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하자면 이렇다. 수해를 당한 아파트를 도와주기 위해 자원봉사 활동을 나갔는데, 같이 치우는 동네 주민은 아무도 없고, 몇몇은 피서를 가더라-는 이야기. 사실인지 아닌지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밝혀지리라 믿는다(하단 참조).
원주민한테.. “수고하신다”는 말 한번도 못 들음.
그러말 듣자고 하는건 아니었지만…
아예..부녀회부터..원주민은 보이지도 않음.
경비아저씨 몇분만.. 뒷짐지고…노가다 씹장 노릇을 하고 계심.방배..주민들..
토요일 휴가 갈수 있도록..
애들 학원 갈수 있도록..
아주머니들 쇼핑갈수 있도록..깨끗히 치우는게 목적 이었음…ㄷㄷㄷㄷ
* 이 글에 대해 다시 해당 지역 주민분이 올린 글이 있다(출처).
방배동 자원봉사 후기라는 글이 돌아다니는 걸 보았습니다. 지역주민이 코빼기도 안비친다는 건 사실이 아닙니다. 이 지역 주로 군부대 장병들이 와서 복구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자원봉사는 제가 본건 교회에서 온 팀이 있었구요. 주말에 주민들과 같이 물이 찬 지하주차장을 청소하고 물을 쓸어내는 작업을 네댓시간 넘게 같이 해주셨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다시 비가 오는데 정말 울고 싶었습니다.) 주말 내내 삽질하느고 오늘 출근해서 어깨가 빠질 지경이구요. 입주민 대책회의가 결성되어 본격적으로 복구작업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구요. 초반엔 워낙 패닉인데다 몇몇동은 4층까지 토사가 덮쳐 집밖에 나올수도 없었습니다. 다들 정신차리고 수습하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구요. 도와주시러 와주시는 분들껜 정말, 너무나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런 글은 안그래도 재난에 다친 주민들 두번 아프게 만드는 거라 봅니다. 이 와중에 여름휴가 가는 집들이 있을 수도 있겠고, 그런 집들이 괘씸할 수 있지만 제가 알기로 사태초반 전기도 가스도 안나오고 몇몇동은 사망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비가 더올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대피한 세대가 제법 있었다는 겁니다. 다시한번 복구에 힘써주시는 군장병들과 도움을 주로 오신 자원봉사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마주치면 감사하다는 인사 꼭 드리려고 합니다. 하지만 알아주셨으면 하는건 흔히 말하는 부자동네라고 사람 마음이 크게 다른건 아니라는 겁니다. 자기가 사는 터전의 문제고 누구보다 그 문제로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도움주시는 분들, 이번 사태에 관심 가져 주시는 분들껜 너무 감사하지만, 비난은 조금 더 신중해 주셨으면 합니다.
2. 얼마전에 읽은 야옹이와 흰둥이-란 웹툰의 한 장면이 바로 떠오르더라.
위에 적힌 이야기가 사실이란 것을 전제로 이야기하자면, 사실이라면, 당신들, 진짜 너무한 거다. 차라리 인부 아저씨들을 고용해서 일을 시키던지. 아파트 단지 더렵혀진 것은 내 일이 아니고, 관리사무소에서 ‘알아서’ 처리해야할 일로 생각했다면, 그게 맞다. 애꿎은 자원봉사단을 불러들일 일이 아니다.
…저 사람들이 원해서 왔다고 해도 마찬가지. 손님에게 갖출 예의가 없다면, 방문을 거절하는 것이 도리다.
3. 할 말은 많지만, 박경철님의 좋은 칼럼이 있어 일부 인용하는 것으로 갈음한다.
…지금은 엄마가 아이와 함께 걷다가 아이가 거리에 떨어진 휴지를 주우면, 왜 더러운 것을 만지느냐고 타박한다. 이것은 ‘더러운 것을 만지는 사람은 따로 있다는 것’을 아이의 의식에 스며들게 하는 무서운 함의가 있다.
성채처럼 솟아오른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엄마가 준비한 승용차로 등교를 하고, 비슷한 부류의 아이들과 수업을 듣고, 같은 환경의 아이들과 과외를 한 다음 다시 엄마의 승용차를 타고 지하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로 집에 오르는 아이는, 자기가 지나온 도로가 어떻게 깨끗이 유지되었는지, 이 건물을 짓기 위해 어떤 사람이 땀을 흘렸는지, 자기와 여건이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알게 될 경험도 기회도 없다. 온전히 자기가 경험한 것만이 자신의 세계인 것이다.
이런 아이들이 성장해서 스펙을 쌓고,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사업가·정치인·전문직·언론인이 되어, 소위 기득권을 가지게 되면 그들이 행사할 권력은 그들만의 나라를 위해서 행사될 것이다. 상상만 해도 두려운 모습이다.
…
모든 교육은, 또 모든 리더십의 자격은 ‘공공의식’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 권력은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공공을 위해 행사되어야 하고, 교육은 특정 계층의 자녀가 아닌 전 국민의 아이들을 위해 고른 기회를 주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가 나이 들어 ‘막말남’과 ‘○○녀’로부터 같은 봉변을 당하지 않을 유일한 방법이다.
4. 만약 저런 상황인데도 나는 내 할 일 다하겠다-라는 사람이 있었다면,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천재지변이건 뭐건, 일단 자기네 집 앞마당에 똥이 쌓였다면, 당연히 주인이 먼지 나서서 치워야 하는 거라고. 언제부터 그런 것을 일일이 다 말로 해야하는 세상이 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