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가든’, 김주원과 길라임이 읽고 있던 책은?

요즘 푹- 빠져사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예전 ‘네멋대로 해라’이후 정말 드라마에 이렇게 빠져 살기는 오랫만인데요- 김주원, 길라임, 오스카, 솔이, 감독님 등등의 엇갈린 사랑 이야기가 뻔하게 여겨지면서도, 이상하게 재미있네요.

그런데 이 드라마, 은근히 책이 많이 나옵니다. 심지어 한국 드라마 최초로, 책을 읽는 부르주아(?)가 나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한데요- 이 드라마 속에서 김주원과 길라임이 읽고 있는 책은, 과연 어떤 책들일까요?

▲ 드라마, 시크릿 가든

우선 이 드라마를 관통하고 있는, 김주원과 길라임의 마음을 엮어주고 있는 책은 바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입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책이기도 하고, 최근엔 인터랙티브 전자책으로 나와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같은 기기에서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합니다.

어쩌면 두 사람의 관계를 나타내주는 이야기-가 될 지도 모르겠네요. 김주원은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는 토끼, 길라임은 재수없게(?) 그 토끼에 이끌려 이상한 나라에 떨어져 고생하는 앨리스. 여기는 더 이상 내가 살던 곳이 아니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증후군이란 질환이 있다.
매일매일 동화속을 보게되는 신기하면서도 슬픈증후군이다.
내가 그 증후군에 걸린게분명하다.

…그런게 아니라면 어떻게 아무것도 아닌 

저 여자와 있는 모든 순간이 동화가되는 걸까…

책 자체는 재미있지만, 그 구성이 일종의 꿈-같은 구성이라, 나이들어 읽으시는 분들은 조금 당혹해하기도 하는 책입니다. 게다가 은근히, 책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굉장히 유명한데 비해, 책 내용을 알고 있는 분들은 드문 책이기도 합니다. 사실 내용이란 것이..-_-;

* 의학적으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증후군’은, 편두통 환자의 두통에 선행한 시각적 환영을 말한다고 합니다.(링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루이스 캐롤 지음, 존 테니엘 그림, 김경미 옮김/비룡소

그 다음, 김주원이란 캐릭터를 나타내기 위해 손에 들린 책이 두 권 있습니다. 바로 ‘천재 토끼 차상문’과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입니다.

‘천재 토끼 차상문’은 김남일 선배가 오랫만에 쓴 장편 소설입니다. 마지막 장편을 본게 10년도 더 넘었으니, 진짜 오랫만에 쓰긴 했네요. 말 그대로, 토끼로 태어난 인간(?)의 눈으로 바라다본 세상이야기. 이야기는 짜임새 있지만, 그리 녹록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토끼 인간이라는 장치를 걷어내고 읽게 되면, 꽤나 진중한 소설. 이건 이상하게 시크릿가든-에서 소개한 책들이 대부분 그러네요.

어쩌면 김주원이란 존재가, 그런 천재 토끼 차상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도 토끼도 아닌 존재. 그래서 사람이면서 토끼인 존재. … 아니면 길라임일라나요. 길라임의 존재로 인해 김주원은 차츰, 자신이 당연하다 생각하던 것들이 조금씩 무너져 내리는 경험을 하게 되니.

천재토끼 차상문 – 
김남일 지음/문학동네

그런 김주원이, 길라임을 이해하고 싶어서(?) 선택한 책이 무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입니다. 말 그대로 세계 빈곤 문제에 대해 다룬 책인데요… 이 책은 불편한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쉽게 읽히는 교양서입니다. 세계 여기저기에서, 빈곤 문제가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 그 문제들이 일어나는 배후에 어떤 정치적 결정과 시스템이 존재하는 지등에 대한 .. 친절한 안내서.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갈라파고스

반면, 우리 라임이가 읽는 책은..

▲ 질풍가-입니다.
질풍가 1 – 
사우 지음/청어람

참고로 2007년 나온 책이라, 설정상 7년전(?), 길라임이 고등학생일 때는, 읽을 수 없는 책이었다는 거…(웃음)

물론 저건 고등학생 때고…

▲ 요즘은 이런 책을 읽습니다.

왼쪽부터

  • 스물다섯 K군, 친절한 펀드씨를 만나다
  • 백년의 고독 2 (…무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 방각본 살인사건
  • 넙치2 (귄터 그라스!!)
  • 1984(조지 오웰!!)
  • 프린세스 조슈아
  • 현대 기호학 강의(응?)
  • 김영란의 주부 경제학

….어, 뭐야 이거 몰라 무서워….-_-;;

어쩌면 길라임과 김주원은 취향이 엄청나게 잘맞는 커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래, 김주원의 서재를 봐도 이 들이 비슷한 취향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저 서재에 꽂혀 있는 책들을 대충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 정통초밥요리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 카리브해 크루즈 여행법
  • 보는 방식을 마꿔라
  • 사연으로 움직이는 가정
  • 쓰임받는 사람의 축복
  • 단테클럽
  • 천재토끼 차상문
  • 나목의 꿈
  • 눈물 마시는 새(이영도!!)
  • 다마모에 – 혼이여 타올라라(기리노 나쓰오)

… 오히려 길라임의 독서 취향이 더 어렵군요..;; (응?)

물론 저 모든 것은 그냥 소품일 뿐. 별 신경을 쓸 필요는 없습니다.

신경을 쓴 것은 이 부분, 책 제목으로 시쓰기-

위에 소개된 길라임의 책장은, 어느 순간 이렇게 변하더니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동화처럼
은하가 은하를 관통하는 밤
나쁜 소년이 서 있다
이토록 사소한 멜랑꼴리
그는 추억의 속도로 걸어갔다

그리고 김주원의 서재에선,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내죠.

아무렇지도 않게 맑은 날
가슴 속을 누가 걸어가고 있다
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너는 잘못 날아왔다

…다들 시집, 또는 소설책 제목이지요. ^^
이중에서 추천하고픈 책이 있다면, ‘나쁜 소년이 서있었다’와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어차피 시-쪽은, 서로가 가진 감수성에 따라 호불호가 많이 갈립니다.
이 기회에 한번, 서점에 나가서 시집 구경 한반 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 저는 기형도, 이성복, 최승자… 이런 시인들을 좋아합니다.

대중적이랄까요…–;
나쁜 소년이 서 있다 – 
허연 지음/민음사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 
황인숙 지음/문학과지성사

사실 이 방법은, 예전에 Cliomedia님이 소개해 주신(링크), 새로운 책 정리 방법 가운데 하나입니다. 캘리포니아 출신의 아티스트 니나 카차두리안이 제안한, 1993년부터 시작된 ‘책정리 프로젝트’로 제안된 방법입니다.

여기서 책정리 기준은 딱 하나, 책등에 있는 제목만 골라 읽었을 때, 한 편의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는 그런 책들을 골라 같이 정렬하는 것. 그리고 저도, 집에 있는 책으로 한번 가지고 놀아봤습니다.

너에게 세들어 사는 동안
절망이 벤치 위에 앉아 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
외롭고 높고 쓸쓸한
누워서 부르는 사랑 노래

그 여름의 끝
당신의 방
붕붕거리는 추억의 한 때

몸 하나의 사랑,
털 없는 원숭…이(?)

역시 크리스마스는 혼자 놀아야 제맛-입니다….O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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