과 함께 있어도 어색하지 않은 대통령은, 아마, 노짱 한 사람 뿐일 겁니다.
분위기는 많이 평온했지요. 마지막 가시는 길이라서, 다들 가급적 평온하게 보냈으면 하는 생각도 있었고... 다만 더 많은 사람들이 나와주기를 기다리던 것도 있었고...
참, 오랫만에 보는 풍경이었습니다. 시청앞 광장에서 다시 켜진 촛불들. 아아, 진짜 오랫만에 보는 풍경이었네요. 이 광장은, 사유지가 아니라 공유지, 바로 시민의 것임은 누구나 알고 있거늘.... 참, 우리들의 광장에 촛불들고 모이기가, 정말로 힘들었네요.
...물론, 오늘 새벽, 그 광장은 다시 버스로 막혔지만요.
어제 풍경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다들 그러실거에요. 이제 무엇을 할까. 뭔가를 하긴 해야할텐데, 어떤 것을 해야할까, 할 수 있을까... 무작정 앞으로만 나가고, 무너뜨리자고 외치기만 해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냉정하게, 아주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그래요.
그렇다고, 무작장, 다음 번에는 꼭 투표하세요, 이러고만 있을 수도 없고... 그 와중에, 정부는 차근차근 용산을 철거하고, 삼성을 무죄판결내리고, 고대녀 김지윤씨를 잡아가고... 이런 일, 당장 오늘 저녁부터,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것 같아서, 조금, 몸서리 쳐집니다.
그래도... 해야겠지요. 불황이야 말로 혁신의 기회-라고, 구글의 창업자가 그랬다잖아요? 힘들고 어려울수록 머리를 짜내야지요. 어떻게,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해요, 변화가 필요해요, 행동이 필요해요. 저는 무작정 청와대 앞까지 진출해봤자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고 믿습니다.
오히려, 실질적인 힘이 필요해요. 용산에서 돌아가신 분들을 편히 장례치를수 있고, 삼성의 부도덕한 경영 승계를 비판할 수 있고, 한예종의 폐과와 변질을 막을 수 있으며, 화물연대 노동자 분들의 죽음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는. 누군가를 정치에서 떨어뜨리고 붙일 수 있는. 조중동의 언론 플레이에 놀아나지 않을 수 있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역시, 뛰면서 공부하는 수 밖에는 대안이 없겠네요. 일단, 일단은 말이죠. 이건 어제 오셨던 분들에게도 드리는 부탁이기도 하구요.
그래도 어제, 많은 분들이 오셔서 따뜻했습니다. 그 많은 분들을 보면서, 속으로 생각했어요. 아- 그래도 노무현 대통령, 행복하겠구나. 이제라도 이 많은 사람들이 와서, 참... 그 사람들이야 말로, 그러니까, 어제 그 자리에 있었던 당신이야 말로, 노무현이 살아있었다는 증거.
그리고 당신이 이제 해나갈 행동 하나하나가, 당신이 살아있다는 증거이면서, 과거에 바보 대통령 하나가 우리 곁에 있었다는 증거. 당신의 존재 자체가 앞으로, 살아있으면서 존재해야할, 그의 존재와 부재.
...열심히 삽시다. 예, 열심히 살자구요. 치열하게 경쟁하고, 뭐 그런 것이 아니라, 부끄럽지 않게, 떳떳하게, 언젠가- 우리 아이들이, 정말 민주주의고 자유고 평화의 중요함을 당연하게 여기면서, 그 고마움을 하나도 몰라도 될 시절이 올 때까지. 그때, 예전에 그런 일이 있었다고- 그래서 오늘 이렇게 우리가 있다고- 얘기해 줄 수 있을때까지.
당신이야말로, 노짱이 살아있었다는 증거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