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는 사놓고 아직 읽지 못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동아일보 사설(김순덕 칼럼)에 실린 「장하준이 말하지 않은 것들」이란 칼럼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뭔가 영, 썩 개운치 않습니다. 그래서 몇자 적어봅니다.
먼저 칼럼에선, 시작부터 장하준 교수에 대해 비비꼬며 나아갑니다. 밑에 인용한 문단 밑에 달린 소제목부터 ‘외국선 혹평… 국내선 베스트셀러’입니다.
나는 경제학자 장하준을 존경한다. … ‘23가지’의 서평기사를 소개한 그의 홈페이지를 보면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9개 기사 중 단순 소개를 제외한 6개가 결코 좋은 평이라고 할 수 없는데도 당당하게 올려놓은 그의 담대함 때문이다.
장하준 교수의 홈페이지에 실린 리뷰는 총 9가지이며, 이 링크(클릭)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칼럼에도 실리고, 장하준 교수 홈페이지에도 실린 리뷰들에 대한 소개인데, 그 리뷰(링크)에서는 책에 대해 이렇게 소개해 놓고 있습니다.
New Statesman(Robert Skidelsky) – Skidelsky applauds Chang for his “incisive and entertaining” analysis.
the Observer(John Gray, 옵서버) – his account of where we find ourselves today is arrestingly accurate. For anyone who wants to understand capitalism not as economists or politicians have pictured it but as it actually operates, this book will be invaluable.
the Sunday Times(David Smith, 더타임스) – It is, overall, “a lively, accessible and provocative book”. “It makes for a good read,”
간단히 요약하자면, 가치있는 좋은 책이란 말입니다. –_-; 그런데 이런 리뷰들이, 칼럼에서는 이 모양으로 꼬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보신문 가디언의 일요판인 옵서버는 “(금융개혁에 대한 그의) 분석은 비현실적이고 정치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평했다. ①
더타임스는 “그가 말하는 진실은 그가 자유시장주의자를 비판하는 것처럼 객관적이지 않다”고 썼다. ②
사회주의 전파를 위해 창간된 잡지 뉴스테이츠먼조차 “(그가 제시한) 국가주도 자본주의는 결국 내파(內破)했다”고 지적했다. 장하준이 소개하지 않은 가디언의 서평이나 남아공 매체인 비즈니스데이의 혹평은 옮기기도 죄스러울 정도다. ③
저 문장에서 인용한 옵서버의 리뷰(링크)에선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It is at this point that Chang’s analysis, otherwise refreshingly down to earth, seems to me to become unrealistic. Banning opaque financial products might be a step towards a safer world. Unfortunately it is also politically impossible.①
맞습니다. 장하준 교수의 주장은 비현실적이고 정치적으로 불가능할 지도 모릅니다. 리뷰들은 전반적으로 분석은 정확하지만 대안은 이상적(?)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 위에 인용한 옵서버의 결론을 보세요. 막번역하자면 “자본주의가 진짜로 어떻게 작동하는 지를 알고 싶은 사람들에겐, (이 책의) 가치는 따질 수 없을 만큼 귀한 것이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게 칭찬일까요 욕일까요.. 흠흠.
더타임스(..썬데이 타임즈)(링크)에선 저 말을 적기 전에, “이런 맥락에선 이 책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 라고 적고 있는 것은 안보였나 봅니다. (저 리뷰에서 주의하라고 하면서 말한 사례는, 장하준 교수는 국가보호주의의 국가가 경제 성장을 한 것까지만 말하지만, 그 이후 자유시장경제로 나간 국가가 보호주의 아래 남아있는 국가보다 더 빠르게 성장했다-라는 말이었습니다. 정당한 지적이라고 봅니다.)
뉴스테이츠먼츠(링크)의 해당 부분은 아래와 같습니다.
