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다 미네르바 타벨 – 진짜 미네르바는 미국에 있었다

자본가와 노동자, 정치인, 시민 모두가 불법을 저지르거나 방관하고 있다.
법을 지켜낼 이는 과연 누구인가?

변호사인가?
미국의 가장 뛰어난 변호사 중 일부는 소송을 맡아 변호하기 위해 법정에 가는 게 아니라 기업이나 법률회사에 고용되어 그들이 처벌받지 않고 법 조항을 피해갈 수 있도록 자문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판사인가?
많은 판사가 법률을 지나치게 존중한다. 그들은 몇 가지 ‘오류’ 혹은 ‘불만’ 때문에 상식적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증거에 의해서 유죄판결을 받은 선원을 다시 법정에 세운다.

그렇다면, 교회인가?
고풍스러운 건출물과 각종 시설을 완비한 교회 하나를 예로 들어보겠다. 돈으로 뉴욕 시정을 좌지우지했던 태머니파의 지도자격인 검역관은 강제로 이 교회 건물을 공동세대 주택으로 바꾸어 버렸다.

그렇다면, 대학인가?
대학은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이제 남은 사람이 없다. 그렇다면, 우리 밖에 없다… 대중이 바로 그 사람이다. 우리는 우리 모두가 그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렸다. 우리가 오늘 지급해야할 청구서를 정산하지 않고 잔여금을 떠넘긴다면, 빚은 그대로 남아 있다. 우리 중에 어떤 이들은 그 빚을 갚아야 한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 빚을 전부 갚는 날에야 우리는 비로소 자유를 얻을 수 있다.

– 매클루어, 매클루어 매거진 1903년 1월호 서문에서

미네르바란 이름이 한국을 떠들썩하게 한지도 한참 지났다. 그리고 이제야, 나는 진짜 미네르바가 미국에 있었던 것을 알았다.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Ida M. Rarbell), 탐사보도라는 영역을 개척한 여성 저널리스트, 저널리스트 혼자서도 독점 기업의 범법 행위를 밝혀낼 수 있음을 알려준 표본이자, 지금까지 미국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폭로글 중 하나인 『스탠다드 오일의 역사』의 저자.

이 책,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은 그 타벨에 관한 전기다. 아니, 전기라기 보다는 한 탐사 저널리스트가 세계 최강의 독점 기업을 상대로 어떻게 싸워왔는지를 기록한 이야기다.

미국, 석유산업, 록펠러, 타벨

이 책의 배경은 19세기말에서 20세기초다. 미국에서 석유가 발견되고 그를 둘러싼 수많은 이권다툼이 얽혀있던 시절, 대규모 공황에 빠져들기 이전. 그 시절 미국 석유 산업을 독점했던 회사가 있었다. 「스탠다드 오일」이다. 그리고 이 회사를 진두지휘했던 이가 바로, 누구나 이름 한번쯤은 들어봤을 세계 최대의 갑부중 하나, 록펠러다.

록펠러는 천부적인 사업가중 하나였음은 분명하나, 그가 사용했던 방법은 온갖 추문에 얼룩져 있었다. 말 그대로 경쟁 업체를 먹어버리거나, 없애거나, 가격을 후려침으로서 죽여버렸다. 그를 위해 교묘하게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것도 서슴치 않았다 그들에겐 표면적으로 ‘법을 어기지만 않으면’, 그 법이 어떤 정신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 요즘 어디서 많이 보던 방법이다. 그리고 그런 방법이 ‘정당’하다고 믿었으며, 한치의 꺼리낌도 없었다. 록펠러가 개인적으로는 대단한 기부자이고,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음을 생각해 보면 상당히 아이러니할 정도로.

반면, 그 반대편에는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이 있었다. 미국에서도 여성 참정권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던 시절. 공공연히 여성이 차별받던 시절, 그녀는 늦깍이 저널리스트로 데뷔해, 결국 미국 최대의 독점 기업을 뒤흔들어 놨다. 거기에는 그녀가 어린 시절부터 목격했던, 군소 석유 사업자들에 대한 스탠더드 오일의 횡포를 계속 목격했던 것도 중요하게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그녀가 채택한 방법은 어떤 선동이 아니었다. 바로 펜의 힘. 지독할 정도의 자료 찾기, 인터뷰, 그때를 말해주는 증인들… 그리고 그렇게 얻어진 정보 가운데, 사실임이 확인된 내용의 배치를 통해, 배후에 가려져 있던 독점 기업의 치부를 낱낱히 폭로할 수 있었다.

