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완벽한 하루 – 살 수도 죽을 수도 없는 서른, 그녀들의 이야기

몇달전 책나눔 모임에서 만화책을 하나 받아왔습니다. 『그녀의 완벽한 하루』. 그냥 여성 작가의 여성스러운(?)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나중에 읽자고 놔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지난 밤, 우연히 읽게 됩니다. 읽다가 조금 머리를 둥-하고 한대 맞았어요. 뭐야, 이 만화-라는 생각에.

그러니까 이 만화는, 막막한 골목에 다다른 서른살 그녀/그들의 이야기입니다. 끝이 없는 평원이나 끝이 보이는 막다른 골목이 아닌, 가긴 가는데 어딜 가는 지도 모른채 그저 걷고 있는, 그런 막막한 골목을 걸어가는 그녀/그들의 이야기. 그냥 살아가다보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한발자국 뒤로 물러서서 바라보면, 참 진절머리나는 우리네 일상이 담긴, 그런.

우울한가요? 예. 우울합니다. 그런 우울의 틈을 메꿔주는 것은 매 챕터 앞부분에 실려있는 시(詩)들. 이야기는 그 시들을 만화로 옮긴듯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실은 그 반대. 자칫 밋밋하게 여겨질 수 있는 만화의 서사에, 시가 멜로디를 입혀줍니다. 그 먹먹한 이야기들을, 음악을 듣듯 읽게 만들어줍니다.

백화점 판매원, 공무원, 편집자, 소설가 지망생, 파업중인 공장의 노동자… 이 만화책 안에서 다뤄지는 사람들입니다. 읽기는 좋으나, 우울해서 다른 이들에게 쉬이 권하지는 못할 듯 합니다. 언젠가 이 더위가 가시는 비가 오는 날, 이 만화를 한번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자기가 서 있는 삶을, 조금은 돌아보게 할 지도 모르니까요.

* 그나저나… 1화와 2화에서 조금씩 인물이 겹쳐지는 구성, 참 좋았는데… 뒤에는 그런 구성을 취하지 않네요. 아니면 제가 못알아차린 걸까요.

* 8월 18일로 예정된 책 나눔 모임에 들고 나갈 예정입니다.

그녀의 완벽한 하루 –
채민 글.그림/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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