The main question that Chang leaves unanswered concerns the durability of various systems of political economy. The older, state-led systems (what Kaletsky calls Capitalism 2.0) may have produced better results by most measures for a time, but eventually they imploded, in developed as in developing countries.
장하준 교수가 말하지 않고 남겨둔 질문이 그런 국가주도 경제의 내구력에 대한 문제라고, (장하준이 말하는 식의) 예전 국가주도 시스템은 더 나은 결과를 남겼지만, 개발국가의 성장과정에서 갑자기 파열됐다고- … 뭔가 느낌이 다르죠? 그리고 그 리뷰가 다루는 세 권의 책 가운데, 장하준의 책이 가장 성공적으로 보인다고 처음부터 적었다는 것은 아예 모른 척 하는 군요… ^^
마지막으로 차마 옮기지 못하겠다던 가디언의 리뷰(링크)는 그냥 일반적인 비판인데요… 금융 자본, 또는 자본주의를 신봉하는 사람 입장에선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비판입니다. 시간 없으시더라도 맘 편하게 전문을 옮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아무튼…그리고 그 밑에 바로, 왜 장하준 교수를 까는지 –_-; 그 이유를 솔직하게 드러냅니다.
지난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국회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거부해야 한다”며 야당과 좌파의 정치투쟁에 힘을 실어준 그의 참모습은 알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야당에 힘을 실어줬다고 깐다는 겁니다. –_-; 그리고는 이렇게 말합니다.
스스로 좌파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장하준은 BBC로부터 좌편향이라고 묘사되는 사람이다. 주류경제학 아닌 이단적(heterodox) 경제학 교수이기도 하다. 그래선지 더타임스는 “조심해서 읽으라”고 경고를 붙여놨다.
규제 없는 시장은 없기 때문에 자유시장이란 없다는 장하준 경제학의 대전제부터 동의하기 어렵다. 법이 없는 국가는 없기 때문에 자유국가란 없다는 말과 똑같은 논리 아닌가.
BBC까지 뒤지면서 자료를 찾진 못했고… 그렇지만 BBC에서 좌편향이라 말하진 않았을 것 같고…(국가 주도 자본주의자…가 좌편향이라면…) heterodox 라는 단어는 위키피디아(링크) 에서 찾으셨나요? 다른 리뷰에도 그 단어를 쓰긴 했네요. 그런데 이 경우엔 ‘비주류’라고 번역하는 것이 더 맞지 않을까요? –_-a.
‘조심해서 읽으라’는 원문은 ‘but read it care’입니다. 그리고 그 앞에는 ‘Read this book(이 책을 읽어라)라고 되어 있다는 것은 빼셨네요…
덧붙여, 위에서 지적한 부분은 원문의 이 부분이죠?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은 자신들이 정부의 정치적 개입으로부터 시장을 보호하려고 하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정부는 언제나 시장에 개입하고 있고, 자유 시장론자들도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정치적이다. 객관적으로 규정된 자유 시장이 존재한다는 신화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자본주의를 이해하는 첫 걸음이다.
– 장하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p20
그런데 이건, 알고 보면 쌀로 밥 짓는 얘기 아닌가요-
뭐 거기서 그치면 그냥 양반인데… 이젠 뭔가 주장이 조금씩 안드로메다로 날아가기 시작합니다.
그는 18세기 영국과 19세기 미국, 그리고 오늘의 중국을 들며 “자유무역 자유시장 정책으로 부자가 된 나라는 과거에도 거의 없었고 앞으로도 거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그가 MBC에서 밝혔듯이 FTA는 두 나라 사이에만 자유무역을 하고 다른 나라는 차별하는 무역이다. 선진국과 FTA 하면 우리가 장기적으로 손해 본다는 게 장하준의 애국적 주장인데, 그 말이 옳다면 미국 최대 노조조직은 한국이 손해 볼까 봐 반대하는 거냐고 묻고 싶어진다.
