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거짓말, 네티즌이 가장 싫어하는 그것.
거짓말, 네티즌이 가장 싫어하는 것.
소녀시대 웹툰 사건은, 인터넷 만화 작가 윤서인이 소녀시대를 패러디한 ‘숙녀시대 과거 사진’이라는 제목의 만화를 한 포털 사이트에 게재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평소에도 가끔 세상에 대한 편파적인 시선이 담긴 만화 때문에 악플을 받았던 윤서인 작가는, 이 날도 소녀시대를 연상케 하는 여러 명의 여성들이 란제리 복장으로 조선 시대의 과거 시험을 보는 모습이 담긴 만화를 인터넷에 올려 많은 소녀시대 팬들의 항의를 받아야만 했다. 말 그대로 낚시질-을 한 것이다.
이혁재는 며칠 전 유흥주점에서 폭행사건을 일으켰다. 생각보다 술값이 너무 많이 나왔다는 이유로 시비가 붙었다는데, 실제로는 여자 문제가 끼여있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조직폭력배를 데리고 나타났다고 해서 말이 많았지만, 현재 경찰이 확인한 바로는 조폭과는 무관하다고 한다. 일단 단순 폭행 혐의로 불구속으로 기소된 상태다.
김현중은 전두환 전대통령의 팔순연에 참석했다는 간단한 이야기다. 다만 국민들이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그리 좋지 않기 때문에, 과거 독재자의 생일 파티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도 많은 비난을 들어야만 했다.
▲ 문제가 된 웹툰
거짓말은 이 세 가지 사건에서, 세가지 다른 모습으로 이뤄졌다.
소녀시대 웹툰을 그린 작가는 소녀시대를 연상하게 만드는 단어와 그림으로 사람들을 낚았으면서도, 다 소녀시대 팬이라서 그린 거라는 사과(?)를 서슴치 않았다. 야한 제목으로 독자를 낚는 기사를 쓰는 언론을 풍자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웃기는 소리. 특히 만화 마지막의 ‘숙녀 시대 떡치는 모습’이란 문장이 담긴 컷은, 그림은 정말로 절구와 방아로 떡을 치는 모습을 담고 있지만, 이렇게 쓰여진 말만으로도 실제로 어떤 이미지가 연상될지 작가는 분명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혁재의 경우 처음에 술집 폭행 사건이 보도되었을 때, 본인 스스로 매체 인터뷰를 통해 ‘과장된 것’이라거나 ‘경찰에 연락받은 적이 없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말들은 나중에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김현중 역시 전두환 전 대통령 팔순연에 참가한 사실이 연합뉴스에서 방송되었음에도 처음에는 소속사 관계자들이 이 사실을 부인했다.
인터넷이 거짓말에 더 쉽게 반응하는 이유
물론 거짓말을 하는 것은 인터넷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항상 문제가 된다. 이에 대해 사회심리학자인 다니엘 길버트는 이를 PAIN 법칙으로 설명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인간은 개인적이고, 갑작스럽고, 부도덕하며, 지금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쉽게 분노한다는 것이다.
연예인의 거짓말, 또는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거짓말은 이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다. 유명한 연예인들의 모습은 어린 시절 동창생 보다 개인들에겐 더 친근하다. 앞서 말한 사건들은 모두 급작스럽게 벌어졌으며, 의도적으로 남을 속였고, 지금까지 그들이 가지고 있던 이미지를 망가트렸다. 하지만 인터넷이 없었다면 크게 화제가 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아이러니 하지만, 그건 인터넷이 헛소문과 거짓말로 넘쳐나는 공간이기 때문에 그렇다.
흔히 생각하는, 인쇄매체와 인터넷 대화의 중요한 차이는 하나다. 바로 편집인, 또는 걸러내는 사람의 존재다. 인쇄매체나 라디오, 텔레비전에서는 편집자, PD, 기자, 작가들이 사실관계를 확인한다고 여겨진다. 보통 사람들은 그 확인작업을 믿고 기본적인 신뢰를 보낸다.
하지만 인터넷에는 그렇게 정보를 점검할 수 있는 단계가 없다. 다시 말해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헛소문과 거짓말이 떠돌기 좋은 환경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바보는 아니다. 그래서 그로 인해 사람들에게 한 가지 능력이 생겼다. 바로 ‘비판적으로 정보를 검토하는’ 능력이다.
