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스 독립선언

사실 이런 뉴스(이글루스가 (주)이글루스에서 새롭게 시작됩니다.)를 들으면 뭔가 충격을 받아야 정상인데,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예전에 블로그 방문자 숫자가 날아갔을때, 배째-하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을 보고, 뭔가 내부가 삐그덕(=적절한 인원/물량 지원x)대고 있구나하는 느낌을 받았었거든요. 결국 SK컴즈에서 독립하게 됐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언젠가는 이럴 것 같았어요. 예전에 싸이월드쪽 블로그를 둘러볼 일이 있었는데, 분명히 같은 팀에서 운영하는 곳인데도 이글루스와 싸이월드 블로그는 정말 전혀 다른 곳이더란 말입니다. 사람들도 싸이월드 블로그 운영쪽에 좀 더 힘을 싣는 느낌이었고…

그렇지만 걱정은 좀 됩니다. 저야 따로 멀티-_-를 굴리지도 않고 있는터라, 여기가 망가지기 시작하면 당장은 대책이 없거든요. 그렇다고 이전 작업을 하기엔 시간이 없고… 무엇보다 독립하게된 이유가,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집중하지 않을 사업-으로 선택되어 정리되는 것처럼 보이기에 더 그렇습니다.

…취직하고 결혼해서 집 나가는 자식이 아니라, 부모님네 집에 얹혀살다 집안 사정이 나빠져 쫓겨나는 자식이 된 것 같은 느낌…

뭐 어쩌겠습니까. 독립해야죠. 독립해서 얻는 것도 있고 잃는 것도 있겠죠. 일단 잃어버리는 것은 네이트와의 연동을 통해 얻어지던 신규 블로거와 네이트 메인을 통한 방문객 유입. 그런데 이런 부분들은 사실 개인 블로거들이 일상적으로 느끼긴 어려운 부분이라, 별 상관없을듯 하고. 원래부터 검색은 도움받은 적 없으니 그 부분은 제끼고…

진짜 걱정되는 것은, 관리와 기술 지원입니다. 이글루스 솔직히, 새로운 것을 추가하는데 그동안 인색했잖아요? 심지어 모바일 페이지에서 사진 하나 업데이트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나중에야 지원해주고. 악성 스팸을 잡아내는 것도 한때는 대혼란을 겪었었고. 이런 부분들은 티는 안나는데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그럴려면 돈이 필요한데, 사실 이 부분을 해결했으면 이글루스가 SK컴즈에 팔려갈 일도 없었겠지요…

개인적으로 기대되는 것은, 예전처럼 18세 이상만 가입 가능한 전문 블로그 서비스로 돌아가는 것(어려울 것 같지만). 콘텐츠 리뷰 포스팅에 지나치게 간섭 좀 안했으면 좋겠다는 것. 그리고 예전에 전문 블로그 서비스로 가지던, 어떤 활력과 자부심을 되찾았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사실 처음에 이글루스에 정착했던 이유가, 당시엔 맥에서도 불편없이 쓸 수 있는 유일한 국내 블로그 서비스였기 때문이거든요.

아무튼 다시 이글루스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2003년에 이 블로그를 만들어 프로필 사진, 블로그 소개, 블로그 이름 하나 안바꾸고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만났던 인연들도 많습니다. 한마디로, 제 청춘의 이글루스입니다. 그런고로, 이번 독립이 이글루스에게 멋진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작고 빠르고 강력한, 그런 서비스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어떻게하면 먹고살 수 있을지는, 기꺼이 함께 고민해 드릴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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