한미 FTA는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이 우리에게만 활짝 열리는 특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그러나 그는 수출과 일자리, 국내총생산(GDP) 증가 같은 계량적 효과뿐 아니라 경쟁을 통해 생산성과 경쟁력도 키울 수 있는 장기적 이익은 외면했다. 영국에 사는 장하준과 그의 아이들은 상관없겠지만 이 땅에 사는 우리와 우리 아이들에겐 너무나 절실한 FTA임을 모르는 모양이다.
저 주장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① 장하준은 자유시장을 반대하며, 한미FTA하면 장기적으로 우리가 손해 본다는 주장을 함
② 하지만 알고 보면 한미 FTA는 한-미간의 편파적 무역(무려 특혜!!)이며, 장하준 말이 옳다면 이익 볼 미국 노조가 왜 반대하겠는가③ 한미FTA는 비계량적 효과도 크며 이 땅에 사는 우리와 우리 아이들에겐 너무 절실하다.
① 은 당연한거고… ② 는… NAFTA 는 폼인가요(관련 동아일보 기사링크). ③ 은… 아무리 생각해도 왜 우리 아이들에게 절실한 건지 모르겠네요.. 미국 유학 가고 싶어서? 영주권 따려고? 안 그러리라 믿습니다.
* 비계량적 영향에 대해선 2007년에 조선일보에서 잘 정리해둔 자료가 있어서 갈음합니다.(관련 링크_FTA 신개방 시대 – 유나네 4인가족 어떻게 변할까?)
* 미국 노조에 대해선 경향 신문의 기사로 갈음합니다.(美 최대 노조 ‘한미 FTA 반대’ 공식 표명) 일부만 인용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AFL-CIO는 한·미 FTA를 미국 내 일자리를 빼앗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같은 유형의 FTA로 분류, 한국 민주노총과 함께 원칙적으로 반대해 왔다. 그러나 AFL-CIO 산하 단체인 전미자동차노조(UAW)와 식품노동자연맹(UFCW)은 미국 자동차업계의 일자리 보호 및 한국에 대한 육류제품 수출 증대 등을 이유로 한·미 FTA를 지지했다.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주장 역시, 뭔가 이상하긴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또 “부자들에게 세금 많이 걷는 스칸디나비아엔 거대한 복지국가와 높은 경제성장률이 공존한다”며 큰 정부를 옹호했다. 하지만 스웨덴이 1950년대까진 시장경제로 높은 성장률을 구가하고도 그 뒤 과다한 복지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전형적인 국가라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거대한 복지로 재정위기에 빠진 그리스를 언급하지 않은 건 물론이다.
스웨덴은 2차 대전이후 정부 정책에 따라 1960년대 중반부터 공공분야가 성장한 것이 사실입니다. … 음, 제가 알기론, 이때는 아마 국가개입 위주로 경제정책 안 꾸린 나라가 드물었을 걸요? 그리고 이런 이유로 1970년에는 1인당 GDP 세계 3위까지 올라갔었죠. 70년대 중반부터 성장률이 하락하기 시작한 이유에 대해, 스웨덴 대사관에선 아래와 같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링크)
스웨덴 경제는 1970년대 중반부터 여타 유럽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성장률이 하락하기 시작한 바, 이는 △ 국제경쟁 심화, △ 임금구조(wage formation)의 기능 장애에 따른 인플레 압력, △ 고율의 세금 및 △ 반기업적 정서 등에 기인.
그리스 역시 거대한 복지로 인해 재정위기에 빠졌다고들 얘기하지만, 실제론 방만한 재정 운영이 문제였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링크).
반면 국가의 금융투기 손실이 정부 손실로 이어진 것이란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링크).
그리고 이런 식의 물고 늘어지기는 겨우 칼럼 하나에서, 끝도 없이 이어집니다.
“교육이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다”며 서울대를 나와 케임브리지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딴 그가 “고등교육에 대한 집착을 줄이라”고 하는 데는 기가 딱 막힌다.