10여년 전 초기 인터넷 사용자들은 누군가가 퍼트린 소문에 한 편으로 쏠리는 일이 많았다. 누군지도 모를 사람에게 속아 인터넷으로 성금을 낸 적도 있었고, 헌혈증을 보내거나 행운의 편지를 돌린 적도 많았다. 그 때문에 컴퓨터 바이러스가 퍼진 적도 있었고. 하지만 그런 일도 여러 번 겪고 나면 대처하는 방법이 생긴다.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 세상이 험해질수록 사람들은 갈수록 능구렁이가 되는 법이니까.
인터넷 이용자는 진실을 어떻게 확인하는가
인터넷을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은, 이제 모두 비평가가 되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본 정보들이 진짜인지, 신뢰할 만한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를 판단하는 버릇이 생겼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신중하게 처신하고 있다고는 말 못하지만, 최소한 예전보다 훨씬 더 비판적인 눈으로 블로그 글이나 신문 기사를 읽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예전 비평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논리적으로 글을 분석하거나 글의 허점을 찾아내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 사람들은, 정보가 옳은지 그른지 확인하기 위해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하나는 인터넷 검색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들의 대화에 화젯거리로 던져놓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누군가의 글이 뭔가 이상하다고 여기면 그에 대해 검색을 해보고, 그때 생긴 의문점을 여러 사람이 있는 곳, 예를 들어 트위터나 블로그에 화젯거리로 꺼내놓는다. 거기서 별 다른 반응 없으면 그냥 넘어가는 거고, 다른 사람들이 같이 거들고 나서면 진짜 이슈가 되게 된다.
예를 들어 소녀시대 웹툰은 지난 1월 2일에 올라왔다. 처음에는 보는 사람들이 별로 신경 쓰지 않다가, 나중에 소녀시대 팬들이 발견하고 항의하기 시작하면서 이슈로 떠올랐다. 이혁재의 경우엔 사람들이 다 맞다고 여기는데 본인이 아니라고 해서 이슈가 된 경우다. 처음엔 인천 출신 모 연예인이라고 기사가 올라왔다. 인터넷에서 그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는데, 나중에 이혁재가 맞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럴 경우 쏟아지는 비난은 어지간한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어렵다. 정치인이라면 모르겠지만…
마지막으로 김현중의 경우 조금 억울한 케이스인데, 소속사 관계자가 사건 초기에 일단 부인하고 보자는 자세로 임했던 것이 문제였다. 실제로 김현중은 본인이 원해서 간 것이 아니라, 소속사 사장이 데리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부터 진실을 말하라
물론 아직까지 거짓에 잘 속는 사람들은 많다. 모든 사람이 똑똑해 질 수는 없는 거고, 모든 사람이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아니니까. 게다가 요즘은 이런 점을 악용해서, 일부러 나쁜 이슈를 만들며 마케팅을 하는 사람도 있다. 흔히 말하는 노이즈 마케팅이다. 사람들이 좋게 말하던가 나쁘게 말하던가 상관없이, 일단 말을 하고 관심을 가져주면 무조건 좋다는 식이다.
인터넷을 이용하다 보면 단순한 변명, 단순한 과장 광고뿐만 아니라 이렇게 사람을 낚으려는 거짓 글들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만나야만 한다. 하지만 한번 더 생각하면 거짓말은 분명히 보인다. 거짓말에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약간 거리를 두고 의심하는 것, 그리고 그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다음과 같은 내용은 일단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 익명의 관계자가 말했다는 내용, 지나치게 감정에 호소하는 너무 작위적인 내용, 주장의 근거가 어떤 사실이 아닌 누군가의 권위에 의존하는 내용, 지나치게 장황하게 전문적으로 보이는 용어를 쓰면서 설명하는 내용.
만약 내가 어떤 사고를 저질렀다면? 내가 앞서 말한 사건의 당사자였다면? … 어쩔 수 없다. 솔직히 말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최선이다. 사건에 대해 잘모른다면 일단 침묵하고,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면 적극적으로(법적인 방법까지 포함해서) 최대한 강하게 부인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만 내가 정말 잘못했다면, 사실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있는 사실을 부인하면 논쟁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게 된다. … 그런다고 맞을 매를 안맞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덜 맞을 수는 있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처음부터 거짓을 말하지 않는 것이지만…. 어디 사람이, 실수없이 살아갈 수 있겠는가.
* 94.5Mhz, YTN 라디오 금요일 오후 8시 40분, 뉴스집중분석 – 클릭! 인터넷 이슈, 1월 22일 원고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