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말하기론 이 제품은 ‘소셜 스트리밍 기기’입니다. 여기서 소셜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같은 ‘가상의 관계’ 개념이 아닙니다. 말 그대로 진짜 친구 관계. 친구들끼리 함께 모여 파티를 하다가, 서로 좋아하는 곡을 함께 들을 수 있습니다. 내 스마트폰에서 구입한 동영상을 가족과 함께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냥 말이 거창할 뿐… 실은 이런 기기입니다. 구글 넥서스Q는,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과 가정에서 이미 가지고 있는 TV, 스피커를 붙여줍니다. 끝. 일종의 가전 제품인 셈입니다.
“이리 와봐. 내가 코미디 빅리그 샀는데 같이 보자” 라던가- “이번에 새로 나온 베이비복스(아싸!) 음원 샀는데, 들어볼래?”라고 말할 수 있게 되는 기기. 그러기 위해 매우 예쁜 디자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실 한구석이나 침대 곁에 놔도 괜찮은 모습입니다. 심지어 음악에 따라 불빛도 바뀝니다.
사용 방법도 쉬울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냥 가지고 있는 안드로이드폰을 연결하면 끝. 컨트롤은 어차피 스마트폰으로 하니, 평소에 스마트폰을 쓰던대로 쓰면 됩니다. 키보드나 리모컨이나 그런 것들이 다 필요없습니다. 원한다면… 전원선을 빼고, 완전히 코드리스인 환경도 가능해 질까요?
그러니까, 이제까지 나온 MS의 엑스박스나 애플TV가 기능적인 면에 좀더 중점을 둔데 비해, 이 녀석은 그냥 단순히 붙여주는 역할에 충실한, 그런 기기인 셈입니다. 스스로는 아무 것도 못합니다. 보니까 로그인 같은 것도 안합니다. 이 녀석은 그냥 손대지 말고, 가끔 먼지나 닦아주면서, 그냥 놔두면 되요. 마치 냉장고처럼. 때문에 터치 센서로 볼륨 업 다운, mute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전원 버튼조차 없습니다.
… 다만 기본적인 것은 아주 쉽게, 충실히 수행해 내겠지요. (…안써봤으니 더 뭐라고 말은 못하겠네요 -_-;)
스펙도 나쁘지 않습니다. OMAP44560 듀얼 코어 CPU에 램 1GB, 저장메모리 16GB. 스마트폰 정도의 스펙이지만 스트리밍으로 동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듣기엔 충분합니다. 화질은 요즘 유튜브를 보신 분들이라면 별로 걱정안하실거고… 구글 뮤직을 사용하고 있는 입장에선, 보통 사람이 듣기엔 음질도 충분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사람들이 이 제품을 살까요? 확실히 가격은 좋지 않습니다. 와우, 299달러라. 애플 TV를 3대나 사고도 돈이 남겠군요. 모양이 예쁘니 무선 스피커 같은 느낌으로 사용해 볼까요? 나쁘진 않을 것 같지만, 역시 299달러인 것이 걸립니다. 그 가격이면 그냥 무선 스피커..도 살 수 있습니다. 게다가 구글 뮤직을 제외하면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구입한 콘텐츠만 재생할 수 있습니다.
… 간단히 말해, 그냥 구글 플레이 스토어 전용 콘텐츠 재생 장치입니다.
그럼 대체 이 제품을 왜 내놓은 걸까요? 일단 내놓을 수 있는 해답은, 이제까지 없었기 때문입니다(쉽죠?). 와이다이등을 통해서 스마트폰에서 바로 TV로 동영상을 전송하거나, 무선 블루투스 스피커로 음악을 플레이하는 것은 가능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하드웨어에 종속되는 방식. 때문에 지금까지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구입한 콘텐츠를 거실에서 감상하는 것은 꽤 불편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장치를 출시한 거죠.
바나나잭을 단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비록 고품질은 되지 못하겠지만, 집에 이미 있는 제품들에 요긴하게 연결해서 쓸 수 있습니다. TV가 없어도, 스트리밍 음악 플레이어로서 제 역할을 합니다. 이런 점은 애플TV나 xbox360과 큰 차별점입니다. 문제는 앞으로 구글 플레이 스토어가 얼마나 활성화되느냐 아니냐-에 있습니다.
구글 입장에선 충분히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팔렸으니,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물건을 팔만한 시장이 만들어졌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콘텐츠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이 기기를 사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늘어날 겁니다. 어쨌거나 지금은 유일하고, 음악을 듣기 위해 스마트폰을 바깥에 내버려두지 않아도 되니까요.
그리고 구글은 웹으로 모든 것을 통합하기 위한, 일련의 계획에서 큰 성공을 거두는 셈입니다. 모든 것은 클라우드로. OS는 구글이 제공할 테니 기기는 맘껏 만들고, 콘텐츠도 제공해서 사람들을 붙잡아두고, 대신 웹에서의 주도권, 또는 광고수익은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
하지만 폰을 사는 것과 콘텐츠를 위해 돈을 내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그리고 구글 플레이 스토어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이 기기는 별로 쓸모가 없는, 정말 ‘취미’용 기기로 전락하게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콘텐츠도 이용하지 않는 상태에서 재미로 한번 사보기엔, 결코 만만한 가격이 아니구요.
…아참, 어차피 한국에선 팔지도 않을 녀석이니, 별로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을라나요?
* 다만… 구글 뮤직을 이용하고 있는 입장에선 어쨌거나 탐나는 기기이긴 합니다.
* 당분간 MS 서피스를 비롯해, 때늦은 이야기가 많이 올라올 예정입니다. 이벤트가 많았는데, 왠지 머리가 복잡해서 글을 쓸 수 없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