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한일 사이버 전쟁,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지난 3월 1일 한국 네티즌들이 일본 인터넷 커뮤니티 2Ch를 공격하는 일이 벌어졌다(누가 먼저 공격했는 지는 따지지 않겠다.). 전쟁이나 테러라는 과격한 이름이 붙긴 했지만, 실제론 일종의 해킹 공격을 가한 것이다.
이번 공격의 명분은 두 가지라고 알려져 있다. 하나는 지난 2월달에 러시아에서 구타 당해 사망한 한국인 유학생 사건. 사망한 고인을 욕보이는 언행을 해당 일본 커뮤니티에서 했던 것이다. 이 행동으로 한국 네티즌들의 불만이 팽배해 있었는데, 같은 커뮤니티에서 이번엔 이번 동계 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가 점수를 잘 받은 것은 심판을 매수 했기 때문이다-라는 식의 언행을 일삼았던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번 공격은 형식적으론 작년 한국에서 일어났던 인터넷 해킹 공격과 비슷하다. 작년 인터넷 해킹 공격은 보통 디도스 대란이란 이름으로 부르는데, 쉽게 말해 특정 인터넷 홈페이지에 허용된 한계 이상으로 접속을 시도해 그 홈페이지가 운영되는 서버를 다운시키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인터넷 회선에 한꺼번에 많은 데이터가 통과하게 만들어 교통 체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평상시에는 아무 문제 없는 휴대 전화가, 크리스마스 날이나 12월 31일이 되면 갑자기 통화량이 많아져서 전화가 연결되지 않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만 보통 해킹 공격은 바이러스를 컴퓨터에 감염 시켜서 감염된 PC가 알아서 공격을 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프로그램이 해야할 일을 사람이 직접 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전쟁이라기 보단 놀이에 가까웠던 한일 사이버전

이번 사건의 특징은 꽤 많은 사람이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꼭 찝어서 몇 명이라고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1~2만, 많으면 약 10만명 정도가 이번 사건에 참여한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완전히 사람 힘으로만 이뤄진 사건은 아니다. 사람이 F5 키를 누르는 것도 한계가 있고… 공격용 프로그램 없이 이런 사이버 공격이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만 이런 종류의 사건은 예전에도 있었고, 이번에도 연례 행사 정도로 지나갈 수 있는 사건이었는데, 앞서 말한 몇 가지 사건이 결부되면서, 일종의 민족주의 감정이 폭발했달까, 그래서 참여자가 예전에 비해 많이 늘었다고 생각된다.
그렇지만 진짜 전쟁- 같은것으로 보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이번 사건은 일종의 놀이에 가깝다. 어떤 면에선 3.1 절을 기념해서 폭주족들이 폭주를 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번 사건에서 참여자들이 보여준 모습은 리니지에서 공성전을 하는 것이나, 아니면 와우 같은 게임에서 공격대를 짜서 이뤄지는 일들과 별로 다르지 않다.

커뮤니티끼리 연합을 하고, 공동으로 작전을 짜고, 당일날 지휘부의 통제에 따라 공격을 한다거나 첩자를 파견해서 정보를 수집하고, 수집된 정보를 공유하고… 이런 것들 대부분이, 기존 온라인 게임에서 익숙하게 보여지던 것들이다. 애시당초 이런 식의 해킹 전쟁 자체가, 자신의 실력을 과시할 목적으로 시작된 놀이이기도 하고.

이번 한일 사이버 전쟁이 주목받게된 이유

따라서 이번 사건이 일어나게 된 이유는 있지만, 이런 것들을 민족주의 감정이나 어떤 특정한 동기에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다. 그냥 너 싫으니까 고생해 봐라, 정도 수준이랄까. 물론 우국충정에 불타 이번 일에 참여한 사람도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이번 해킹 전쟁을 일종의 게임처럼 즐긴 이들이 더 많았다고 여겨진다.

그런데 왜 이번에만, 유독, 언론에서 심심치 않게 다뤄지는 것일까? 가볍게 대답해 보자면, 우리가 오랜만에 이겼기 때문이다. …-_-; 아무래도 일종의 승전보라서 조금 널리 퍼지게 된 것 같다. 게다가 대규모로 이뤄졌고, 어쨌든 김연아 선수가 관련되었다는, 관심 끌기 좋은 요소도 들어있었다.
조금 더 진지하게 얘기해 보자면, 최근들어 이런 종류의 사이버 전쟁 움직임이 많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래서 언론이 어느 정도 민감해져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더 민감하게 받아들였다고도.
실제로 얼마전 까지 중국과 이란이 가벼운 해킹 전쟁을 벌였었다. 물론 실제 국가간 대립은 아니고, 중국과 이란 해커들 간의 전쟁으로 여겨지고 있다. 작년에 구글이 중국에서 철수를 선언하게 된 동기도 중국 해커들이 미국 기업들에게 지속적으로 해킹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작년 한국 디도스 대란도 그 뒤에 배후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발표가 있었다(여전히 진실은 오리무중이다. 국정원의 언론 플레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

어떤 놀이라도 한계를 넘는 것은 곤란하다
이런 일들을 인터넷에서는 병릭픽이라고도 부른다. (관련 링크) 시간 많이 남는 사람들이 할 일 없어서 벌이는 짓이라는 말이다. 그렇지만 결국 놀이는 놀이다. 과대포장할 필요도, 낮춰부를 필요도 없다. 어느 쪽이건 국제적 망신을 자아낼 상황만 아니라면,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정답이라 생각한다. 그 세계는 그 세계의 문화가 있는 법이니까…
다만, 어느 정도선은 반드시 지켜야만 한다. 그 선을 넘는 순간, 더 이상 놀이는 놀이가 아니라 범죄가 된다. 이번엔 상대가 일본측 커뮤니티이고, 공격 받은 쪽이나 공격을 한 쪽이나 마이너리티한 곳들이라서 크게 문제가 되진 않는 것 같지만…
만약 이런 일이 한국안에서, 한국 사이트를 대상으로 이뤄졌다면 어땠을까? 아마 한국에서 한국 사이트를 대상으로 10만명 정도가 사이버 공격에 나섰다면, 분명히 문제가 됐을 것이다. 당장 해당 사이트에서 고발이 들어갔을 테니까. 이번 인터넷 공격도 실제로 문제시 삼으려면 문제 삼을 수 있는 여지는 꽤 많다.
FBI 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는 말도 그냥 나온 말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일본 극우 신문인 산케이 신문에서만 연일 보도를 내놓고 있는 상황이라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진 않지만… 이번에 공격당한 일본 2ch 커뮤니티의 서버가 일본이 아니라 미국에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해킹 공격을 가한 셈이고, 거기에 한국 IP가 막히자 미국 서버를 우회로로 삼은 것이 사실이라면, 분명히 조사가 들어간다. FBI가 아니라고 해도.

어쨌든 이번 사건은 여러모로 예외적인 경우다. 그리고 다시 재발할 우려도 별로 없다고 여겨진다. 앞서 말했듯이 이건 그냥 놀이다. 전쟁이 아니다. 일본에 이겼다고 좋아할 필요도, 졌다고 슬퍼할 필요도 전혀 없다. 보시는 분들도 그냥 그런 일도 있었구나-하고 받아들여주시면 된다.
다만 놀이의 한계를 넘어서게 되면 그땐, 결국 누군가가 책임을 지게될 것이다. 그것은 분명하다.

* 94.5Mhz, YTN 라디오 금요일 오후 8시 40분, 뉴스집중분석 – 클릭! 인터넷 이슈, 3월 5일 원고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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