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커피가 달콤하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맛있는 커피와 맛없는 커피가 있다는 말도 믿지 않았다. 커피가 달콤하려면 당연히 설탕을 부어야 했고, 맛없는 커피와 맛있는 커피를 구분할 만큼 훌륭한 혀도 가지지 않았다고 믿었다. 옛날의 나에겐, 커피란 그저 자판기 커피와 원두 커피, 딱 두 종류 뿐이었으니까.
그런데 요즘은 커피를 고른다. 여전히 남들이 좋다하는 커피맛이 왜 좋은 지는 잘 모르지만, 최소한 내가 어떤 커피맛을 좋아하고 어떤 커피맛을 싫어하는 지는 끔찍할 정도로 잘 알게됐다. 가끔은 커피가 달다고도 느낀다. 설탕 하나 넣지 않은 에스프레소의 그 쓴 맛이 달달하게 느껴질때가 있다.
…커피의 쓴 맛을 달콤하게 여길줄도 알게된 나이. 어쩌면 ‘커피 한 잔 더’는, 그렇게 커피의 단 맛을 알아가는, 조금 나이 있는 청춘(?)들에게 적당한 만화일지도 모른다.
2. 오랫만에 ‘커피 한 잔 더’의 4권과 5권이 나왔다. 커피 한 잔 더 1, 2, 3권을 읽고 글(링크)을 썼던 때가 2010년이었으니, 햇수로 3년, 대충 2년 정도는 지났다. 오랫만에 만난 커피 한잔 더는 번역한 이가 바뀌어 있었다. 오지은-에서 채다인님으로. … 으흠.
만화는 여전한 듯 하면서도 여전하지 않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작가에게 무슨 일이 생겼던 걸까. 지난 1, 2, 3권이 청춘-의 냄새가 짙게 배여 있었다면, 그 다음 권인 4, 5권에선 인생을 씁쓸하지만 잘 살아왔던 사람의 냄새가 난다. 윤종신의 노래 가사 그대로, 안되는 것은 안되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되어버린 느낌.
조금은 소심하게, 조금은 쓰게 … 그렇게 조금씩, 커피의 쓴단맛을 알게된 나이. 따뜻하게 영글은 캐릭터와 이야기들. 늦은 밤 카페에서 누군가가 두런두런 들려주는, 그런 어른들을 위한 메르헨.
3. 똑똑-
“누구세요?”
“저에요. 헤헤”
“아, 왠일이야?”
“헤헤. 그냥 지나가다가 잠깐 들렸어요. … 뭐하고 계셨어요?”
“응.. 책 읽고 있었어. 커피 한잔 마실래?”
“예. 진하게 주세요. 만화책이네요?”
딸깍. 쪼르륵. 쓱
“여기 커피. 그냥 끓여놨던 거야”
“괜찮아요. 맛있네요. 무슨 책이에요?”
“커피 한 잔 더-라고”
“새로 나왔어요?”
“뒷 편이. 그리고 끝났어.”
“어떻게요?”
“아 그게… 그후로 오랫동안, 이젠 어찌됐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랄까?”
“홍- 괜찮은 걸요.”
“응. 읽고나면 드립 커피를 만들어보고 싶어진다는 것이 흠이지만.”
“오호라. 좋은 책이네요. 헤헤. 그럼 갈께요.”
“아, 벌써? 그래- 좋은 하루-”
“그럼 다음에도 맛있는 커피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커피 한 잔 더는 끝났다. 겨울 동면을 끝내고 기지개를 켜고 싶은, 봄이다. 따뜻하고 나른해서 기분 좋은, 어서 나가 햇살을 즐기고 싶은, 그런, 봄-
커피 한 잔 더 4 – 야마카와 나오토 지음, 채다인 옮김/세미콜론 |
커피 한 잔 더 5 – 야마카와 나오토 지음, 채다인 옮김/세미콜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