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연인들이 가르쳐주는 연애의 기술

영화 「500일의 썸머」를 보고 왔습니다. 옛날 생각, 참 많이 떠올리게 만들어주는 영화더군요. 영화를 보고나서, 같이 보러 간 친구와 2시간은 떠들었던 것 같아요. 지난 시절, 옛 사랑(?)의 추억에 대해. … 옙. 영화 속 주인공 이야기는 알고보면 내 이야기. 알고보면 우린 그저그런 연애를 하고, 서로 별로 다르지 않게 살아가고 있는 것을.

…그러나 그날, 우리가 내린 결론 중 하나는, 저건 연애는 아니었다- 였답니다. 스포일러 아녜요. 영화 시작할 때 그러거든요. 이건 러브스토리는 아니다-라고. 덕분에 속으로 울었다, 웃었다 하면서 재미있게 봤네요. 예, 영화 속 둘은 뜨겁게 사랑합니다. 그렇지만 이건 러브 스토리는 아녜요. 예, 러브 스토리는 아녜요.

 

…하긴 알고보면, 남녀탐구생활 27회 (via 롤러코스터)에 나오는 남자편-이야기와 똑같은 이야기입니다. 나중에 영화 보고 나서 비교해보시면, 정말 그렇게 느끼실 거에요. 🙂 남자는 여자가 온다는 곳으로 쫓아가고, 거기서 여자를 만나 얘기합니다. 그닥 즐거운 출발은 아니었지만, 술취한 (착한) 친구가 남자의 맘을 대신 고백해주죠. 그리고 다음날, 같은 사무실에서 만나, 여자가 남자에게 키스를 합니다.

… 오케이. 베리 굿. 아주 좋아요. 남자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연애의 시작.

… 물론 현실은 절대 이와 같지 않습니다만… 아무튼, 러브 스토리도 아니었는데 뭐 어때요. 이 정도는 이해해 줄께요. 아무튼, 누구나…는 아니겠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연애의 기억이 있습니다. 그것은 때론 아픔, 미움, 증오이기도 하지만… 보통은 아름답게 각색-_-된, 싱긋 웃어볼 수 있는 그리운 한 편의 이야기지요. 무심결에 걷다보니, 어느새 내 곁에 다가와 있는 한 사람.

그렇게 수없이 많은 사랑의 기억 속에서도, 가장 두근 거리는 것은 언제나 연애의 시작.
영화속 연애의 시작도, 그와 하나 다르지 않답니다.

 

1. 사랑, 그건 마술 같은 거에요 –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연애는 상대에 대한 호감-에서 시작합니다. 그건 어떤 조건-같은 것이 아니에요. 장동건이나 이영애가 옆에 있어도 내가 싫으면 그만, 반면 남들이 다 욕해도 내가 좋으면 어쩔 수 없는.. 그런 것들이 있어요. 그래서 가끔 사람들은, 그것을 마법이라 부릅니다.

그녀를 처음 보고 손을 잡았던 순간, 내게 느낌이 왔어요… 그건, 마법이었죠.

하지만 그 마법은, 있을 수 없었던 것이 이뤄진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살아왔던 삶, 그 삶이 알알이 뒤에 박혀 있는 그런 것…이라구요. 예를 들어, 맥 라이언…이 톰 행크스..를 만나보기 위해 시애틀로 찾아가지 않았다면, 그런 마법은 이뤄질 수 없었을 테니까요.내가 상대방에 대한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 또는 상대방이 내게 가지고 있는 호감을 알아낼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어쩌면, 연애 시작을 위한 가장 기본기에 해당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

 


2. 사랑은, 실수해도 괜찮아 – 뉴욕은 언제나 사랑중

 

 

하지만 아무리 연애박사라도 연애의 시작은 쉽지만은 않답니다. 장담컨데, 청춘의 고민중 절반은 연애에 대한 문제일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더라도, 항상 고민하게 되지요. 내가 정말 잘하는 것인지, 저 사람이 정말 나를 좋아하는지, 내가 이런 선택을 해도 되는 것인지.

연애 상담가 엠마의 고민도 마찬가지입니다. 남 일에 얘기하기는 쉽지만, 막상 자기자신의 일이 되니 결정이 쉽지 않은 거죠. 물론, 그래서 언제나 연애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감미롭다…지만요. (응?)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 엠마에게, 엠마의 아버지는 이렇게 얘기를 해줍니다.