‘23가지’ 283쪽에서 “균등하게 주어진 기회를 통해 혜택을 보기 위해선 그 기회를 잘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며 “남아공 흑인들은 백인들과 똑같이 보수가 높은 직업을 구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지만 그 직업에 적합한 교육을 받지 못했으면 소용없다”고 한 것과도 앞뒤가 안 맞는, 별로 학자답지 못한 서술이다.
우선 장하준의 학벌이 높은 것과 ‘국민의 교육 수준이 경제 성장률과 일치하지 않는다’라는 주장 사이에는 아무런 상관 관계도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쓴 여러 논문들이 그렇게 지적하고 있는 걸 뭘 어쩌라구요. 저자의 주장은 한 나라의 경제 성장률은 개개인의 교육 수준보다 국가의 제도나 시스템에 더 달려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자격론을 논하고 싶으면 딴데가서 하시길.
뒤의 이야기는 남아프리카 ‘카푸치노 정책’을 논하기 위해 한 말로, ‘어느 정도 결과의 균등을 꾀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회의 평등도 좋지만, 실제로 기본적인 사회적 조건에서 차이가 생기면, 기회가 공정해도 이용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라는 이야기입니다. … 책 번역이 좀 이상하긴 한데, 김순덕씨도 책 읽으면서 뭔가 잘못 받아들이신 듯.
결국 이런 여러가지 아스트랄함이 한데 섞여, 이런 이해하기 어려운 결론이 나옵니다.
그러나 좌파 지식인들을 비판한 ‘억지와 위선’이라는 책이 지적했듯이 “그의 주장들은 단순히 틀릴 뿐만 아니라 그릇된 가치를 옳은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 수도 있어서 더욱 걱정이 된다.” 장하준이 말하지 않는 더 많은 것들에 대해 대한민국의 경제학자들은 왜 남아공 사람만큼도 말하지 않는지 궁금하다.
그러니까 장하준 교수가 어떤 주장을 잘못햇는지를 그걸 이야기해야지요… 저런 뜬 구름 잡는 이야기말고 말입니다. 책에 대해 말하고 싶으면 책에 대해 얘기하고, 사람에 대해 얘기하고 싶으면 사람에 대해 얘기하세요. 사람을 까고 싶은데 책을 까는 척하니- 저런 사기를 치고 계시는 거잖습니까…
이 칼럼을 간단히 요약하면 “장하준은 좌파다. 한미FTA를 반대한다. 그는 해외에서도 엉터리로 평가받는다. 그런데 한국에선 왜 이 난리냐. 그 실체를 밝히겠다.” 정도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진실은 “장하준은 좌파가 아니지만 한미FTA를 반대한다. 이번에 나온 그의 책은 결론에 동의하지 않는 의견도 많지만, 자본주의에 대한 해석에는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입니다.
…유감이지만, 장하준은 대안이 비현실적일지는 몰라도 현재 자본주의에 대한 분석은 상당히 정확하다는게 리뷰들의 대체적인 견해입니다.
책에 대한 정당한 비판이라면 당연히 환영해야할 일입니다. 책이 논쟁을 불러일으킨다면, 그것만큼 재미있는 일도 많지 않지요. 그런데 이건 뭔가요…o_o;; 치사하고 졸렬하다는 생각, 안해보셨습니까? 설마 당신이 본 자료들, 우리는 보지 못할거라고 생각해서 저렇게 왜곡하신 건가요?
뭐, 어찌되었건 이렇게 쏟아내신 걸로 할 일은 다하신거겠죠. 그리고 사람들에게 계속, 실은 장하준은 사이비다- 그런 이야기 계속 하고 다니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요… 세상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명색이 일간지 논설위원이신데, 비판하려면 좀 제대로 해주시지요? 이 정도면 사이비 약장사나 다름없잖습니까-
다음에는 좀 더 날카롭고, 심도 있는 비판을 기대하겠습니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부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