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할 말이 궁해 억지를 부리는 정부

지난 수요일(27일) 정동극장앞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제에 다녀왔습니다. 일이 많아서… 아니, 그냥 가슴이 많이 무거워서, 요즘, 이것저것 글을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있네요. 그래서 늦게나마 올립니다. 하긴, 원래 이날 열릴 추모제도, 원래는 서울시청에서 열릴 거였는데… 정동극장으로 밀려난 거였죠…

사실 이번 일은, 어쩌면 이번 일 하나로만 볼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작년서부터 하나 둘씩 쌓여온 것들이, 결국 이런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겠지요. 세상에 어디 떨어져 있는 일이 하나라도 있을까요. 그들의 잔인함… 부끄러움을 모르는 뻔뻔함…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결국 오늘까지 오게 된 것이 아닐까요.

대학생 반독재 투쟁 위원회…라는 조직이 만들어졌나 봅니다. 저도 이날 처음 봤네요. … 막상 어제, 고대녀 김지윤씨는 용산참사 관련 집회와 관련하여,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고 합니다. 다들 생각하고 있는 거겠지만… 저 사람들이, 절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요… 금요일이 지나면 어떻게 할지, 이미 준비 다 들어갔을 것 같습니다.

…뻔해요. 대량의 구속과 감금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큰 일이 생길 것 같으면 일단 다 잡아가두는 버릇은, 박정희때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버려지지 않은 공안기관의 관습입니다.

이명박 정권 들어와, 죽음에 이른 분들을 함께 추모하는 추모 장소도 만들어졌습니다.

거리에는 음악 공연도 자그맣게 열리고 있었어요. 추모제와는 별개로. 작년 촛불집회의 평화로운 풍경이 떠오르더군요.

낮부터 대학생들이 모여 대형 걸게그림을 만들었다고 들었는데… 그 그림이 여기에 있었습니다. 대한문에서 정동극장으로 가는 길에. 예전 이한열 열사 노제때도 대학생들이 걸게 그림을 그렸었죠… 그때 그 분들, 지금은 다들 미술계의 중진…또는 소장파가 되어 있는데…

종이학을 접어, 봉하마을로 보내자는 움직임도 있었습니다. 그 사람들 사이에 놓여있던, 곱게 접힌 종이학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 우리에게 던져준 충격은, 어쩌면,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가-라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까지 우리는, “부자 되세요~”라는 환청 속에서 살아왔었는데… 과연, 그렇게 꾸역꾸역 사는 것만이 삶의 전부인가..라는 질문. 우리가 살아가면서, 지키고 싶었던 가치는 무엇이었나-라는 질문.

10년전의 악귀들이 다시금 살아나고 있는 이때에, 정말 이렇게 살아도 좋은가…라는 질문. 지난 1년 몇개월 동안, 많은 사람들의 죽음끝에 다다른 종착역.

추모제에는, 참 많은 분들이 참석해 주셔서, 기뻤습니다….

정말 작년 8월 이후로, 이렇게 많은 분들이 모인 모습은 처음 보는 듯 하네요…. 누군가는 이 모습이, 많이 무섭겠지요. 또 폭도로 몰아가고 싶은 것은 아닌지, 궁금할 뿐입니다.

조문을 위한 줄은 길게, 둘로 나뉘어져 있었습니다. 하나는 시청역에서 출발해 서울시 의회 앞을 돌아 대한문으로, 다른 하나는 정동길에서 시작해 강북 삼성병원을 거쳐 서대문까지. 정말, 정말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그 시간을 감내하고 있었습니다.

이 아이들은, 앞으로 자라면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갑자기, 박정희 대통령 -_-의 분향소에 가서 절을 하던, 제 어린 시절이 떠오르더군요.

…전 1979년의 석유 파동이, 박정희 대통령이 죽어서 그렇게 된거라고, 초등학교 4학년때까지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밤 10시반쯤 풍경입니다. 조문 행렬은 자정이 가까워져도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이 사람들은 무엇을 그리워하고, 아파하고, 보고싶어하는 것일까요. 왜 편한 분향소 놔두고 대한문 앞으로 다들 모이는 걸까요… 그 마음을, 이해하려는 사람들이 과연 정부에 있을까요.

지난 한두달은, MB 악법 정국에 밀린 정권이, 노무현 수사를 통해 주도권을 회복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렇지만, 그들도 이렇게 역풍을 심하게 돌려받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겠지요. 어리석고, 참 어리석은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추모 기간에도 하는 일들을 보면, 그들은 왜 이렇게 됐는 지를 모르고, 반성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아서… 참….

할 말이 없어진 정부에서는, 이제 아예 입을 틀어막았습니다. 대꾸도 하지 않고, 그저 어깃장만 늘어놓고 있습니다. 서울시청에 갇힌 행사차량을 빼러간 민주당 의원들에게 조차, 다들 말대꾸조차 해주지 않더군요(링크).

민주당 원혜영 전 원내대표가 지친 표정으로 전경버스에 걸터앉아 있다.
그가 말했다.
“차라리 거짓말로 둘러대더라도 대꾸라도 해줬으면 좋겠다.
‘전경버스 운전사들이 다 휴가를 가서 옮길 수가 없다’라고라도 하든지…
국회의원들이 와서 항의하는데도 나와서 받아주는 경찰이 한 명도 없다.
참담하다.”

보신각쪽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정을 압수했다가, 약간 파손된 상태로 돌려주는 일(링크)까지 벌어졌습니다.

하는 짓을 보면 꼭, 맘대로는 하고 싶은데 명분이 궁색하자, 억지로 어깃장 부리고 있는 어린애들 꼴입니다. 물론 그들은 어린이가 아닙니다. 이 뒤에서, 어떤 짓을 준비하고 있을 지가 뻔히 보입니다. 아마 예깃치 않은 사태에 놀라고, 그를 추모하러 모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촛불을 떠올리고, 속으로는 차라리 계엄이라도 선포하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어떤 식으로든 재뿌리려고 하는 거겠지요… 그들의 어깃장이란 것은, 결국 대화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어찌되던 우리 뜻대로 갈거다-라는 선언에 다름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강경책이 다다를 끝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요. 너무 누르다 풍선이 터져버린 것도 모르고, 여전히 더 누르면 될거라고 생각하는 그들을 보면….

그저, 마음이 답답해져 옵니다.

… 더 할말은 많지만, 아직은 장례기간이라 이 정도로만 씁니다. 뒤에서 무슨 꼼수 부리고 있는지 다 보인다고, 그 정도로만 적어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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