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지성은 당신의 몸값을 떨어뜨렸다
우메다 모치오의 『웹진화론』을 읽다보면, 「치프혁명(Cheap Revolution)」이란 단어를 소개합니다. 「포브스」의 발행인 리치 칼가드가 한 말로, 컴퓨터 하드웨어 가격과 소프트웨어 가격의 인하, 무료 웹서비스, 저렴한 인터넷 회선 비용으로 인해 누구나 쉽게 컴퓨터와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세계가 열린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치프 혁명이, 과연 컴퓨터 세계에서만 일어나고 있을까요?
아니오-라고, 세스 고딘은 『린치핀』에서 말합니다. 이를테면 이런 겁니다. 미케니컬 터크(Mechanical Turk) 법칙이란 말이 있습니다. 한 줌의 전문가에게 막대한 돈을 주는 대신, 집단지성의 협업을 유도하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이 방법을 제대로 적용하면 업무에 들어가는 비용을 엄청나게 줄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문가에게 녹음된 소리를 번역하는 작업을 맡기면 40분짜리 파일에 약 80달러가 들어갑니다. 하지만 미캐니컬 터크 사이트를 이용하면 1분에 50센트, 40분에 20달러면 충분합니다. 걸리는 시간도 약 3시간. 그리고 그 댓가로 이 사이트에선 공동 작업에 참여한 사람에게 1분에 19센트의 비용을 지불합니다(32).
여기에 섬뜩한 진실이 있습니다. 이제껏 우리는, 단순히 ‘혁명에는 손해를 보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라고만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 손해보는 사람이 어떤 거대 악덕 기업주가 아니라, 바로 당신이라면? 만약 저 사이트에 의해 밀려난 번역가가 바로 당신이었다면? … 끔찍하지요.
인간이 고안해낸 컴퓨터와 인터넷을 이용한 새로운 작업 방식은, 이전까지 고급 노동으로 여겨졌던 것을 하찮은 것으로 만들고, 그 임금을 떨어뜨리고, 때론 일자리까지 없애가고 있는 중입니다. 새로운 기술은 공장 노동자를 자동 기계로 대치하는 것뿐만 아니라, 화이트 칼라조차 단순(?) 고급 노동력으로 전락시켜가고 있습니다.
그것이 당신이, 예전 같으면 생각지도 못할 복잡하고 어려운 일을, 그렇게 매일같이 하면서도, 별로 대접받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그러면 누군가가 섬뜩하게, 이렇게 비웃으며 이야기하겠지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동물은 도태될 수 밖에 없다고.’
▲ 우리보고 어쩌라고!!
새로운 시대에서 살아남는 사람, 린치핀
그럼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이 책- 『린치핀』을 통해 세스 고딘이 다루고자 하는 것도, 바로 그 주제입니다. 세상이 변했는데, 당신은 아직도 세상에 속고 있다. 그러니 정신차려 새로운 일을 좀 해보자- 하는 것이죠. …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린치핀’ 이 책은 이 한 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리마커블한 사람이 되라”
…세스 고딘이 어디 가겠습니까.
세스 고딘의 이전 책을 읽어 보신 분들이라면 무슨 소리인지 아실 겁니다. 따지자면 책의 내용도 예전에 ‘보랏빛 소가 온다’등에서 강조했던 것과 하나 다르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마케팅이나 상품이 그 대상이었다면, 이제 사람이 대상으로 바뀐 것이 차이일 뿐. 그리고 사례가 줄어든 대신, 뭔가 이론적으로 치고 들어오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
…역시 사람은 나이가 들면 꼰대가 된다니까요. (응?)
‘린치핀’은 그런 존재입니다. 대체 불가능한 사람.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그가 빠져버리면, 조직 자체가 흔들려 버릴 지도 모르는 그런 사람. … 예, 가장 알기 쉬운 예로 스티브 잡스-_-가 있고… 그 밖에, 다들 한 두명씩은 기억하실 겁니다. 뭔가 그가 들어오면 장소가 환해지는 사람- 그가 있음으로 조직이나 인간 관계가 훨씬 신나게 돌아가게 만들어주는 사람들.
그런데 세스 고딘은 왜, 무엇때문에 우리 보고 ‘린치핀’이 되라고 하는 걸까요?
