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영암에서 취재 마치고 돌아와 잠시 쉬면서 펼쳐봤는데, 피곤한 눈을 비비면서도 자꾸만 사진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참 좋은 사진책입니다. 무엇을, 왜 찍고 싶었는 지가 설명이 없어도 그대로 보는 이에게 전달됩니다. 정말, 뭐라고 할까요. 사람이 사람을 이렇게 사랑할 수도 있구나-하는 생각만 자꾸 듭니다.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사람을 이렇게 사랑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거기에 저처럼 예전 풍경을 담은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은, 사진속에 알알이 박힌 그 시대를 읽어보는 즐거움도 함께 느끼실 수가 있습니다. 지나간 시절, 어떤 시간과 장소에서, 나 모르는 사람들이 살아갔던 어떤 흔적을 흝어보는 듯한 기분.
1990년에 나온 책이 2010년에 복간되면서, 뒤에 ‘나의 아내’라는 사진 모음이 추가로 더 실렸습니다. 선생이 돌아가시기 전,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바로 그동안 찍었던 아내 사진을 정리했다고 합니다. 새로 실린 부분은 그때 이 책의 찍은이가 정리했던 기록입니다.
자신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기록이 아니라 아내의 사진을 정리하기 시작한, 한 남자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필름을 다시 살펴보고, 일일이 현상해 하나로 묶었던, 남편의 마음이라는 것이 어땠을 지, 저는 알 것도 같다-라는 말조차 꺼내기가 어렵습니다. 그것이 고마움이었을지, 사랑이었을지, 미안함이었을지…
어쩌면 그저, 작별인사-였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오롯이, 몇십 년에 걸쳐 찍은 한 사람의 이야기를 만나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닐겝니다. 여러가지 의미로, 참 좋았습니다. 왠지 곁에 두고 자주 들여다볼 것만 같은 책. 이제 막 태어난 딸을 둔 아버지라면, 꼭 한번 펼쳐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들이라면…
음, 잘 모르겠습니다. (응?)
* 예전에 소개했던, 딸이 커가는 이야기를 담은 소니 캠코더 CF(링크)가 어쩌면 이 책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습니다.
초기형 XT 컴퓨터로, 처음엔 모양을 보고 현대 컴퓨터-인줄 알았는데, 5.25 FDD 모양을 보니 헷갈리네요.
저렇게 오른쪽으로 손잡이가 붙은 물건은 많지 않기에(TEAC 제품으로 추정),
결국 세운상가에서 조립했던 제품은 아니었을까-하고 생각해 봅니다.
…이런 걸 왜 생각하고 있는 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밀덕분들이라면 조금이나마 그 마음 알 것 같다 이해해 주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