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아한테 전화하지 말라고 해서 무슨 소리인가, 김연아 개인 전화번호가 새어나갔나-하는 생각에 클릭했다가, 알고보니 청와대에 어떤 용자가 올린 글이란 것을 알고 피식-하는 마음에 웃게된 개그.
사실 포복절도할 정도의 개그는 아니지만, 앞서 말했듯, 이명박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해 줬다고나 할까요. 연아는 그냥 니네들 언론 플레이에 이용하지 말고 제발 놔둬라-하는 정도의 마음. 그냥 바램이죠. 저런 글 올렸다고 전화하고 싶은데 전화 안할 사람도 아니고… (이미 이상화, 모태범, 이승훈, 이정수 선수-등 메달리스트들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SBS는 이에 대해 자세하게 보도했다고 합니다.)
2.
그렇지만 이명박 각하(?)에 대해서만큼은 예민하게 대하게 되는 것은, 얼마전 이동관 대변인의 ‘동계 올림픽 성과는 이명박 정부탓‘ 드립 때문이랄까요. 박태환이 금메달을 따자마자 각하께서 전화를 바로 걸었던 사례도 있었고. 거기에 더해 예전 한나라당의 ‘우리도 연아처럼‘ 드립도 있었죠.
…그러니까 이런 기분. 어따대고 우리 연아를 함부로…정도랄까.
이런 드립들이 없었다면 그냥 그러려니- 했겠지만, 싫어하는 인간들이 이번에도 우리가 좋아하는 연아양 가지고 언플할 것이 명백히 예상되니, 기분이 나빴을 뿐. 그 기분 나쁨을 시원하게(?) 말해준 것이 문제의 그 용자? 그러니까..
특히 이 대통령은 “경쟁 국가 선수단도 물론 잘하기는 하는데 우리 선수는 (스케이팅 수준을 넘어) 발레다, 발레. 손을 봐요”라고 말하며 직접 김 선수의 손동작을 흉내 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런 뉴스, 보고 싶지 않았다는 거죠….
3. 다른 정치인들도 묻어가려는 데 왜 각하만 걸고 넘어지냐-는 분 계신데요, 그건 그들은 별다르게 특별하게 느끼지 않기 때문입니다. 까놓고 말해 연아양에게 묻어갈려는 사람이야 한 둘입니까. 홈페이지에 금메달 축하합니다- 정도로 글 올리며 묻어가는 거야 뭐라 그럴 것도 못되고. 대통령처럼 김연아에게 직접 연락할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만약 다른 묻어가려는 사람들이 못마땅하다면, 직접 그에 대해 쓰시면 됩니다. 개그(?) 하나에 그게 다 다뤄질 수도 없는 거고, A를 지적하지 않는다고 B에 대해 못쓰는 것도 아니고…
(사진 출처)
4. 그건 그렇고… 쓰다가 생각난 것. 생각해보니 그럼, 과연 제가 바랬던 대통령 전화는 어떤 것이었을까요? 그냥… 아마, 이런 대통령이 아니었을가 싶습니다. 메달을 따지 못한 사람에게도 전화를 걸어주는 대통령. 억울하게 떨어져서 속으로 울고 있을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대통령.
꼭 메달을 따야지 전화를 받을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닐겁니다. 그곳에 간 사람들은 누가됐건 결국 우리나라 대표들. 최선을 다했는데도 조금 억울하게 메달권에서 멀어지는 경우는 많습니다. 그럼 사람들에게 대통령 전화가 갔더라면 어땠을까요. 1위로 들어오고도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위해 떨어진 선수들에게 전화를 걸어줬다면 어땠을까요.
… 그러니까,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는 그런 전화가 아니라,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이 담긴, 그런 전화말입니다.
금메달을 따지 못했어도, 실수를 했어도, 때론 예선에서 떨어져 버렸다고 해도… 그 사람들도 우리 선수고, 우리 국가대표인데 말입니다.
* 좀더 생각해보니, 대통령이 금메달 딴 선수들에게 전화거는 문화가 언제부터 생긴 건가요? 저한테는 별로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라서 그렇습니다. 대통령이 국민들 사장님도 아니고… 우리가 뭐했다고 일일이 보고해서 칭찬받을 것도 아니고…
* 이건 좀 상관없는 일이지만, 궁금해서 질문 드립니다. 故 노무현 대통령을 거론하시는 분들, 좀 알려주세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언제 선수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치하’한 적이 있었나요? 제가 검색해 본 바로는, 박태환이 금메달을 땄을 때도, 연아양이 금메달을 땄을 때도 모두 축전을 보냈다-라고만 나와있습니다. 둘 다 청와대에서 낸 보도자료이고, 보통 언론은 이에 거의 보도하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모르는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알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김연아 관련 좋은 글 하나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