 

사랑이 항상 완벽할 수 있겠니? 그러니까 실수해도 된단다.
물론 현실의 아버지라면 절대-이렇게 얘기해주지 않겠지만.. 🙂 그래도, 이 말이 맞아요. 자고로 실수는 실패가 아니라, (더 나은 결과를 위해 겪게되는) 행복한 경험이라고 했습니다. 내가 혹시 잘못한 것은 아닐까- 두려워하다가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요.

 

…게다가 완벽한 사랑? 나에게 딱 맞는 어떤 사람?은… 해보지도 않고 나타나지도 않을 거구요. 서로가 서로에게 길들여지지 않으면, 우리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실수해도 괜찮다는 마음가짐, 어쩌면 우리 삶에서 필요한 맷집.

 

연애를 시작하기 위해선, 그래도 괜찮아-라는 맷집이 필요하답니다. 🙂

 


3. 생일 선물로 키스해주지 않을래? –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하지만 아무리 내가 호감이 있고, 실패하는 것을 겁내지 않아도, 상대방이 모르고 있으면 말짱 꽝-_-입니다. 내게 먼저 다가오는 사람을 기다릴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이럴 때는 별 수 없습니다. 질러보는 겁니다….;;; (응?)

마코토에게 반한 시즈루가, 그의 곁을 뱅뱅 맴돌다가, 어느날 문득 작정하고 생일선물인 셈치고 키스해 달라고 합니다. 사진 공모전에 낼 사진을 찍고 싶다면서. 그것은 시즈루에겐, 사랑이자 이별의 인사. 그리고 마코토에겐, 자기가 모르고 있었던 사랑을 깨닫는 계기가 되지요.

꼭 이렇게까지 과격하게 할 필요는 없지만.. 🙂 사실 다들 많이 그러잖아요. 전화하다 말고 “오빠, 그런데 왜 나한테 잘해줘요?”라던가, 데이트하다 말고 “…이렇게 쭉 계속 만났으면 좋겠다”라던지.. 🙂

…복근을 기르셨다면 (응?) 지르세요. 상처받을 지도 모릅니다. 아마, 충분히 그럴 수도 있어요. 그래도, 지르세요. 그냥 뱅뱅 맴도는 것보다는, 그것이 훨씬 좋은 방법이랍니다.

 

4.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며 살 수는 없을까? – 첫 키스만 50번째

 

 

막상 연애를 시작해도, 처음에는 싸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린 왕자가 장미를 사랑할 때도 서로 밀고 땡기며 신경전을 벌였는데요 뭐… 대부분 상대에게 바라는 것이 너무 많거나, 상대를 내 입맛에 맞게 바꾸려 할 때 그런 일들이 찾아옵니다. 그러다가 결국 이런 소리가 나오는 거죠. “너 요즘, 나한테 왜 그래?”라고…

하지만 그 정도는 알고 보면 약과. 영화 ‘첫 키스만 50번째’에서 루시를 사랑하게 된 헨리가 부딪히는 현실은, 그런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고난입니다. 애당초 헨리가 사랑한 그녀는 하루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신체적 핸디캡을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그래도 어쩔까요. 내가 좋다면, 할 수 없는 걸요. 그 사람을 그대로 인정하고, 그 사람에게 맞춰가면서 살아갈 수 밖에요. 물론 그도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기는 하지만… 🙂

서로 다른 곳에서 태어나, 다른 음식과 환경, 관계를 맺으며 살아왔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 그리고 그 인정을 바탕으로 서로 새로운 관계,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는 일…. 그게 바로, 서로에게 길들여지는 거랍니다.

 

5. 당신은 나를,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었어요 – 이 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건 강제로 되는 일은 아닙니다. 상대를 사랑하면 알게되고, 알게되면 보이나니, 보고나면 내 자신이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지는 거죠. 사실 새로운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서, 나는 그냥 나니까 그냥 나로 내버려 달라고 말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많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이 영화속 고백은,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이기도 합니다.

 

“당신은 나를,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었어요.”
나에게 당신을 맞추라는 말이 아니라, 내가 당신에게 맞추겠다는 말이 아니라, 당신을 만나서 나는,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는 말…. 돈이나 명예, 큰 집, 자동차, 사회적 지위, 외모… 그런 것들이 아니라, 그냥,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는 말. 바로 당신과 만났기 때문에.

 

맞아요. 그리고 어쩌면, 「500일의 썸머」에서, 남자가 헤어지고 난 다음에야 깨닫는 것, 말하지 못했던 것이 바로 이것일지 몰라요. … 그러니까, 비록, 러브스토리는 아니었지만 말입니다.

* 예전에 썼던 글, 조금 수정 봐서 다시 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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