그녀가 그런 작업을 수행했던 이유는 단순하다. 정치, 경제, 사회 문제에 대한 진실을 찾아내고 널리 알리려는 열정(11)이다. 그리고 그녀가 보기에, 스탠더드 오일이 정당하다고 믿었던 방법은 정당하다고 인정하기 차마 어려운 방법이었다. 문제는 그런 스탠더드 오일의 세계관이 점점 더 사람들을 침식해 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독점 기업을 위해 일하는 노예들

“우리는… 사업의 성공을 위해 사용한 방법이라면 무엇이든 … 정당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스탠더드 오일이 지금처럼 자본을 축적하기까지 필요했던 결정적인 요인들이 있다. 사실을 감추려고 속임수를 쓰고, 궤변을 늘어놓고, 중상 모략하는 온갖 방법이었다. 특히 법의 정신에 위배되는 비밀스러운 노력을 계속해서 얻은 특혜가 주효했다.

… 록펠러가 폭력과 속임수를 사용해서 목적을 달성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인정하는 사람들은 ‘그건 사업일 뿐이잖아’하고 말하면서 록펠러를 옹호한다. 즉 그 말은 학대와 속임수, 특혜에 대한 적법한 변명이 되는 셈이다.”(356)

어떤 사람들은, 강한 권력을 가진 자본가가 부럽거나 무서워서, 그런 자본가 방식의 사고를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이에 대해 당시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에 대해 회사 분해 명력을 내렸던 대법관중 하나인 ‘존 마셜 할란’은 나중에 동료 대법관들에게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시민들은) 인종이나 식민지와 상관없는 형태의 노예 제도에 연루된 불안을 깊이 경험했다. …(그것은) 생활필수품의 제작과 판매를 비롯해 미국의 모든 산업이, 몇몇 사람과 몇몇 기업에게만 독점적인 이익과 이득을 챙겨주고 자본을 축적하게 만드는 노예제도다”

한 마디로 생필품을 만드는 독점 기업을 용인하는 것은, 그것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시민들을 그들의 노예로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어떤 사람들은 그런 이들을 흠모한다. 그처럼 자신도 재산과 권력을 갖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를 똑같이 모방하려고 애쓴다. 반면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은 그런 신화 뒤에 감춰진 진실을 보기를 요구한다.

이렇게 거대한 영향력을 지닌 사람이 어둠 속에 살도록 내버려둬서는 안된다. 대중은 록펠러가 어떤 사람인지 알 권리가 있을 뿐 아니라 알아야 할 의무가 있다. 이렇게 엄숙한 의무를 이행하는 일외에 삶을 향상할 더 나은 방법이 있겠는가?(372)

많이 닮았던 두 사람, 타벨과 록펠러

아이러니 한 것은, 서로 싫어했을 록펠러와 타벨 두 사람이, 실은 어떤 면에서는 많이 닮은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둘 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고, 방탕한 생활 또는 문화적 유희를 싫어했다. 사생활에 있어서 추문이 없었고, 가족을 끔찍하게 아꼈다. 지독할 정도로 꼼꼼한 성격이었지만, 다른 사람과의 대외 관계는 원만한 편에 속했다. 타인에게 배푸는 것에 인색하지 않았으며, 자신이 하는 일에 사명감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둘 다 지독한 일벌레였으며, 정보를 중요하게 여겼고, 대중앞에 나서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어쩌면 이런 성격을 가지는 사람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뭔가를 이뤄내는 것 같기도 하고…

더 아이러니 한 것은, 책을 읽는 내내 지금의 한국과 많은 것이 겹쳐보인다는 사실이다. 대기업의 존재, 법 위에서 군림하는 특권세력, 한통속으로 보이는 정계, 재계, 관계, 그리고 그런 권력자들을 흠모하는 사람들…. 너무 많은 것이 겹쳐 보여서, 입맛이 굉장히 씁쓸했다. 아니 이런 100년전 이야기에 왜 21세기 한국이 겹쳐보여야 한단 말인가…

저널리스트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한번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아니, 기자의 맘이 어때야 하는 지를 알고 싶은 사람도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책은 두껍지만 어렵지 않게 읽힌다. 글 자체도 간결하고 균형을 잘 갖추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기대하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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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다 미네르바 타벨 –
스티브 와인버그 지음, 신윤주.이호은 옮김/생각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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