앞에 말했습니다. -_-; 세상이 변했다고. 이 변한 세상,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를 준비하기 위해서, 그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는 겁니다. 아이쿠.
자본주의는 우리를 노동자로 길들여왔다.
세스 고딘이 보기에 우리는, 우리 본성과 어긋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어릴 적엔 예술가, 어떤 창의적인 존재였는데, 학교 교육 과정을 거치면서 말 잘듣고 두려움 많은 ‘노동자’로 길들여져 왔다는 거죠. … 브레히트의 ‘상어가 사람이라면‘이란 글이 생각나더군요.
예, 맞습니다. 브레히트에요. 맙소사, 제가 세스 고딘의 글을 읽고 브레히트가 생각나 버린 겁니다! 브레히트가 뭐라고 했냐구요? 이런 글을 썼지요-
상어가 사람이라면, 작은 물고기들을 위해 식물성 먹이는 물론이고 동물성 먹이까지 들어 있는 커다란 통을 바다 속에 만들어주겠지. … 상어들은 물고기가 너무 일찍 죽는 것을 원치 않으니까 말이야. … 커다란 통 속에는 물론 학교도 있겠지. 이 학교에서 물고기들은 상어의 아가리 속으로 헤엄쳐 들어가는 법을 배울 거야. … 물론 가장 중요한 일은 도덕 교육일 거야. 기꺼이 자신의 몸을 바치는 것이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일이라는 것과, 무엇보다도 상어들이 아름다운 미래를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할 때는 그 말을 믿어야만 한다는 것을 배우겠지.
– 베르톨트 브레히트, 「만약 상어가 사람이라면」중에서.
이 글과 똑같은 말을 세스 고딘이 하고 있는 겁니다. 자- 여기서 이 책을 덮을지 말지가 결정됩니다. 그렇다-라고 생각한다면 계속 읽어도 좋습니다. 그렇지 않다-라고 생각한다면, 예, 이 책을 곱게 덮으셔서 중고로 알라딘에 파시면 됩니다. 이 전제를 받아들이느냐 아닌가에 따라, 그 다음에 나올 내용의 가치가 결정돼 버리니까요.
전 동의하기에, 기꺼이 다음으로 나갔습니다. 좋아요. 인정합니다. 자본주의는 우리를 말 잘 듣는 노동자로 길들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길들여지지 않았다면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 예, 예술입니다. 세스 고딘은 우리는 예술을 하고 있었을 거라고, 그리고 이제 다시, 우리 모두 예술을 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합니다.
예술, 당신 자신을 신 나게 만드는 일
하지만 고딘이 말하는 예술은 우리가 흔히 아는 그런 예술이 아닙니다. 그림이나 글, 소설, 음악, 춤이 아닙니다. 그가 말하는 예술은, “상대방을 변화시키기 위해 뭔가를 주는 것”입니다. 뭐랄까요, 일종의 가상 공동체적 사고, 동양의 관계 중심적인 사고, 흔히 말하는 예의-와 많이 닮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예술..이랍니다.
이떤 이익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상대와의 관계맺음, 긔 관계맺음을 위한 선물과, 그로 인해 나타나는 변화를 갈망하는 것. 어떤 문제에 닥쳤을 때 그것을 원망하기 보다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상대방을 비난하며 경쟁하기 보다 함께 더 잘살 수 있는 길을 택하는 것. 다시 말해 자본주의가 제공해주는 것이 아닌 다른 길을 만들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나누기 위해 사는 것.
…그것이 바로, 세스 고딘이 말하는 예술이며, 그런 예술을 하는 사람을 그는 예술가-라고 부릅니다. 덕분에 부르주아도 노동자도 아닌 제3의 계급으로 존재하게 되는 사람, 그것이 바로 린치핀입니다. 그런 것들이 가능해진 이유는, 어떤 생산을 위해 필요한 것들, 다시 말해 공장, 자본, 노동력이 모두 누군가 개인에게, 개인의 마음으로 가능해진 시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생산성보다 통찰과 참여, 창조가 더 가치 있는 사회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 리마커블해질 준비가 되어 있나요?
그럼 린치핀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이런 것을 물으면, 세스 고딘은 이렇게 대답할 겁니다.
“뭘 해야 하는지 알려 달라는 것은 .. 맞지 않는 요구다(274)”
린치핀 – 세스 고딘 지음, 윤영삼 옮김/21세기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